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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틀란 May 04. 2023

장미라고 화려하기만 할까

장미에 관한 노래 2곡


“너의 장미를 그토록 중요하게 만든 건 너의 장미를 위해 네가 소비한 그 시간이란다.”     

자신을 길들이려는 장미와 헤어져서 여러 별을 헤매고 다니는 어린왕자는 지구사막에 떨어집니다. 지구의 정원에 핀 수많은 장미꽃들이 자기별의 장미와는 조금도 닮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여우를 만나서 길들이고 길들여지는 것의 소중함을 깨닫습니다. 자기별로 돌아가려는 어린왕자에게 여우는 선물을 줍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비결이자 비밀이었어요.       


“비밀을 말해 줄게. 어떤 것을 잘 보기 위해서는 마음으로 보아야 하는 거야. 중요한 것은 눈에 잘 보이지 않거든. ”    

 

어린왕자가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은 것은 알겠지만 자기별로 돌아갔는지는 자신이 없네요. 어쩌면 별 속 장미는 어린왕자를 기다릴지도 모르겠고요. 기다리는 일도 쉽지만은 않을 거에요. 

     

장미가 워낙 화려하고 사랑받은 꽃이어서 현대 언제쯤 태어난 꽃인가 싶었는데요. 사실은 중생대 백악기에 이미 피어났던 꽃이랍니다. 들장미입니다. 그렇게 빙하기 이후에도 살아남아 지금처럼 꽃중의 여왕으로 사랑받습니다. 신화 속 아프로디테의 눈물에서 태어났다기도 하고, 아폴로에게서는 생명을, 아프로디테에게서는 아름다움을, 그리고 디오니소스에게서 향기를 선물받았다고도 하죠. 아프로디테가 남편인 헤파이스토스 몰래 바람을 피우면 그 비밀을 지켜달라고 비밀의 신인 하르포크라테스에게 선물로 바쳐지던 장미! 외모가 아름답긴 하지만 삶 자체가 늘 그런 건 아닌 것 같아요.       


장미는 아름다워서 질투도 많이 받았으리라 여겨집니다. 노래한곡이 떠오릅니다. 노르웨이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주로 활동했던 카롤리네 크뤼거라는 가수입니다. 책받침 속 배우 소피 마르소가 나왔던 영화 속 주제가 You call it love를 불러서 우리에게 알려졌죠.     이 가수가 부른 노래 중 ‘장미와 잔디’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Rosen Og Gresset’. (https://youtu.be/NvZHhGe6zZw

북유럽에 전해지는 우화 같아요. 도시의 아름다운 정원에 장미 한송이와 촘촘히 자란 잔디들이 피어 있었는데요. 사람들이 빛나는 장미만 이뻐 하니까 잔디들이 불만을 터트립니다. 자신들은 하찮은 존재가 아니라면서 합심해서 뿌리로 뭉쳐 열심히 더 자라나서 장미를 아예 잔디속에 파묻히게 하고 시들어버리게 했죠. 이젠 장미가 없으니 자신들을 아름답다 여길거라 생각했지만 사람들은 장미가 없는, 잔디만 보기 싫게 우거진 정원을 외면했다고 합니다.      


정원에서 일어난 일, 얼마든 가능한 일이죠. 장미는 비록 한송이지만 자신 모습대로 빛났을 뿐이고, 잔디들은 장미가 빛날 때 자신들의 가치도 빛난다는 것을 놓친 겁니다. 자칫 차별인가 싶지만 사실은 생긴 대로 살아가는 자신 존재로의 가치를 알아야 한다는 이야긴데요. 

장미를 소재로 한 수많은 노래 중 가장 와 닿는 노래입니다. 우리는 늘 세상이 만들어놓은 틀속에서 자신을 평가받고 그 평가에 의해 규정지어진 모습에 대해 불만을 가집니다. 진정한 내 가치는 내가 정하는 것인데 말이죠. 장미라고 늘 보이는 것처럼 화려한 삶일까요?  

   

라트비아노래로 러시아가수 알라 푸가초바가 세계에 알린 노래, 심수봉이 번안해서 인기 얻은 노래 ‘백만송이 장미’도 떠오릅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사랑하는 이가 스님이 되고 홀로 남아 슬프게만 살아가는 여인이 부르던 장면이 떠오릅니다.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없이 아낌없이 아낌없이 아낌없이 주기만 할 때♩….     

원곡과 러시아판 노래에 얽힌 이야기도 아름다운 장미의 느낌과 대조해서 슬픔이 만만치 않더군요. 라트비아원곡은 ‘마라가 딸에게 준 삶’이란 노래인데요. 여신인 마라가 선사한 나라 라트비아를 독일과 러시아에게 침략당하게 두었다는 내용이어서 장미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러시아의 알라 푸가초바가 부른 ‘백만송이 장미’(https://youtu.be/ufH4Hp9Ywfo) 가 극적이죠. 화가가 사랑한 배우가 너무도 꽃을 사랑한 걸 알고 그림 팔고 집 팔고 피도 팔아서 백만송이 장미를 사랑하는 배우가 창가에서 볼 수 있도록 했지만 결국 떠나가버린 이야기입니다. 백만송이로 배우앞에 펼쳐졌던 장미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사랑을 지켜주지 못한 자신의 능력을 한탄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찔하도록 아름다웠을텐데 말이죠.      


여담이지만, 가난한 연인에게 장미 사달라고 조르는 친구가 있다면 두 장미에 얽힌 이야기와 노래를 들려주면 어떨까요? 가성비 떨어지는 장미는 한송이만 사도 되지 않을까요? 가심비는 이야기솜씨로 채우면 될 듯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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