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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린남 Nov 08. 2022

옷장 정리로 삶이 달라질 수 있을까요

나는 누군가가 옷장 정리를 한다고 하면 괜히 설렌다.


내 옷장은 엉망이었다. 그래서 옷장 문을 여는 게 두려웠다. 옷장 문을 열면 기다렸다는 듯이 옷가지들이 내 발 앞으로 쏟아졌다. 자동으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원하는 옷을 꺼내려면 시간이 한참 걸렸다. 어떤 때는 옷더미 속으로 손을 깊숙이 집어넣어 손의 촉감에만 의존해서 옷을 찾아내야 했다. 옷장 문을 닫을 때도 꾸역꾸역 닫았다.


옷 하나 꺼내 입는 일이 고단하게 느껴졌다. 이 고단한 과정이 하루에 두 번 정도 매일 반복됐다. 언젠가부터는 옷장 문을 열기 귀찮고 두려워서 빨래 건조대에 걸려 있는 옷만 입기도 했다. 이런 옷장의 상태를 뻔히 알면서도 나는 또 옷을 샀다. 세일하는 옷을 사고, 유행하는 옷을 사고, 나에게 잘 어울리는 옷이 뭔지도 모르면서 눈길 가는 옷을 몸에 맞기만 하면 샀다. 옷장 상태는 계속해서 악화되어 갔다. 그렇다고 나의 의생활 만족도가 높았던 것도 아니다. 많은 옷을 사고 옷장을 채워두면서도 입을 게 없다며 툴툴거렸다. 그다음에는 또 옷을 살 차례다.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그러던 내가 ‘집안일이 귀찮아서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결심했다. 처음으로 내 옷장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싶어졌다. 당시에 내게 큰 영향을 준 것이 바로 ‘프로젝트 333’이다.‘프로젝트 333’을 통해 옷장 줄이기를 하던 많은 참여자의 정갈한 옷장 사진들을 보고 충격에 빠진 나는 큰 자극을 받았다. 가지런히 놓인 신발 몇 켤레, 한두 개의 가방. 옷과 옷 사이에는 놀랍게도 공기가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게 있었다. 내 옷장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3개월 동안 33개의 아이템이라니! 아무리 3개월 동안이라지만 33개만으로 만족스럽게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그보다 몇 배 이상의 아이템으로도 불만족스럽게 살아왔던 나였기에 더 그랬다. 내가 가진 귀걸이만 해도 수십 개였고, 발이 불편해서 신지도 않는 신발이 신발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으며, 사기만 해두고 방치한 옷과 가방들이 한가득이었다.


하지만 미니멀리즘으로 내 삶을 바꿔보고 싶었던 나는 ‘프로젝트333’처럼 3개월 동안 33개의 아이템까지는 아니더라도 정갈하고 깔끔한 옷장을 가지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옷을 비우기 시작했다. 프로젝트 333으로 정리된 옷장 사진을 보면서 나도 가까운 미래에 ‘작지만 완벽한 옷장’을 갖고 말겠다는 굳은 다짐을 했다.



그로부터 약 4년이 지난 지금, 나는 내가 원하던 작은 옷장을 갖게 되었다! (‘완벽한’이라는 말은 뺐다. 완벽하지 않아도 충분하니까.) 지금 나는 사계절 모든 옷을 합쳐 30벌 남짓의 옷을 가지고 있고, 손목시계 하나, 두 개의 목걸이와 귀걸이 하나, 슬리퍼를 포함한 신발 일곱 켤레, 쓸모가 다른 가방 다섯 개를 소유하고 있다. 모자나 선글라스도 한두 개씩만 남겨두었다.


이렇게 되기까지 거의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 그사이에 나는 나에게 셀 수 없이 많은 질문을 하고 나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기에 결코 그 시간이 지루하지 않았다. 물건을 정리하면서 나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었고, 적은 양의 물건으로도 충분히 만족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프로젝트 333》에 내가 겪은 것과 똑닮은 변화들이 담겨 있어서 어찌나 반가웠는지!


《프로젝트 333》은 미니멀리즘 실전 편이다. 꼼꼼하고 구체적인 제시를 통해 물건 정리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도움을 준다. 비우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나에 대해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갖게 해준다. 정답이 없는 미니멀리즘의 과정으로 자신에게 어울리는 선택과 방법을 찾아가게 안내해준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나는 누군가가 옷장 정리를 한다고 하면 괜히 설렌다. 내가 잘 알지도 못하는 그 누군가가 옷장 정리를 통해 어떤 변화를 얻게 될지 기대되어 심장이 콩닥거린다. 그리고 이제는 누군가가 《프로젝트 333》을 읽는다고 하면 설렐 것 같다. 분명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아주 작은 변화가 시작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으니까.


에린남.







좋은 기회에 코트니 카버 작가의 <프로젝트333>에 추천사를 쓰게 되었습니다. 미니멀라이프 혹은 가벼운 삶을 살아보고 싶으신 분들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 제가 쓴 추천사를 올려봅니다. 
 

☑️에린남이 추천하는 프로젝트333를 더 읽어보고 싶으시다면-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61695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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