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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미 May 17. 2024

창작의 시작

'괜찮아? 엄마는 많이 피곤한데.'

'응, 엄마! 난 당연히 괜찮지! 난, 짱짱이니까.' 



안녕하세요, 여러분! 저는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엄마 뱃속에 있는 짱짱이예요. 엄마는 저보고 뱃속에 항상 짱짱하게 붙어있고, 몸과 마음 모두 짱짱하게 자라라고 짱짱이라고 이름 붙여줬다고 말했어요.


흔들의자처럼 흔들흔들 따스하고 부드러운 엄마 자궁 속에서, 어느 오후였어요. 엄마가 갑자기 시를 쓰겠다고 마음먹은 거예요. 저보고 괜찮냐고 물어보고 난 뒤에 말이에요. 갑자기 뚝딱뚝딱 몇 줄 써버리더니 <부드럽고 바삭한 시>라는 제목으로 <잠깐의 발자국>이라는 시를 올려버리는 거 있죠? 전 좀 당황했어요. 엄마는 그전까지 인터넷에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글을 쓰지 않았거든요. <잠깐의 발자국>이 브런치 스토리에 게재된 그 순간, 무무작가님이 바로 첫 댓글을 달아주셨어요. 엄마의 속삭임이 들렸어요. ‘어머, 누가 읽어줬어! 부끄럽지만 기뻐’라고 외치는 엄마의 속삭임이요. 엄마는 누군가 자신의 글을 읽어준다는 게 신기하고 기뻤나 봐요. 엄마의 목소리가 마법처럼 명료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덩달아 기뻐진 저도 엄마 뱃속에서 무무작가님의 따뜻한 댓글을 통해 세상과 첫인사를 나누게 되었죠.


다음 날 아침, 엄마는 늘 하듯이 식빵을 굽고 커피를 내렸어요. 하지만 오늘은 뭔가 달라 보였어요. 구운 식빵을 먹으면서 그동안 느꼈던 구역질이 느껴지지 않았어요. 시에 대한 생각에 사로잡힌 엄마의 모습은 생기가 넘쳤어요. 늘 일이 바빴던 엄마는 주로 환자들과 면담하는 일을 했어요. 그날도 출근해서 여러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업무를 보았죠. 잠깐 쉬는 시간, 엄마는 벽에 기대어 스마트폰을 열어 브런치스토리를 켰어요. 항상 꿈꿔왔던 환자와의 면담 과정을 시로 써보았어요. 그것이 바로 두 번째 시 <인터뷰>였지요. 한 글자, 한 글자가 모여, 마치 따뜻한 겨울 목도리를 짜듯이 시가 완성되던 순간이었어요.


엄마가 두 번째 시를 쓸 때, 저는 살짝 물어봤어요.
        '엄마, 이번엔 무슨 시를 쓰고 있어?'
엄마는 살며시 웃으며 대답했어요.
    '이번엔 
인터뷰라는 제목의 시를 써보려고 해.'


엄마는 시를 쓰면서 주변의 작은 것들에 더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했어요. 그저 스쳐 지나가던 것들도 이제는 아주 달라 보였어요.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커피 잔, 토스트기에서 구워진 식빵의 구수한 냄새. 소란스럽기만 하던 병원의 작은 속삭임들마저 새롭게 다가오기 시작했어요. 엄마는 그 작은 영감들을 모아 글자로 옮기는 일이 점점 더 재미있어졌나 봐요. 시간이 흐를수록 엄마는 글쓰기에 더욱 몰입하게 되었어요. 긴 글을 쓰고 싶어 져서 논문도 써보고, 매일 일기도 쓰게 되었답니다.


글쓰기는 엄마에게 새로운 창을 열어 주었어요. 세상을 바라보는 엄마의 눈이 달라졌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시를 발견하는 능력이 생겼어요. 그리고 엄마는 이제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게 되었어요. 엄마는 내가 태어나서 볼 세상을 사랑스럽게 준비하고 계셨어요. 내가 세상에 나오면, 엄마가 만든 글들이 나를 따뜻하게 맞이할 거예요. 그때까지 엄마는 글을 쓰며 나를 기다릴 거예요. 이 모든 게 엄마의 시 짓는 것의 시작이었어요. 세상에 나올 저에게 보여줄 엄마의 사랑이 가득 담긴 이야기랍니다!




<엄마의 시, 나의 꿈>


1.

엄마.
아직 시 적고 있나요?


전, 아직
한쪽 팔을 늘리면 다른 쪽 팔을 접어야 하고
한쪽 다리를 펴면 다른 쪽 다리를 접어야 해요.


엄마 시도,
아직
그런 것 같네요.


나는 꿈꿔요,
엄마 뱃속에서 춤추며
엄마의 시가 세상을 만나고
엄마의 목소리가 빛나며 명료해지는 것을.



2.

엄마.
아직 시 적고 있나요?


전, 이제
엄마 뱃속이 아니라
엄마의 시 위에서 민들레와 꿈꾸겠어요.


엄마 시도,
이제
그런 것 같네요.


엄마는 꿈꿔요.
둥근 씨를 뿌리고 어디든 날아갈
민들레와 같이, 엄마의 시가
엄마의 목소리가 내 고깔모자처럼 밝게 웃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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