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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nisland Jan 25. 2021

디자인과 디제이의 3가지 공통점

DJ 하는 Designer



디제이를 시작한 가장 큰 이유는..

고등학교 시절 힙합에 빠져 나이키 SB에 40인치 힙합바지를 입고 삭발한 머리에 듀렉을 쓰고 다녔던 추억 속 힙합퍼로써

Designer라는 직업적 정체성과 DJ의 첫 글자 알파벳 D의 라임이 잘 맞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라는 아재 드립을 글에서도 날리는 것을 보니 나도 한 살을 더 먹긴 먹었나 보다...

흠흠

헛소리는 여기까지만 하..


가족 모두가 음악을 참 좋아한다.

어릴 때는 부모님 손에 이끌려 피아노를 배우다 그만뒀었고(이때 업으로 음악을 하는 것은 나에게 맞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고등학교 시절 힙합의 시기를 지나 영국의 락 밴드 MUSE에 빠져서 학창 시절에는 베이스를 쳤었다.

대학교 시절에는 모두가 사용하는 과방에서 이기적 이게도 2.1 채널의 스피커로 당당하고 빵빵하게 음악을 틀면서 나름의 양심과 책임감으로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매번 조금 더 어울리는 다음 트랙을 생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DJ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다고 그 시절에 당장 배우지는 못했지만.) 

집중을 위한 최소한의 공간이라는 글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는데 내가 집중을 하기 위해 필요한 환경을 스스로  만들려고 했었던 것 같다.

어쩌면 대학교 시절의 꽈방이 나의 첫 무대였는지도 모르겠다.

https://brunch.co.kr/@openisland/139


그렇다면 DJ는 무엇인가?

고루하게 DJ의 정의에 대해서 먼저 살펴보자면...

일렉트로닉, 펑크, 하우스, 테크노와 같은 장르의 음악을 연속해서 플레이하는 것로...

연결되는 음악들의 템포를 일정하게 유지하여 이어 붙이는 비트매칭이라는 기본적인 장비 조작숙달이 필하다.

그 외의 다양한 기술적인 조작이나 장비에 대한 숙달이 필요하지만 이후 DJ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곡 센스로 순간순간 변화하는 공연장의 성격, 스테이지의 분위기, 관객의 호응을 캐치하고 즉석에서 적합한 분위기의 곡을 선곡하여 분위기를 이끌어가야 한다.

처음에는 흥미로 시작하였지만 DJ를 하면 할수록 묘하게 디자인과 닮아있는 점들이 보여 몇 가지 정리해보고자 한다.


디제이와 디자인의 공통점 3가지


1. DJ는 음악으로 하는 디자인이다.

공간 디자인이 공간을 구성하는 여러 가지 요소들을 조합하여 하나의 완성된 공간을 만드는 것이라면, DJ는 여러 트랙을 조합하여 하나의 새로운 음악 디자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음악을 선곡하 각기 다른 음악들을 조화시켜 하나의 완성된 플레이 셋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공간디자인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좋은 선곡을 하기 위해서는 현재 플레이 중인 음악의 특성과 공연장의 분위기, 이어질 트랙의 특성을 고려하여 각각의 요소들이 상호 보완하고 조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점이 좋은 디자인을 하는 방법과 비슷하다.


2. 음악과 공간 디자인 모두 공간을 채우는 것이다.

빛, 마감재, 가구와 같이 촉감과 시각으로 느끼는 것들 말고도 공간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 또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소리.

사람이 그만큼 청각보다 시각에 의존을 많이 하고 있어 대부분의 경우 일부러 의식하지 않는 한 있는 듯 없는 듯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공간을 디자인하는 디자이너는 필요와 기능에 사람들의 행동과 동선을 더하여 공간을 계획한다.

같은 맥락에서 DJ는 이미 관객들로 가득 찬 공간에 소리를 채우는 것으로 공간을 완성한다.

디자이너가 동선을 그리고 사용자의 행동을 생각해서 가구와 스위치 같은 사소한 것들의 위치를 그리듯 DJ는 관객과 스테이지의 분위기와 호흡하며 다음 곡을 선곡하는 것이다.

디자이너의 손을 거친 공간이 집, 매장, 호텔이라는 이름이 붙듯이 DJ의 음악이 가득 찬 공간은 더 이상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울림을 전달하는 하나의 악기가 된다.


3. 손, 발맞춰가며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은 서로의 의견을 말하고 들으며 공통된 것을 발견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라면, DJ는 음악을 플레이하는 동안 관객과 스테이지의 분위기와 끊임없이 커뮤니케이션하며 상황에 맞춰 가장 적합한 음악을 선곡해야 한다.

아무리 DJ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이더라도 무작정 본인의 취향만을 따라 선곡하기보다는 플레이를 하는 동안 끊임없이 관객과 스테이지의 분위기, 공연장이라는 공간과 소통하며 어떤 곡을 플레이하는 것이 더 좋을지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그 과정이 의사소통의 방식과 흡사하다


더 나아가 관객들이 예상할 수 있는 당연한 선곡이 아닌 기대를 뛰어넘는 선곡을 하는 것이 센스 있는 DJ라면, 디자이너 역시 클라이언트가 요청한 결과물을 그대로 구현하는 것을 넘어 더 나은 것을 제안할 때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것을 DJ를 하면서 마찬가지로 깨달을 수 있다.




그래서 그러하므로 본업을 벗어난 활동이나 좋은 취미가 본업과 자기 자신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어느 접점에서는 긍정적인 영향을 너머 융합된 무엇인가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 반반의 마음으로 틈틈이 음악을 틀고 들어본다.


연습 트랙들

DJ Set-01 ; Into The Surf (2020.08.10) by SEO-PING

DJ Set-02 ; Night Flight (2020.12.05) by SEO-P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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