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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고 May 06. 2020

'투자'가 두려운 당신에게 (feat. FIRE족)

월급 +@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일을 해야 할까?


돈을 벌고 있지만 돈을 벌고 싶다.



30대의 대화 주제는 20대의 그것과는 물씬 다르다.

대학교에 다닐 적에는 진리의 상아탑에 몸 담은 여느 학생들과 같이 삶의 의미에 대한 고찰이나 세계 평화를 이룩하는 최속의 방법 등을 토론하곤 했지만(물론 PC방에서 했다), 김광석의「서른 즈음에」를 가슴으로 부르고 난 후인 요즘의 대화는 한 층 현실세계에 발을 딛고 있다.


대화 주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단연 돈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20대에는 아무것도 아니었기에 무엇이든 될 수 있었다. 그래서 흐릿하긴 하지만 내 앞날에 대해 꽤 멋진 상상을 할 수 있던 시절이기도 하다. 하지만 슬슬 직장을 가지고 일정한 월소득이 생기면서 앞으로의 삶의 윤곽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내가 이 회사에 계속 있으면 어떻게 될지는 저 앞자리에 앉아있는 부장님을 보면 대충 알 수 있다. 고급 브랜드의 카디건을 입을 수는 있지만 이렇게 좋은 날, 나 같은 신입사원과 야근을 하겠구나. 월급도 얼마쯤 받을지 대략 감이 잡히고 나의 미래 cashflow가 자연스레 계산이 되면서 이대로는 어느 특정한 을 넘을 수 없다는 것도 깨닫는다. 직장인, '월급쟁이'는 넘을 수 없는 그 어떤 선.


그 선에 만족하는 사람은 그대로 행복한 인생을 살면 되는 것이지만 나를 비롯한 어떤 사람들은 그 선이 그어져 있다는 것이 썩 만족스럽지는 못하다. 그래서 고민한다. 어떻게 월급 이외의 '+@'를 만들 수 있을까?




부업을 해야 하나..?



처음엔 스몰 비즈니스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원래 스타트업을 경험해보기도 하여 관심이 많았고, 유튜브를 보면 직장을 다니면서 할 수 있는 비즈니스에 대해 소개하며 '당신도 할 수 있습니다!'라고 용기를 북돋워주는 분들도 많이 계시더라. 플랫폼이 일상화된 2020년에 직장인이 본업을 포기하지 않고 시도할 수 있는 스몰 비즈니스는 여러 가지가 있다. 당장 떠오르는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을 적어보자면,

크몽, 배민 커넥트 등에서 시간을 쪼개 N잡을 하기도 하고 

에어비앤비로 방을 빌려주기도 하고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직접 물건을 소싱/판매하거나 

유튜브의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분하기도 한다. 

 

우선, 크몽/배민 커넥트처럼 Gig worker가 되는 것은 내가 들이는 시간과 소득이 너무 정직하게 정비례한다는 것이 마음에 안 들었다. 이런 부업으로는 150%의 월급쟁이가 될 뿐, 결국 다시 월급쟁이가 아닌가? 에어비앤비도 마찬가지의 이유로 기각했다. 이것으로는 그 '선'을 넘을 수 없기에 월급 +@를 노리는 원래 목적에 맞지 않았다. 


스마트스토어로 직접 장사를 하거나, 유튜버가 되어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투입 리소스 대비 초과수익을 노릴 수 있는 비즈니스다. 한 번 도전해볼까 하는 생각 해봤지만 마음에 걸리는 것이 몇 가지 있었다.


우선 처음에 쏟아야 하는 리소스가 많다. 기약 없는 수익을 위해 먼저 시간과 돈을 써야 한다. 유튜브에 영상이나 하나 찍어 올릴까 해도 기획하고, 촬영하고, 편집하는데 들 시간에 눈앞이 먼저 막막하다. 스마트스토어에서 장사를 하기 위해 상품 소싱/유통/마케팅에 들어가는 리소스는 시간뿐만 아니라 금전적인 투자도 필요하다. 

 

만약 잘 돼도 문제인 것이, 이와 관련된 트렌드가 점점 더 빠르게 변한다. 트렌드를 파악하고 그에 대비하는데도 지속적으로 큰 리소스가 들어가며 특히 본인이 해당 분야에 흥미가 없다면 그것을 위한 시간은 직장을 다니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지난한 시간이 될 수밖에 없다. 또 만약의 만약에 엄청나게 잘돼서 회사에서 알면 어쩌지? 만약 내가 다니는 직장에서 겸업 금지 의무를 걸고 금지시킨다면... 나는 한없이 약해질 밖에.


그리고 요즘은 플랫폼 없이는 독자적인 수익활동을 하기가 쉽지 않다. 자연히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도 높아져서 플랫폼의 정책을 어긴다거나, 다른 경쟁 플랫폼이 급격하게 성장한다거나, 혹은 플랫폼이 없어지기라도 하면 내가 힘들게 쌓아 올린 소득에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본업이라면 실업급여라도 받겠지만 이건 쏘주 한 잔에 털어야지 별 수 있나.


즉, 부업이라는 것은

1) 리소스를 쏟아서 많은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수익을 얻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2) 수익을 얻는다고 해도 수익을 지속하기 위해선 계속 리소스를 들여야 한다.

3) 타의로 인해 그만둬야 할 가능성이 있다.

3-1) 이미 투입된 리소스는 매몰비용이 된다.


와 같은 결론을 내렸다. 물론 개인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내게는 너무 먼 길로 보인다.

그렇다면 내 월급의 +@는 어디서 얻는단 말인가..?


 


FIRE족은 왜 투자로 돈을 벌까?



그러던 어느 날, FIRE족(Financial Indefendence, Retire Early)이라는 개념을 접했다. FIRE족은 몇 년 전부터 서구권에서 YOLO 이후 유행하고 있는 삶의 방식 중 하나이다. 이름만 보면 엄청 화끈한 생활을 할 것 같지만 영어 해석 그대로 경제적 독립과 빠른 은퇴를 목적으로 하며, 보통 근검한 생활로 목돈을 모아 40대 전후에 은퇴를 선언하고 모아둔 돈을 운용하면서 생활하려 하는 사람들을 칭한다. 보통 FIRE족을 논할 때 목돈을 모으기 위한 근검한 생활에 많이 집중한다. 연봉 1억 이상의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는 사람들이 유통기한이 임박한 떨이 식품을 사 먹고 낡은 공동주택에 살며 아침에 걸어서 출근하는 것은 콘텐츠로서 소비되기 좋은 생경한 모습이긴 하다. 


파이어족 절약 사례



하지만 FIRE족의 모습에서 집중해야 하는 점은 '어떻게 돈을 아끼나'가 아니라, 이들이 이렇게까지 해서 달성하고자 하는 진짜 목적이다. 경제적 자유와 빠른 은퇴는 수단일 뿐이고 진짜 목적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이다. FIRE족은 자신이 다니는 직장에서 자아실현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최대한 빠른 은퇴를 달성하여 그 이후에 자신의 삶을 찾기 위한 움직임이다. 사실 모두가 가슴에 품고 사는 그 꿈을 현재를 조금 희생해서 최대한 빠르게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내가 FIRE족을 접하고 나서 든 생각은 'FIRE족은 왜 투자를 통해 은퇴 이후의 삶을 영위하는가?'이다('빨리 은퇴하고 놀러 다녀서 좋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긴 했다FIRE족이 은퇴 이후의 경제적 자유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수단이 바로 투자이다. 언뜻 생각하면 디지털 노마드족 처럼 온라인에 기반한 수익활동을 해도 되는게 아닌가 싶다. 예를 들면 블로그/웹사이트를 운영하거나 프리랜서의 형태로 비정기적인 task를 수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은퇴 후에도 이와 같은 수입원을 계속 유지하는 FIRE족도 있긴 하지만 절대 투자를 빼놓고 은퇴계획을 세우는 FIRE족은 없다. 왜? 투자의 어떤 이점 때문에 이렇게 하는걸까? 

FIRE족의 입장에서 투자의 장점을 생각해보면 크게 어려운 문제가 아니었다. 이 장점을 생각해보고 난 후 내 월급의 +@는 투자를 통해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투자의 장점


FIRE족이 경제적 독립을 위한 수단으로 투자를 선택하는 것이 어찌 보면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경제적 독립을 위해 가장 경제적인 행위를 해야 한다니, 감옥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감옥을 가장 잘 알아야 하는 법이다.

투자에는 아래와 같은 장점이 있고, 이는 30대 사회초년생인 내가 소득에 +@ 를 만들기 위해 평생 영위해야 할 활동으로 투자를 선정한 이유를 말해주고 있다. 



1. 소득 메커니즘이 없어질 염려가 극히 적다.

그렇다. 갑자기 스탈린이 되살아나 미국을 무너뜨리고 세계를 지배하지 않는 한, 자본주의가 세계의 주요 경제체제인 한 유효한 소득 창출 방법이다. 내가 죽어도 주식시장, 채권시장, 원자재 시장은 건재할 것이다. 어떤 산업이 어떻게 격변하여 많은 직업을 없애고 기존의 소득 공식을 뒤집어엎는다고 해도, 투자로 돈을 버는 방식은 내가 살아생전에는 크게 변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FIRE족이 빠른 나이에 은퇴하여 앞으로 긴 시간의 소득을 투자로 영위하는데 중요한 의사결정 포인트였을 것이다.



2. 적은 리소스 투입으로 학습이 가능하다.

투자는 퍼센티지의 마법이다. 단돈 10만 원으로도 10억 원을 굴렸을 때와 같은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여 이 포트폴리오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 나의 하찮고 귀여운 월급으로도 정말 나중에 10억을 마련하였을 때의 운용법을 계속 학습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책 몇 권이면 업계 최고 전설들의 노하우를 그대로 따라 하거나 커스텀할 수도 있으니, 이런 돈벌이가 또 어디 있을까?

운용 금액이 적을 때는 실수를 하더라도 그만큼 손실이 적다. 큰 실수를 하지 않을 만큼 학습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어차피 유의미한 투자성과를 낼 수 있는 목돈을 모으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하다. 적은 투입으로 수익 메커니즘을 미리 시뮬레이션해보고 잘못된 것을 수정해가며 실제 실행에 옮겨도 된다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3. 적은 리소스 투입으로 운영이 가능하다.

배움은 끝이 없다지만 투자에서는 내가 정하기 나름이다. 일정 이상의 복잡함이나 어떤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면 제외하고 포트폴리오를 꾸리면 된다.

전문 투자자는 장이 열려있는 시간에 하루 종일 트레이딩을 해야 하기도 하지만,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에 따라 분기마다 실적발표때만 매매를 하는 전략을 취할 수도 있고, 평소에는 별 대응을 하지 않다가 특정한 상황에 대처하는 식으로 운용할 수도 있다. FIRE족이 경제적 독립을 이룩한 이유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이기 때문에 운용에 그렇게 많은 시간을 쓰지 않을 수 있는 투자를 선택한 것이고, 이렇게 시간 투입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 내가 직장을 다니면서 투자를 병행할 수 있는 이유가 된다.



4.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보통 투자는 Risky 하다는 것이 보통의 인식이지만, 미래의 확실한 현금흐름을 설정할 수 있는 것은 또 투자 외에는 많지 않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 내가 돈을 벌 수 있을지 없을지를 안다는 것이 아니다. 핵심은 투자에서는 내가 어느 정도의 리스크를 안을지 정할 수 있다.

원한다면 정말 무위험 수익만을 올리도록 설정할 수도 있고, 일정 위험을 감수하면서 초과수익을 노릴 수도 있다. 돈을 잃었다고 해도 내가 어느 정도까지 손실을 감당할 수 있을지 설정하고 그 boundary 안에서의 손실을 본 것이라면 이미 예측했던 결과인 것이다. 포트폴리오 구성을 통해 충분히 통제 가능한 위험을 갖도록 내 자산을 구성할 수 있고, 통제되는 위험은 더 이상 위험이 아니다. 

내가 FIRE족이라면 직장에서 자산을 모을 때는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자산을 증식시켰을 것이고, 은퇴 이후에는 안정적인 삶이 가능하도록 최대한 위험을 줄인 포트폴리오를 운용했을 것 같다. 라이프사이클의 주기에 따라 정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평생 활용할 수익 창출 방법으로서의 투자의 장점이다.




투자를 시작해야 하는 이유



이상의 것들이 내가 투자를 시작한 이유이자 30대 직장인이 투자를 시작해야 하는 이유이다. 

정리하자면 투자는 돈을 벌고 쓰는 이상 평생에 걸쳐 필요한 역량이다. 유의미한 성과를 얻으려면 투자금액이 커야 하지만, 어차피 그 돈을 모으는 데는 시간이 걸리고 그동안 적은 돈으로 작게 실패하며 배울 수 있는 시간도 충분하다. 목돈을 모은 이후의 투자성과를 위해 우리는 미리 학습해두어야 한다.


결국 판단은 본인이 하는 것이겠지만 새로운 항해를 두려워하면 새로운 땅을 발견할 수 없다. 가능성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서라도 투자를 준비해보는 것은 어떨까? 콜럼버스가 그랬듯 미 대륙과 맞먹는 가능성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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