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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여름 Dec 22. 2023

진로진학 토크 콘서트를 하다

진로진학 토크 콘서트를 하다


  어제 올해 마지막 중학교 강의를 갔다. 한 학년에 5개 학급이 있는 아담한 규모의 중학교. 작년에 학생 대상 강의를 할 때 듣는 태도가 정말 좋았던 학교다. 한 달 전에는 이 학교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강의했는데 학생들에게도 필요하다고 요청이 와서 또 가게 되었다. 


  이번 강의는 1시간 정도 압축해서 진행하고 이후에 개별 질문 있는 친구들과 개별 상담을 짧게 진행하기로 했었다. 1시간 10분 정도의 강의는 너무 즐겁게 진행됐다. 집중도 잘하고 반응도 좋았다. 문제는 강의가 끝나고 생겼다. 


  개별 질문 친구들을 조사하는데 150명 쯤 되는 녀석들 중에 60명이 넘게 손을 들었다. 개별 상담을 하면 끝이 없을 수의 아이들. 그러나 인원이 많다고 질의응답을 안 할 수가 있나. 


  그렇게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진로진학 토크 콘서트가 시작됐다. 


  일단 너무 개인적인 질문은 이메일로 받기로 했다. 보통 강의 가면 이메일 공유는 절대 하지 않는데 질문하겠다고 모인 60여명의 귀여운 눈들을 피할 수가 없었다. 


  아주 사적인 내용을 이외의 질문을 하면, 해당 학생을 포함해 전체에게 답변을 하는 형식으로 질의응답을 시작했다. 초반에 조심스러워 하던 아이들은 한두 명이 질문을 하기 시작하자 너도나도 손을 들었다. 그렇게 강의 시간을 한참 넘겨 아이들이 종례를 받으러 가야하는 시간까지 진로진학 토크 콘서트가 이어졌다. 


  생각보다 입시에 대한 고민이 깊은 친구들이 많았다. 이미 입시 제도에 대해 많이 아는 녀석들도 있었다. 잘 모르는 영역에 대한 호기심도 많았다. 용기를 내서 자신의 부족한 점을 드러내고 보완점을 묻는 친구도 있었다. 과학중점반에 대한 고민, 기숙사에 대한 고민, 연기학과에 대한 관심, 종합 전형에 대한 궁금증, 국어 공부 방법 등등.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아이들은 많이 알고 있었고, 많이 알고 싶어했고, 적극적이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묻고 답했다. 너무 즐거운 경험이었다. 온갖 영역에 대한 즉문즉답. 내 답변에 집중하는 꼬마들을 보며 오히려 내가 힘을 얻는 시간이었다. 아마 그 아이들에게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시간이 되었으리라. 


  강의와 질의응답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며 내년을 생각했다. 이런 토크 콘서트 형식을 내년 고1 신입생들과 함께 하면 어떨까? 입시에 관심 있는 친구들을 모아서 미리 질문을 받고 그에 대해 대답하는 형식. 미리 질문을 받으면 아이들 보는 앞에서 손을 들고 자신을 드러낼 필요가 없으니 더 내밀한 이야기들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고2 보다는 고1 아이들이 더 궁금한 것도 많을 테고. 



  역시나 강의는 생물이다. 살아 움직인다. 어디로 뻗어 나갈 지는 나도 잘 모른다. 그러나 여전히 재밌다. 내년에 새로운 형식의 진로진학 토크 콘서트로 한 발 더 나아가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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