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트 어웨이> - 로버트 저메키스 영화
브런치의 문을 두드리고 나서 첫 발행글의 주제를 '바다'로 골라 보고자 했습니다. 일생 동안 편안함의 극치를 마주했던 적은 매번 바다를 보고 있을 때였습니다. 서울 도시숲 구석탱이 한가운데에서 지내고 있노라면 고향 부산 앞바다를 바라볼 적이 종종 떠오르곤 합니다. 구경 인파가 많이 몰려 있지 않은 아침 시간의 송정 바닷가, 송정에서 이어지는 7번 국도 해안로는 매번 방문할 때마다 심심찮은 위로 그 이상을 줄 때가 많습니다. 편안하고 적막한 감정이 함께 서린 그곳 바다는 눈요기 감으로만 삼기에는 송구스러운 느낌이 없지 않아 있는데, 브런치에 글을 쓰게 된 지금에서라도 그를 조용히 탐구하는 것이 줄곧 위안을 받기만 했던 일상에 대한 보은 방법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바다. 그에 대한 감상들을 여러 곳에서 수집해 보면, 드넓고 웅장한 자태로 자주 묘사되곤 합니다. 고요함 뒤에 숨어있는 표효까지. 독자와 관객은 왜 바다를 다룬 서사에 매료되어 왔을까요. 끝없는 수평선과 망망대해로 펼쳐진 넓은 시야 속에서 근엄한 꾸짖음을 준비하고 있는 듯한 무게감은 거꾸로 인간의 무력함을 부각하면서, 우리들을 효과적으로 두려운 감정에 휩싸이게 만드는 연출이 가능합니다. 인간은 조선술이나 항해술과 같은 약은 수단으로 바다의 기상에 준할 대범함을 표현하기도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난파선과 무인도에서의 처량한 홀로서기는 두려움으로 말미암은 인간의 한계를 낱낱이 고합니다. 이로써 이야기를 읽는 이들은 나약한 모습에서 비롯되는 생존, 후회, 절망, 겸손 등 다양한 메시지를 찾을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바라건대, 나약함을 스스로 발견하는 지점에서 작품의 진가를 깨달을 수도 있을 텝니다.
[바다] 감상문 리스트
# <캐스트 어웨이 Cast Away> - 로버트 저메키스 영화
# <노킹 온 헤븐즈 도어 Knockin’ on Heaven’s Door> - 토머스 얀 영화
# <파이 이야기 Life of Pi> - 얀 마텔 소설
Chuck, Kelly had to let you go. She thought you were dead.
척, 켈리는 널 떠나보내야 했어. 너가 죽은 줄 알았으니까.
Where are you headed?
어디로 가세요?
Well, I was just about to figure that out.
이제 막 알아보려던 참이에요.
무인도에서와는 다르게 모든 게 속전속결인 일상 앞에서 척은 허무함을 느낀다. 기다림마저 그런 것일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