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여름 Jul 19. 2022

당신과 오래도록 눈을 맞추고 싶다

겉모습으로 확인할  있는 첫인상을 전적으로 믿는 편이다. 얼굴의 주름을 보면  사람의 지난 세월을 짐작할  있듯, 도서 표지를 보면 내가 흥미를 느낄 내용일지 아닐지 느껴진다. 단순히 예쁘기만 해서는 그런 느낌을 받을  없다. 색감, 제목 배치, 이미지 콘셉트 등이 얼마나 조화로운지를 기반으로 취향에 맞는 표지를 고르게 된다. 그렇게 내용을 모르고 표지가 마음에 들어  책들 중에 나를 실망시킨 것은 거의 없었다.


직업 때문이 아니더라도 나는 자주 서점에 간다. 새로 나온 책의 표지를 보며 괜찮은 디자인을 꼭 메모해 둔다. 그중에는 내가 기획할 책에 참고할 것도 있고, 단순히 이미지가 마음에 들어서 소장하고 싶은 것도 있다. 그리고 내용이 궁금해서 읽고 싶었던 책 중에 실제 표지의 느낌을 보고 싶었던 것도 있다. 직접 디자인할 실력은 없지만, 서점에 가면 실력자들이 만든 예쁜 책들이 많아 눈이 즐겁다.

표지에 홀려 읽고 싶은 책이 한 트럭이다. 서점사 사이트에서 읽고 싶은 책을 한가득 찾고 퇴근하면 서점에 간다. 꼭 해 보고 싶은 디자인은 비용이 높아져서 정작 업무에는 적용하지 못한다. 그럴 때는 디자인만으로 최대한 비슷한 느낌을 내고 싶어서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붙여 보기도 한다.


 표지가 어색하지만 내용이 궁금해서 산 책은 실망 경우가 많았다. 작가의 필력도 엉망이고, 내용도 산으로 가는 것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그럴 때는 표지가 왜 어색하게 나왔는지 이해하게 된다. 작가는 방향을 못 잡고, 편집자도 손을 댈 엄두를 못 내는 원고. 그 원고로 어떻게든 컨셉을 정해서 디자이너에게 전달하면 디자이너도 도서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채 일정에 쫓기며 작업을 했을 일련의 상황이 그려진다.

사실 내용이 썩 괜찮지 않아도 살리고 싶은 책에든 도서 소개나 상세 이미지에라도 열과 성을 다하게 된다. 책 광고다, 표지가 사기다 이런 말을 듣더라도 어쩔 수 없다. 독자를 기만하겠다는 게 아니라, 원고에 쏟은 정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라도 글에 날개를 달아주고 싶은 것이 편집자의 마음이다.


내용을 잘 반영한 표지를 보면 편집자도 그 글에 얼마나 애정을 쏟았을지 생각하게 된다. 내가 작가라면 슬럼프로 마음에 드는 글을 써 내지 못하더라도 표지가 예쁘면 힘이 날 것 같다. 요즘은 좋아하는 작가들의 책 표지가 예쁘게 나와서 기분이 좋다. 첫인상이 좋은 책을 만나면 작가와 눈을 맞추는 기분이다. 그래서 좋은 작가들과 오래도록 눈을 맞추고 싶어진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인삼각 달리기에서 우승하는 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