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틀란 Jul 01. 2023

사랑이 지나가면(1987)

6월을 보내며 이문세 노래를 

1987년 하면 고 박종철 고문치사사건과 6월항쟁이 떠오르세요?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던 그. 

“종철아! 잘 가그래이… 아버지는 아무 할 말이 없데이…” 박종철의 아버지 박정기님의 말씀 말입니다. 

아, 김태리와 강동원이 나오는 영화라고요?      


사회가 온통 들끓던 그 해, 가요계에는 이문세의 노래 한곡이 사랑받습니다. 

이영훈이 작사 작곡한 <사랑이 지나가면>입니다. 

이문세의 4집앨범이 3월에 나온 겁니다.     


‘지나가다’ 란 말 들으면 어떠세요? 시원하다면 그래도 다행입니다. 가슴 언저리에 통증이 느껴진다면 해야 할 일들과 말들이 남았다는 증거겠죠. 사회 속 일들과 노래감동을 따로 따로 만나던 시절에는 몰랐습니다만, 

감동이 오래 가면서 노래의 배경이 되었던 그 시절이 새삼 떠오르기도 하네요.    

  

노래를 부른 사람과 호사가들은 이별한 여인을 우연히 마주쳤을 때의 심정을 기가 막히게 표현한 노래라고 했어요. 저도 그런가 보다 했지만 들을 때마다 특이하게 통증이 느껴져서 다르게 들어봅니다.       


<사랑이 지나가면>!

이별후 마주친 사랑한 사람을 외면한 이유는 그 사람에 대한 배려임과 동시에 나 자신을 보호하려는 일이었겠죠. 여전히 두근거리는 마음은 아직 사랑이 가시지 않았다는 증거지만 최선을 다해 숨겨야 하는 심정이 전해집니다. 일부러 기를 쓰고 모른 척도 합니다. 목이 메이고 눈물이 날 정도로 여전히 사랑하는 것 같아도 보내줬으니 표 안내려고 별짓 다 해 봅니다. 기억을 못한다고 치매 걸린 흉내도 냅니다. 상대방이 나를 알아보아도 나는 기억을 못한다고 말입니다. 서로를 투명인간 취급하며 내 감정을 학대도 해 봅니다. 말하자면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린다’거나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라’는 자학이나 반어적 표현보다 더한 그 무엇으로 잃어버린 사랑을 제대로 보내버리려고 애쓰는 거죠. 

달력이 만든 시간이 지나고 나면 ‘시간이 약’이었다고 허탈하게 쓴 웃음 지을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기억 속 사랑은 흔적도 없는 지금, 왜 이 노래를 들으면 미쳐버리겠는 것일까요? 

특히 6월에 들으면 왜? 예, 1987년의 그 6월이 생각나기 때문입니다. 

이문세의 노래가 나온 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현대사가 남긴 아픔이 여전히 치유되거나 해결되지 않은 채 흘러왔기 때문은 아닐런지요. 

그들은 몰라도 나는 기억하는 거죠. 

누구는 그런 사실조차 부정하려 들고 또 누구는 1987년에 죽은 자를 자본삼아 출세하고 기득권으로 살아가겠지만 말입니다.

 그들 대신 무지랭이 한 사람이 여전히 그 노래 속 상황을 반복하며 기억해냅니다. 

사랑하는 그대가 아니라 죽은 그대가 그토록 원했던 사랑을 살리지 못해서 말입니다.      


분명 지나가도 남는 종류의 사랑이 있나 봅니다. 

원하면 살아오는 찐 사랑은 아닐지라도 

이제는 모른 척 하지 않고 눈이라도 마주치고 손이라고 뜨겁게 잡아주고 보내고 싶은데 

쉽지 않네요. 

그저 제 용기가 부족한 탓인지요. 

https://youtu.be/mIsuaHWE5ag

매거진의 이전글 차를 모는 사람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