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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고 Feb 09. 2021

사진으로 글쓰기 1. 『동물 농장』 2021

feat. 『아기돼지 삼형제』

벽돌집 거리

* 사진 한 장을 보고 떠오르는대로 글을 써 보는 기획입니다



"우리 도시에서는 왜 아직도 벽돌로만 집을 지어야 하는 걸까?"

베이브가 말했다. 스노우볼은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뭐... 너도 그 삼형제 전설 알잖아? 셋째가 벽돌로 집을 지은.."

"알지. 첫째의 지푸라기집은 바람에 날아갔고, 둘째의 나무집은 불에 타서 무너졌고, 셋째가 지은 벽돌집만 늑대의 공격에서 무사했다는거. 그런데 그 이름도 전해지지 않는 삼형제 때문에 우리가 아직도 벽돌로 집을 지어야 하는거야? 심지어 길바닥도 벽돌이야. 이건 변태적인 수준이라고." 베이브는 스노우볼의 말을 끊고 열변을 토했다.

"하긴 그건 그래. 발굽에 껴서 걷기도 힘든데 말야."

"심지어 늑대들은 이제 탱크같은 것도 만들잖아? 벽돌집이 포탄까지 막아줄 수는 없어. 이제 삼형제 전설은 그냥 옛날 이야기일 뿐이야."

"그래도 우리 도시가 벽돌을 팔아서 먹고 살잖아. 흙을 퍼오는 사람부터 벽돌을 빚는 사람, 굽는 사람, 파는 사람, 벽돌 전문 운반꾼에 미장이에... 이 일에 관련된 분들이 수도 없이 많아."

"아, 맞아. 너희 아버지가 벽돌 공장을 하셨지? 며칠 전에 시장님이 7계명에 새로운 항목을 추가할거라고 하던데, 되면 좋아하시겠네."

"그게 어떤건데?"

" '키보다 큰 모든 것은 벽돌로 만들어야 한다.' 얘, 냉장고나 자동차도 이제 벽돌로 만들어야 할 판이야."
"와, 아버지가 정말 좋아하시겠는걸? 벽돌을 더 많이 만들어야겠다!"

"그러게... 내가 축하드린다고 전해드려."


베이브와 스노우볼은 계속 함께 걸었다. 곧 골목길을 벗어나 번화가로 들어섰다. 길거리에서는 연말을 준비하기 위해 각종 크리스마스 장식과 조명을 설치하고 있었다. 베이브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스노우볼아. 너희 아버지가 시장님하고 친하시지?"

"아, 나폴레옹 아저씨? 맞아. 우리 집에서 몇 번 저녁을 먹기도 했거든."

"그런데 그거 아니? 나폴레옹 시장님은 콘크리트로 지은 집에 사신대. 그런 집은 철근이 뼈대 역할을 해서 포탄을 막을 수 있다나봐."

 "그래? 하긴 아저씨네 집은 옆 도시에 있거든. 그 쪽은 꼭 벽돌로 집을 짓지 않아도 되니까."

"그러니까 말이야. 역시 나는 벽돌만 써야 한다는 7계명은 이상하다고 생각해. 철근과 콘크리트는 다른 도시 모두가 쓰고 있는데 우린 만져 본 적도 없잖아? 만약 그보다 더 좋은 것이 나와도 우리는 벽돌로만 집을 짓고 있을거야. 지금 늑대들과 화해를 했다고는 하지만 솔직히 조금 불안하기도 하고."

"음, 그래? 하지만 난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꾸며놓은 벽돌집 거리를 걷는게 너무 좋은걸. 한번 봐, 베이브. 얼마나 예쁘니? 이 풍경을 보러 관광객이 엄청나게 몰려오잖아."

"그렇지, 그런데 예쁜 것도 좋지만..."

"아, 맞아. 너희 아버지가 여행사 하시잖아. 이 거리에 벽돌집을 부수고 콘크리트 집을 지으면 그래도 여전히 이렇게 예쁠까? 난 분위기가 많이 달라질거라고 생각해. 관광객이 뚝 끊기는건 물론이고. 그래도 괜찮겠어?"

"..."


베이브는 침묵했다. 둘은 아무 말도 없이 조용히 거리를 걸었다. 거리는 여전히 부산스러웠다. 아직 크리스마스 장식을 달고 있는 중이었지만 규모로 보았을 때 작년보다 더 웅장하고 멋진 거리가 될 것으로 보였다. 스노우볼은 신이 난 듯 빠른 걸음으로 앞서 걸어 나갔다. 즐거운 표정으로 곳곳의 장식을 둘러보던 스노우볼은 뒤 돌아보지 않은 채로 베이브에게 말했다.

"장식을 보니 올해는 더 많은 관광객이 올 것 같아. 요즘 아버지는 투어 준비로 엄청 바쁘시지 않니?"

"아, 그렇지. 많이 바쁘시지..." 베이브는 말 끝을 흐렸다. 그리고 잠시 후 무언가 결심한 듯 말을 이어갔다.

"음... 스노우볼아. 방금 생각났는데, 우리 아버지도 시장님을 한 번 뵙고 싶으신가봐. 너에게 부탁해서 한번 저녁식사를 함께할 수 있을지 물어봐달라고 하셨거든."

"와, 정말이니? 안그래도 나폴레옹 아저씨도 너희 아버지 말씀을 한번씩 하시더라! 틀림없이 아주 좋아하실거야. 내가 한번 여쭤볼게." 스노우볼은 밝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베이브는 수줍은 목소리로 고맙다고 하고는 다시 벽돌집 거리를 바라보았다. 스노우볼은 여전히 장식을 구경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베이브의 눈에도 이 거리는 아름다워보였다. 베이브는 장식을 모두 설치하면 얼마나 더 멋져질지 상상하며 스노우볼의 뒤를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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