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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여름 Jul 27. 2022

또 하나의 반전을 놓칠 뻔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서평

 표지에 홀려 찜해 두었다가 앞서 읽던 책들을 완독하고 새로 집어 든 룰루 밀러의 에세이.


 처음 유통사 사이트에서 이 책을 보았을 때는 제목과 표지 디자인 때문에 소설일 줄 알았다.  원래도 에세이는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룰루 밀러의 책은 시작부터 이야기의 흐름도 종잡을 수 없고, 하고 싶은 말이 뭔지 알 수 없었다.  인생 최고의 노잼 책을 꼽으라면 소설 <파리대왕>과 에세이 <월든>이었다. 슬프게도 그 목록에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가 포함될 것만 같았다.

 물론 이미 도서 광고와 후기를 찾아보고 결말까지 알고 있었지만, 책을 읽으면서는 대체 이 흐름에서 어떻게 그런 결론에 도달했는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전자책으로 10%쯤 읽다가 포기했다.


 얼마 전, 타팀 직원과 퇴근을 하다가 룰루 밀러의 책 이야기가 나왔다. 그분은 항상 종이책을 들고 다니며 출퇴근길에 책을 읽는다고 했다. 가방 속에 있던 책을 꺼내 보여 줬는데 곳곳에 메모와 밑줄이 잔뜩 보였다. 무엇보다 나와 달리 룰루 밀러의 책을 너무 재미있게 봤고, 인생 책이라 친구들에게도 추천하고 다녔다고 해서 다시 호기심이 생겼다. 후기를 아무리 찾아봐도 재미있다는 말은 많지 않았는데, 그분은 인생 책이라고까지 하니 궁금해졌다.

 같은 말을 들어도 각자 다르게 받아들인다. 책도 마찬가지로 같은 문장을 읽어도 누군가는 깊게 감명을 받고, 누군가는 지루한 이야기를 반복한다고 느끼기도 한다. 나는 상대의 그런 '다른 눈'이 항상 궁금하다. 내가 눈을 감고 있어서 보지 못한 것들을, 상대는 어떤 마음으로 보았길래 보석을 발견할 수 있었는지 배우고 싶었다.


 누구나 자신이 믿는 가치 하나쯤은 있다. '약자는 선하다'거나, '인상을 보면 성격을 알 수 있다'는 것과 같은 이 믿음과 가치는 다른 말로 편견이라고도 할 수 있다. 나도 이런 종류의 여러 가치를 믿고 있다. 나름대로 경험을 토대로 쌓아 온 믿음이지만, 가끔은 내가 믿고 있던 것이 틀렸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기도 한다. 가치의 오류를 발견하게 되면 그 믿음에 새로운 기준을 추가한다. 그렇게 끝없이 기준을 추가하다 보니, 사람들의 특징을 단순히 몇 가지로 정의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약자도 얼마든지 악한 마음을 품을 수 있고, 괴팍한 인상과 달리 부드러운 사람이거나 다정한 첫인상과 달리 아주 예민한 사람일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나조차도 남들 눈에는 첫인상과 다른 의외의 성격적 특성이 있다. 이런 가치는 몇 마디 말로 정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앞뒤 상황과 상대와의 관계성을 고려해야만 내가 아닌 사람에게 나를 이해시킬 수 있다. 사람에게서 발견하는 의외의 요소는 일상에 반전을 선사한다.


 재미있게 본 영화나 책에는 항상 반전이 있었다. 특히 영화 <헬로우 고스트>나 <식스센스>는 마지막에 나오는 강력한 한 방에 머리를 맞은 기분이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반전 영화 같은 책이다.

 5분의 희열을 위해 95분의 지루함을 참아내는 것은 고통스러웠지만 고통이 만큼 반전이 주는 희열은 달콤했다.  앞부분만 읽고 재미없는 책이라도 단정지을 뻔했던 것을 반성하게 된다. 동료가  책은  끝까지 봐야 한다고 추천하지 않았다면  인생에  하나의 반전을 놓쳤을 것이다.


 이 책으로 인해 많은 것을 배웠다. 다수가 믿는 진리가 항상 진실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진리를 추구하는 태도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삶이다. 또한, 나는, 당신은,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가치를 지닌 존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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