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간 클럽하우스 후기
일주일간 클럽하우스를 즐기며 가볍게 생각한 것들
'같은 회사 팀장님이 근무 중 접속 중인 것을 보게 된다. 반대로 그도 나를 보겠지. 조용히 서로 로그아웃을 한다.'
인간관계는 크게 Friend, Family, Love, Career 4가지로 이뤄지는데 그중 특히 Career는 다른 3가지와 섞이기 힘들다. 흔히 말하는 공과 사의 구분. 그런데 IT 비즈니스 인력 베이스로 성장한 클럽하우스는 여기에 딜레마가 생긴다.
클하의 코어 타겟 중 하나는 지식 셀럽 층인데 그 셀럽들을 우르르 따라오는 팔로워들은 그들에게 실시간 활동을 감시당한다는 인상을 준다. '마케팅'으로 유명한 셀럽이 일반 '성대모사 방' 같은 곳에 발을 들이긴 부담스럽지 않은가? 곧 '마케팅'에 대한 인사이트를 기대하는 팔로워들이 우르르 따라오며 실망감과 부담감을 선사할 것이다.
이러한 투명성의 스트레스는 우리 엄빠가 '우리 딸 클럽하우스 해?'라고 할 때와 '내 전남친이 멋모르고 나를 팔로우했다고 알림이 올 때' 그 정점을 찍으리라. 물론 클하는 전화번호에 기반해 내 딸과 전여친을 추천 팔로우 리스트로 친절히 제공해줄 것이다.
해결책 : 내 상태 비공개 옵션(섹시하지 않아서 비추천), 다중 계정 제공(추천)
중독적인 서비스는 사람들을 행동하게 하고 가변적으로 보상을 주고, 다시 투자하게 만들어 이를 계속 반복하게 만든다. 계기-행동-가변적 보상-투자-다시 계기-.... 이를 훅 모델이라 하는데, 인스타를 예로 들면 사진 업로드-좋아요 및 팔로워 증가-사진 업로드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무의식적 습관으로 변해간다. (넷플릭스의 소셜 딜레마에도 나오는 내용)
그런데 아쉽게도 클하는 일반인들을 '훅 모델'로 진입하게 만들기가 상당히 어렵다. 우선, 지식 셀럽들에 의해 탑-다운형으로 서비스가 움직이기 때문에 방에 참여하거나 방을 개설하는데 눈치가 생기며 스스로 묻게 만든다. '내가 만들어도 되나?'.
설사 일반인이 방을 만들어도 지인 베이스가 아닌 이상 참가자 0의 FOMO(두려움), 참가자가 와도 운영의 FOMO가 생긴다. 또한 내가 열심히 방 운영을 해도 팔로워 수 증가 외 특별한 가변적 보상이 존재하지 않는다(인스타나 페북은 콘텐츠라도 쌓인다)
클하의 훅 모델은 지식 셀럽들의 수익화 또는 영향력 확대(기업 PR 포함)를 한 축으로, 또 반대로 일반인들은 지식의 축적을 한 축으로 훅 모델에 진입하게 해야 한다.
해결책 : 모더레이터 수익화(콘퍼런스 입장료 모델, 별풍 모델), 방송 녹음본 내 프로필에 표시(클럽하우스의 엣지인 휘발성이 제거되기에 글쎄..), 신규 정보 콘텐츠 지속 제공(3항과 연결)
몸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IT 이야기도 1주에 2~3번이면 지루하다.
개인적으로 클하를 매우 오래 써보진 않았지만 이제 이 시간에 어떤 대화방들이 있는지 충분히 예측 가능해졌다. 예측 가능해진다는 것은 곧 지루해진다는 걸 의미한다. 성대모사/노래방/교육 등 콘텐츠의 수평적 확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익숙하지만 새로운' 콘텐츠들이 앞으로 적절한 빈도로 잘 채워질 수 있을까?
SNS의 큰 디멘션 중 하나는 '실시간-비실시간'이며, 또 하나는 '지인-비지인'이다. 비지인 베이스 클하의 향후 성장 동력은 끊임 없는 News의 제공과 지식 셀럽들의 결합이라 본다. News는 말 그대로 New(새로운 소식)의 복수형.
해결책 : 기업 계정 오픈 및 채널 제공(가장 먼저 저녁 9시 뉴스부터 클하로 제공, 2항과 연결). 트위터의 트렌딩&네이버의 실시간 인기 검색어와 같은 Trending 제시, 대화방 해시태그(다양한 대화방의 확장, 큐레이션, 접근성 강화)
인스타그램을 키운 8할이 가슴(Boob)이요, 페이스북을 키운 원동력은 관음증이다. 인간의 사회를 담는 SNS에 섹슈얼리티는 필수불가결하다.
태생적으로 클하는 오디오 미디어 한계 때문에 이러한 섹슈얼리티를 표출하기가 참으로 어렵다. 이는 지적 채움으로는 다 채워지지 않는 결핍을 주며, 도파민(욕망의 뇌 호르몬)의 종말을 의미한다.
해결책 : 프로필 사진 업로드 기능(틴더처럼 몇 장이면 충분하다. 동영상이어도 좋다), 오디오 프로필 업로드 기능(오디오 스트리밍의 엣지를 지키며 색다른 재미를 줄 수도..)
지금이야 '신규 유입'이 클하의 성장 동력이지만 곧 클하의 향방도 여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처럼 '재방문율'로 결판이 날 것이다. MAU 3억의 트위터가 되느냐, MAU 27억의 페이스북이 되느냐. 그리고 위 이유들이 거기에 큰 몫을 하리라 본다.
현재 클하의 엣지는 '실시간', '지식 셀럽', '오디오', '휘발성' 4가지 특징으로 추릴 수 있는데 이를 유지하며 특화하면 브랜드 엣지는 강력하지만, 대중성은 떨어진다. 이땐 핀터레스트나 트위터처럼 버티컬 소셜 네트워크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본다.
창업자의 성향에 따른 속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투자자의 입김과 주변 기대치를 포함해 스타트업에서 스케일-업은 필수 불가결하다. 따라서 클하는 위 요소들을 하나씩 제거해나가며 대중성은 넓히되, 브랜드 엣지는 유지하려 무진장 A/B 테스트를 해볼 것이다.
머지 않아 클하는 미래에 트위터의 140자 제한 해제처럼, 위 엣지들 중 몇 가지가 제거되며 틱톡처럼 Major SNS 후보군에 올라가지 않을까.(아마 '실시간'과 '지식 셀럽' 2개의 엣지만을 남기지 않을지)
그 때가 되면 자생할지 피인수당할 지는 모르겠지만, Next Major SNS(Facebook, Instagram)가 되냐마냐로 피터지게 페이스북과 경쟁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