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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여름 Aug 01. 2022

맞물리지 않는 조각일지라도

 나는 친구가 많은 상태를 좋아했다. 타고난 기질, 자라온 환경, 스스로의 의지 덕분에 여러 사람과 알고 지내는 것은  삶에서   부분을 차지했다. 그중에서도 나의 모든 것을 알고, 고민을 나누는 사람들은 특히  소중하게 여겼다. 모든 순간을 함께할 수는 없어도 최소한 나와 가치관이 비슷하고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서로에게 솔직해질  있는 관계를 친구라고 생각해왔다.


 대학생 때까지는 자연스럽게 또래 집단과 어울릴 수 있었다. 직장을 다니면서부터는 주변에 나이 차이가 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친해지긴 해도 친구라고 부르기 애매한 관계가 생겼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소모임이었다.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는 또다른 즐거움을 알게 됐다.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더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게다가 서로 몰랐던 내용을 공유하며 함께 성장하는 기분이 들었다.

 친했던 친구들도 이제 따로 시간을 내야만 볼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소모임을 하면서는 따로 연락하지 않아도 정해진 날짜에 만나자는 암묵적으로 만난다는 약속이 있고, 한 번쯤 나가지 않는다고 해서 그 집단이 쉽게 와해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다는 점이 좋았다. 또한, 굳이 서로 사적인 일상을 반드시 공유하지 않더라도 취미가 같다는 이유로 결속력이 생긴다는 점에서 안정감을 찾을 수 있기도 했다.


 모임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취미는 같더라도 나와 가치관이 다르고, 취향이 다르고, 성향이 다른 사람들을 만났다. 그렇게 만난 사람들과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한편, 모임에 나가지 않았다면 겪지 않아도 될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가끔은 한두 마디만 나눠 봐도 나와 끝까지 평행선을 달릴 것 같은 사람도 만난다. 다양한 관계를 마주하며 이 모든 사람들을 '친구'라는 범주에 넣기로 했다.

 친구라고 해서 꼭 나를 이해하고, 나와 잘 맞아야 하며, 속내를 솔직하게 터놓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여태 만난, 그리고 앞으로 만날 사람들은 모두  처음 맞춰 보는 퍼즐이다. 조각 하나를 들고도 위아래와 왼쪽, 오른쪽을 단번에 파악할 수 없다. 케이스에 있는 그림을 외운다고 해서 한 번에 모든 퍼즐 조각의 자리를 알아볼 수는 없는 것처럼, 같은 목적으로 만난 사람이더라도 그의 진면목을 알아보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우리가 지금 잘 맞지 않는 것은 서로 맞물려야 위치를 제대로 갖다 대지 않아서이다. 조금 맞지 않는다고 해서 함께 큰그림을 그릴 수 없는 것도 아니다. 각자 온전한 자신의 모습으로, 적절한 위치에 자리를 잡다 보면 꼭 가까운 사이가 되지 않더라도 멋진 그림을 완성할 수 있다. 이제는 항상 나와 맞물려 붙어 있지 않아도 각자의 방식으로 함께할 수 있는 모든 퍼즐 조각을 친구라고 여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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