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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욘드 Aug 06. 2018

유럽 배낭여행 15일을 함께한 인솔자의 출장 여행기

1편. 프롤로그

2016년 여름 여러 회사를 두루 거치면서 15년 동안 내 삶의 일부였던 여행사 직원이라는 회사원의 타이틀 던지고 대한민국 최남단, 남들은 가고 싶어 안달이 난 제주도로 쓩 날아왔다. 아니 배를 타고 왔으니 날아왔다는 표현은 그런가??


막연히 무엇을 먹고살아야 할지 생각하면 온 이곳 제주는 해피 해피한 시간이었던 관광객 놀이가 끝나는 한 달 이후에는 철저히 서울과 똑같은 모습으로 바뀐 잔인한 삶의 터전이 되었다.


쫓기는 시간이란 존재는 있지만, 딱히 할 일은 없고, 그러다 보니 머릿속은 태어나면서부터 기억이 나는 한 줌의 흔적부터 제주도로 내려오기 전날까지의 모습이 계속 회자가 되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서귀포 송악산에 바라본 산방산과 용머리 해안가-이제 이런 풍광이 아름답게만은 보이지 않는다.

여행사 직원 일은 그만뒀다지만 15년간 쌓아놓은 인맥 덕분인지, 간혹 여행사에서 일하는 지인들로부터 뜻밖의 의뢰를 받았다.

"인솔자로 유럽 출장을 다녀와 줄 수 있니?"  
포르투칼, 코임브라에 흐르는 몬테구 강변, 처음 본 도시였지만, 가슴에 남아 있다.

이 제안을 받은 건, 제주의 삶이 조금은 버겁고 지루했던 2년 차 겨울이었다.

언젠가 여행전문가로서 인정받겠다는 열정으로 15년간 내 청춘을 바쳤는데, 이렇게 연락을 받으니 조금이라도 내 경력을 인정받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여행사 직원으로서가 아닌 과거 여행사 경력을 가지고 있는 제주살이를 하고 있는 즉, 現 제주도민이 느끼는 유럽은 어떤 곳일까?

또 이렇게 다녀온 출장에서의 느낌을 글로 담아 보면 어떨까??

그래, 그래도 여행사 직원이었던 내가 가졌던 경험과 바람들을 담은 나만의 유럽 여행기를 써본다.

아니, 유럽 출장 여행기를 써보려고 한다.




흔히, 해외여행을 담당하는 여행사 직원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듣는 말은,


와~ 외국 많이 가시겠어요? / 어디가 좋아요??


가장 난감한 질문이지만, 이런 생각 때문에 여행사에 취직하려는 이들을 많이 보았다.

이러한 이들이 일을 하면서 여행업에 익숙해지면 계속 일을 하겠지만, 여행에 미치면 대부분은 회사를 때려치우는 일이 다반사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난 내 밑의 직원이 너무 여행을 좋아하면 많이 신뢰를 하지 않았다.

왜냐면, 그건 회사를 금방 둘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럼 여행사에 일하면 외국을 많이 갈 기회가 있을까?

어떤 부서에서 어떤 일을 맡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래도 여행사 직원이 출장을 가게 되면, 어떤 일로 출장을 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알려야 할 것 같다.


1. 상품개발을 위해 현지를 답사하는 경우

스페인 마드리드 근교, 톨레도의 전경

말 그대로 여행 상품을 기획하거나 진행되고 있는 여행상품의 피드백을 위해 출장을 가는 경우를 의미한다.

아마도 가장 바라는 출장의 형태가 되겠지만, 기회가 많은 편은 아니다.


작은 여행사의 경우에는 사장님이 직접 가는 경우가 많아 직원들의 부러움과 사장님이 없는 행복감을 느끼는 순간이다. 이때, 직원들끼리 회식도 많이 하는 편이다.


직원이 출장 가기 전에 회사에서는 방대한 기획서를 요청하고 출장 후,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요청한다.

그래도, 이런 경우, 거의 혼자 가는 경우가 많다 보니, 현지에 있는 동안은 행복 그 자체일 수도..


2. 항공사나 해외 관광청의 팸투어에 참가하는 경우

팸투어란-Familiarization Tour란 말의 준말로-사전답사 여행이란 뜻이나, 보통은 항공사의 신규 취항으로 인해 지역 홍보나, 관광청에서의 지역 홍보를 위해 여행 관련 업체 직원들-여행사, 항공사, 기자들-을 초청하는 것을 의미한다.

스페인 산티아고에서 바르셀로나로 이동할 때 탑승 한 브엘링 항공기

해당 항공사나 지역 담당자가 출장을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1번에 비해서는 일정이 정해져 있어서 준비과정이 없어 편하다.

그렇다고 편안하고 즐거울까???


성격에 따라 현지에서 현지 담당자(외국인)와의 회의, 식사 및 팸투어 일행들과의 사교활동으로 인해 자치 여행 같았던 출장이 불편한 가시방석이 될 수도 있다.  

긴 저녁 식사에 외국인 앞에서 꾸벅꾸벅 조는 모습, 은근 창피하다.


3. 여행상품으로 인해 여행객들을 모시고 해외로 나가는 경우

전형적으로 일로 출장을 가는 경우인데, 이 경우에도 지역적인 특성이 있어 한 가지로 규정하기 어렵기에 이에 대해서는 별도로 설명하는 것이 좋겠다.




보통 여행사에서 상품이 구성이 되면, 여행의 성격에 따라 여행사에서 그에 맡는 인솔자를 섭외한다.


여행 성격은 어떤지(패키지인지 배낭여행 같은 자유여행인지), 고객층(가족, 학생, 회사 단체 등), 지역 등 여러 가지 조건에 따라 그에 맡는 인솔자가 결정이 된다.


미리 구성된 여행 상품의 경우, 상품 기획단에서 준비된 인솔자들이 있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으나, 간혹 기획 상품으로 의뢰를 받아 여행 상품을 꾸리다 보면, 의뢰업체의 구미에 맞는 인솔자를 구하게 된다.

(인센티브 팀이라 부르며 보통은 외뢰처에서 복수의 여행사로부터 견적을 받은 뒤 한 곳을 선정)

이탈리아 피렌체의 미켈란젤로 언덕에서 피렌체 시내를 바라보며 사진을 찍는 학생들

이번에 갑작스럽게 인솔자로 섭외된 이유는, 단체 배낭여행인에 패키지 전문 인솔자를 섭외하였기에 학교 측에서 급하게 변경 요청을 하였기 때문이었다.


내가 꾸려갈 상품은 ① 국제선 유럽 왕복 항공권 ② 일정상 호텔(2인 1실 기준, 조식 포함) ③ 도시 간 이동 교통수단(대형버스와 유럽 내 저가항공)이 포함이 되으며, 학교 측 책임자 선생님(이후 인솔 선생님으로 칭함)과 나까지 총 32명이 출발하게 되는 여행 일정이었다.


일반 패키지여행이라면 현지에서 가이드 서비스가 있어서 인솔자는 현지 가이드한테 고객을 잘 인계하는 것이 가장 큰 역할이라면, 배낭여행에 있어서는 모든 여정의 컨트롤을 해야 하기 때문에 책임감이 무거운 역할인 것이다.




이번 출장에 있어서 가장 큰 복병은 바로 인솔 선생님의 존재였다.

일반적으로 배낭여행의 인솔자는 도시 간 이동 및 숙소까지 여행객을 안전하게 모셔가는 것 까지로서 그 역할을 마치게 된다.


숙소까지 도착하게 되면, 그다음부터는 인솔자에게도 자유시간이 주어지는데, 이때 전체적인 일정을 정리하면서 휴식을 취하고, 혹시 모를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는 것인데,

이번 출장에 있어서는 인솔 선생님과 하루 일과가 끝날 때까지 가급적 같이 있어야 하는 최대의 난관이 있었다.


즉, "을"인 내가 "갑"중의 "갑"인 인솔 선생님과 하루의 대부분을 같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솔 선생님 그리고 학생들과 함께 새해를 맞이 했던 스페인 바르셀로나 스페인 광장에서..

이번 출장 여행기에는 기본적인 유럽 여행 이야기도 있겠지만, "갑"인 인솔 선생님과 "을"인 인솔자 나의 하루하루의 숨 막히는 긴장 속에 펼쳐지는 미묘한 신경전도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 속의 이야기로 작성될 예정이다.




자! 이번에 소개할 출장 여행기는, 대학생 30명을 인솔하고 갔었던 “이베리아 반도+남프랑스+이태리 일주 15일”의 출장의 기본 내용이다.

 

1. 개요 

모 대학교 자연과학부 서유럽 탐방단


2. 인원 

30명의 학생과 1명의 교직원


3. 기간 

2017년 12월 26일~2018년 1월 9일(15일간)


4. 방문 지역

마드리드(2, 톨레도)-살라망카-리스본(2, 로카곶, 신트라)-코임브라-산티아고(1)-바르셀로나(2, 몬세라트)-니스(1, 칸)-에즈-모나코-밀라노(1)-베네치아(1)-피렌체(1)-로마(2)

※ 괄호는 숙박일을 의미

※ 이동은 전용버스를 이용하나, 장거리인 경우, 유럽 내 저가항공을 이용(총 3회)


5. 이용 항공 

대한항공 직항 이용-마드리드 In / 로마 Out 일정


먹는 이야기가 빠질 수는 없겠지? 모나코에서 맛 보았던 에스카르고


다음 편에는, 출장 준비과정 소개부터 시작하도록 하겠다.

부디 많은 관심과 응원 바라면서..


늘 그리움을 간직한 "Beyond"

to be continued..


* 본 콘텐츠는 kakao 클래스 멘토링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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