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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원 Jun 03. 2024

외롭지 않게


  요즘 이녀석 사진을 보면 그냥 웃음이 납니다. 핸드폰이 좋아지다보니 과거 사진을 자동으로 보여주기도 하니, 간간히 이녀석 어릴적 모습보며 저절로 나오는 웃음을 짓곤 합니다. 오랜만에 이녀석과 있었던 이야기를 해볼까해요.


  자기자랑하고, 보여주고 싶어 "나 좀 봐봐"를 입에 달고, 귀찮을 정도로 함께 하자고 떼쓰는 우리집 막둥이 아들이 3월부터 일주일에 하루 수영을 배우러 다니고 있어요. 보통은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게 하는데, 수영만은 배워둬야 할 것 같아 귀찮아 하는 것을 집요하게(?) 설득하여 다니게 했지요. 그래서 어찌배우고 있나 보러가려고 하니 무조건 안 된다고, 엄마나 아빠가 수영장 오면 관둘거라고 성을 냅니다.


  초등학교 6학년. 자기 친구들과 모일 때도, 공개수업이나 농구경기 할 때, 등하교 시에도 함께하면 그렇게나 좋아했고, 주말에 늦잠을 자거나 쉬고 있으면 놀아주지 않는다고 투덜대며 자기를 사랑하는거 맞나며 따지던 아들이 하는 말이 "아빠는 내가 수영하는데 왜 보러안 와?"가 아니었어요. 구경오지 말라고, 절대 오지 말라고 하는 낯선 상황에 의문이 생겨 생각을 해 보게 되네요.


  배우는 과정을 구경하진 못 했지만, 다니는 중에 계속적인 관심을 보여주었어요. 아들은 처음에 이런 말만 하더군요.

  "가기 싫은데 왜 가라고 했어ㅠㅠ"

  며칠이 지나니 

  "다른 강사는 안 그런데 나 가르치는 분은 무섭게만 해."

  또 며칠이 지나니, 수영수업 불만에 선생님 불만,

  또 며칠이 지나니 오늘은 이런것 배웠다. 또 며칠이 자니니 오늘은 나 이런 것도 했다. 또 며칠 지나니 배영도 했고, 키판도 빼고 혼자 수영했다 자랑을 하기 시작하네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들은 부모에게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수영은 자기 생각대로 실력이 늘지 않고, 함께하는 친구들보다 못하니 부모님을 실망시킬까봐 오지말라고 한 건 아닐까하고요. 자기 생각만큼 수영 실력이 빨리 늘지않고 주변 친구들을 따라가지 못하니 보여주기 싫었던 건 아닐까하고요.

  초6. 뭐든 하면 재잘자잘 자랑할 나이인대 유독 수영하는 날이면 말이 없고, 힘들다고만 하던 아이가  "나 이런것도 했다, 배영도 했고 이것도 했다" 자랑을 하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아이가 먼저 수영 얘기를 하는 걸 보면 조금 실력이 늘었나 싶어요.^^

  결국 자기가 보여주고 싶은 준비가 되면 뽐내고 싶은게 아이 마음 아니, 모든 사람의 마음 아닐까요?


 사람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것이 배고픔의 고통이라고 해요. 그리고 두 번째로 힘든 것이 버림받는 것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굶는 시대는 아니지요. 아이들은 가장 의지하고 사랑하는 부모가 자신의 부족함으로 실망할까봐, 그 죄책감에서 부모에게 버림 받을지 모르는 심리적 압박을 받는다고 하네요. 좋은 모습 잘난 모습으로 부모에게 칭찬과 사랑을 받고 싶은데 그렇지 못해서 힘들어 하고요. 마음과 다르게 부모에게 대들기도 하고요. 아들 모습보다가 이러저런 생각이 들어 긴 글 적어봤어요.


  부모님이 학교 오시는 걸 아이들이 싫어하나요? 그럼 아마도 아이가 부모님을 너무 사랑해서 그런 걸 거예요. 부끄럽기도 하고 실망시키고 싶지 않으니까요.


  부모님이 학교로 자주 오길 아이가 바라나요? 그럼 아마도 아이가 부모님께 관심받고 싶고, 응원받고 싶어서 그럴거예요.


 어떤 상황이던 아이는 잘하는 모습으로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고, 자랑이 되고 싶어하면서 부모님께 관심과 응원을 받고 싶을거예요


  어른의 시선으로보면 아쉽고 어리숙한 부분만 유독 많이 보일 때도 있지요. 아마 우리 어른들도 그 시절 똑같이 그런 어리숙함, 부족한 시기를 살아왔기에 그렇지 않을까요? 가끔 부모님께 물어보면 제가 어릴적에는 더하면 더 했지 덜하진 않았다고 하시네요 ㅎㅎ


  잘 안 되면, 부족하다고 느껴지면, 아마도 본인 마음이 제일 힘들고 아플 겁니다. 안 좋은 생각까지도 하게 되지요. 자기의 삶이니까요.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자기의 삶을 자기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살고 있는 아이들이기에...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간섭과 지도보다는 어른들의 조금 더 긍정의 시선과 응원의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학교에서 아이들, 항상은 아니지만 참 밝고 즐겁게 생활합니다.

  내일부터 연휴가 시작됩니다. 연휴가 끝나면 기말고사 관련 공지가 나갈 예정이고요. 그러면 아이들은 또 부모님과 선생님들을 실망 시키지 않고 싶어서 자기 나름의 고민을 하게 되겠지요. 스트레스도 클거예요. 그러기 전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어떨까요? 연휴 동안 아이와 산책도, 여행도, 맛난 음식도, 혹은 말없이 함께 걸어보기도 하면서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시고, 아이의 욕망을 응원해주는 거죠.^^ 

  못난행동은 잠시 눈 감아주고 모른 척 넘어가주고, 잘난행동은 오버 액션으로 칭찬해주면 아이는 스스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을 거예요.


  현 교황이신 프란시스코 교황 말씀을 전하며 긴 글 마무리합니다.

  "인간은 혼자가 아닐 때 한 사람만이라도 자신을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어떤 위기도 극복할 수 있다."

  

  아이들이 외롭지 않게.

  부모님 실망시켜 드릴까 걱정하지 않게.

  집요하게 칭찬해주시고 수시로 안아주시고 넘어져도 괜찮아~ 하고 응원해 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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