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은 처음이라(20)
운전하기 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행동 best3
3위.“백미러가 안보이잖아 뒤로 붙여 앉아봐”
조수석에 앉아있는 나에게, 남자친구가 이 말을 할 때 화가 났었다. 운전을 못하는 사람들은 조수석에 앉으면, 자신만의 역할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 역할 중 하나가 운전을 하는 사람이 지루하지 않게 옆에서 같이 이야기를 나눠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물이 필요한지, 옆에서 간식이 필요하면 간식을 꺼내주거나 하는 조수석의 역할에 충실하다. 그게 교대 운전을 하지 못하다보니, 도와줄 수 있는 최선의 역할 분담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끔 조수석에서 물건을 꺼내려다가, 아니면 대화에 너무 집중해서 하다가 몸을 앞으로 나올 때가 있다. 그런데 어떤 때는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다가, 한 번씩 “백미러 봐야되니까 잠깐만,”이라고 하면서 몸을 뒤로 붙인 적이 있다. 그런데 그게 왜인지 되게 섭섭하게 느껴졌다. 뭐랄까 조수석만의 초라함이랄까, 잘 모르니까 그게 얼마나 중요한 지 모르는 상황이기에 오히려 서운한만 먼저 느끼는 상황인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이제는 운전을 하면서 차선을 옮기거나 할 때에 백미러가 잠깐 안보이는게 얼마나 큰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지를 알고 나니, 아주 예민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라는 걸 알게되었다. 백미러의 기능을 아직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초보에서 많이 업그레이드 된 것 같다. 초보에서 조금 벗어나서 백미러를 보고 있다면, 당신의 운전 난이도는 높아졌다.
2위, “주차권은 왜 입에 물고 있는거야?”
종이 주차권을 내야 하는 지하 주차장이 종종 있다. 그럴 때에는 남편은 종이 주차권을 입에 물곤 했다. 바코드도 있고, 위생상 더러울 것 같은데 왜 물고 있는 것인가 싶을 때가 많았다. 솔직한 말로 연애코치 이런 곳에서 차 후진하면서 팔 거는 것처럼, 운전할 때 남자에게 심쿵하는 순간 베스트에 들어가는 장면 중의 하나가 주차권을 입에 물고 있는 거라고 해서일까. 조금 허세가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운전을 하다보니 주차권을 물고 있는 것이다. 아, 그때서야 알았다. 지하주차장에서는 금방 나가면서 주차권을 내야되니까 손에 들고 있어야되는데, 주차된 차를 빼려면 후진과 전진을 오가며 기아를 계속 바꿔야 되기 때문에 손에 들고 종이를 쥐면 구겨질 것 같았다. 그렇다고 왼손에 꼽기에는 종이라서 떨어뜨릴 것 같고, 주차권 끝을 입에 살짝 무는게 여러모로 효율적이었던 것이다. 남편, 허세라고 비웃어서 미안해
1위, “차 밀리는거 정말 싫어”
운전을 하기 전에는 차 밀리는게 싫다는 말을 이해를 하지 못했다. 초등학교 때에 설, 명절에 가장 기대했던 것은 귀성길의 정체였다. 이런말 하기에는 좀 이상하지만, 귀성길에 차가 밀려있는 상황에서 동생과 차 뒤에서 장난치고 놀면서, 김밥도 먹고 간식도 먹으면서 엄마 아빠랑 이야기하면서 가는게 너무 좋았다. 그리고 가끔 가다가 완전 밀리는 정체구간에는 뻥튀기 아저씨나 옥수수를 파는 곳이 있었다. 그럴 때 창문으로 뻥튀기를 사는 거는 그 어렸을 때의 최초의 드라이브 쓰루였지 않을까. 그런데 운전을 하기 시작하니, 빨간 신호등이 계속 걸리면서 밀리는게 여간 신경쓰이는 일이 아니었다. 완전히 악셀을 밟고 있자니 앞차와의 간격이 신경쓰이고, 중간중간 브레이크를 계속 밝고 가다보니 오랫동안 막히는 곳을 뚫고 나오면 살짝 쥐가 날 정도였다. 이래서 자율주행차가 가장 좋은 게 밀릴 때라는 말이 그냥 나온게 아니구나 싶다. 밀리는 시간을 피해서 운전하고 싶어하는 운전자의 마음을 이제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