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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yan Bogeun Song Aug 19. 2017

스타트업은 박봉과 밤샘인가

박봉에 밤샘.. 스타트업에 대한 기사를 읽고

박봉에 밤샘.. 스타트업 떠나는 靑春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23&aid=0003305199

오늘 네이버 메인에 이런 기사가 떴다. 

요약하면 스타트업에 대한 로망으로 취업을 하지만, 현실은 박봉에 긴 노동시간, 그리고 대기업과 별반 다르지 않은 기업문화로 인해 지쳐간다는 얘기였다. 


실제로 그러한 스타트업이 있기 때문에 현실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스타트업에 대한 본질로부터 생각을 해봤다. 


스타트업은 본디 근로기준법 따위 무시하고, 소수의 초창기 멤버들이 뭉쳐서 일주일에 100시간도 일하며 빠르게 MVP(Minimum Viable Product) 를 만들고, 시장에서 재빠른 검증을 받은 후, 포기하거나 그걸로 폭발적인 성장을 하는 비정상적인 단체이다. 


그렇게 힘들게 MVP 를 만들고 나면 3가지의 길이 펼쳐지기 마련이다. 

시장에 프로덕트(MVP)를 내놨는데 정말 아무 반응이 없고 하나도 생각한 대로 흘러가지 않으면 차라리 낫다. 그냥 포기하면 된다. 다른 아이템 찾아가면 된다. 소수의 멤버들과 다시 한 번 으쌰으쌰 해보면 된다. (사실 이런 경우는 그다지 없다) 

또는 프로덕트가 처음부터 너무 반응이 좋아서 시장에서 열렬한 환영을 받고 코어 팬덤 유저들이 생겨나면 굳이 다른 생각할 것 없다. 재미있으니 미친듯이 계속 일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하면 된다. (사실 이런 경우도 그다지 없다)  

문제는 프로덕트를 내놓았는데 이건 반응이 없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있는 건 아닌... 그런 애매한 경우이다. 대부분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여기서부터 프로덕트를 수정하기 시작한다. 이러면 장기전이 되기 마련이다. 아마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은 이 단계를 겪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정부에서 지원받은 자금은 조금씩 떨어져가기 시작하고, 그렇다고 스타트업을 온전히 유지할 만큼의 영업이익은 나오지 않고, 투자자들은 시큰둥하고. 기술보증기금이니 신용보증기금이니 해서 어찌저찌 생명력을 연장하여 사업을 계속한들 상황이 크게 변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형편의 스타트업들이 생태계의 태반을 차지하고 있고, 이들 중 많은 숫자는 초창기 MVP 를 만들던 그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의미없는 스프린트를 반복한다. 그리고 창업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멤버들은 과도한 업무와 재미없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지쳐간다. 


나는 주위에서 이런 스타트업들을 많이 봤고, 많이 전해 들었고, 나도 그랬다. 

투자금을 받았으나 잦은 멤버 교체로 서서히 침몰해가는 친구의 회사. 개발자가 떠나면서 서비스를 유지보수할 사람이 없어서 외주를 구한다는 옆 사무실의 대표. 창업 멤버가 모두 떠나고 홀로 카페에서 일하던 나의 모습. 

그런데 열악한 근무 환경(장기간의 노동시간)과 낮은 급여는 스타트업의 본질일 수밖에 없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는게 대기업보다 적은 시간 일을 하면서 급여가 높다면 그 누가 스타트업을 하지 않을까. 


이런 본질적인 한계 속에서 대표는 직원에게 어떤 보상을 해줄 수 있을까? 


일단, 스타트업이라면 단기간에 성과를 빠르게 내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버려야 한다. 그건 소수의 팀일 때에나 가능한 일이다. 장기전에 돌입하는 그 문턱에서 아무리 조바심이 나더라도 그 전처럼 일주일에 100시간씩 일하는 시스템으로는 절대 오래 버틸 수 없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일주일에 100시간 일하는 것이 효율이 나는지 심히 의문이다. 

내가 운영하는 스타트업은 일주일 30시간 근무를 명문화하였다. 30시간은 최소한 일해달라는 당부이고, 사실 덜 일해도 목표만 달성하면 뭐라고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더 일한다고 챙겨주지는 않지만... 


둘째, 직원의 동기부여에 모든 힘을 쏟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동기부여는 역시 회사의 비전에 대한 공감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개인적인 차원에서 동기부여에 관련이 되는 모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예컨대 팀멤버들 간의 조화, 개개인별 성향 파악, 일대일 면담, 사무실 환경, 출퇴근 거리 등등, 대표가 해야 하는 일 중 가장 중요한 게 동기부여 아닐까 싶다.  

나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꼭 개인별 면담을 해서 고충을 듣는 편이고, 분기에 한 번씩 회사가 나아가는 방향에 대해 논문 형식의 글을 발표하고 그걸로 토론한다. 그리고 각자 가지고 있는 개인적인 목표에 대해서 듣고, 그 방향과 회사의 방향을 최대한 비슷하게 만드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셋째, 스톡옵션을 나눠야 한다. 적은 급여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스톡옵션을 지급하지 않는다면 급여를 최소 중소기업의 수준까지 맞춰주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스톡옵션을 회사의 발전이 개개인의 금전적 보상과 직결된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위에서 말한 동기부여에도 약간의 도움은 된다.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 스톡을 막 퍼줄 수는 없는 노릇이니) 

나는 현재까지의 멤버 9명에게 작은 분량이라도 스톡옵션을 모두 지급하거나 약속하였다. 앞으로 그럴 것이다. 



기업 경영에 왕도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적어도 기존의 산업 구조를 혁파해 보겠다는 의지를 가진 스타트업이라면, 당연히 기존의 기업 문화 구조도 혁파할 줄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절대 좋은 인재들을 지킬 수 없고, 좋은 인재들은 채용할 수 없다. 나아가서 그런 스타트업은 성공할 수 없다. 


사족을 좀 달자면, 우리나라의 스타트업들이 급여를 맞춰주지 못하는 데에는 투자 구조의 탓도 크다. 인건비로 투자금을 쓰기가 쉽지 않고, 전체 투자금 자체도 미미한 수준이니, 스타트업에서 직원의 급여를 맞춰주기가 당연히 어렵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스타트업을 하기 대단히 어렵다. 

그러니 이 글을 읽고 고민하는 예비 창업가라면 때려치는 걸 진지하게 고려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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