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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ing London Dec 31. 2021

[2021결산(7)-TASTE]

올해 TASTE 카테고리에서 가장 많이 읽힌 책


올해는 '개인의 취향'을 담은 에세이들이 

많은 호응을 얻었습니다.


리딩리딩이 책을 구분하는 기준인 8개 카테고리 중 

<TASTE>는 문화예술, 에세이를 소개해왔는데요. 


리딩리딩에서 2021년 가장 많은 호응을 얻은 책*

<다시 피아노>였습니다. (*페이지뷰 기준)


이외에도 유병욱의 <없던 오늘>, 

정세랑의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의 리뷰가

올해 많이 읽혔습니다.



올해를 마무리 하면서, 다시 한번 읽어보면 좋을 

리딩리딩의 TASTE  카테고리 추천 책들.







1위. 다시, 피아노 (앨런 러스브리저 지음, 이석호 옮김, 포노)

** 책 제목을 클릭하면 리딩리딩 홈페이지로 연결됩니다.




<다시, 피아노>는 쇼팽이라는 음악가의 이름과 그중에서도 쇼팽 ‘발라드 1번 G단조’의 후광 덕을 본 책이다.


"피아니스트들에게 지옥을 맛보게 하는 음악이에요. 아마 모든 피아니스트가 첫 마디를 연주하면서 코다 걱정을 할걸요. 별 도리 있나요. 그저 깊이 숨을 들이쉬고 해보는 수밖에.”


"위대한 피아니스트들조차 악전고투하는 작품이다. <발라드 1번>은 거의 모든 피아니스트에게 '순수한 공포'를 느끼게 하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다시, 피아노> 본문 중 




여기에 극단적인(?) 설정은 '전 세계 바쁜 1%'에 속할 것 같은,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전 편집국장의 피아노 연습 노트라는 점이다. 그는 매일 시간을 쪼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들도 혀를 내두른다는 난곡(難曲) 쇼팽의 '발라드 1번' 연주에 도전한다. 촌각을 다퉈 보도하고 매일 성적표를 받아드는 언론사의 문법과 음악을 배우는 행위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음악은) 결과가 딱 떨어지지 않고 시간도 대책 없이 쏟아부어야 한다. 장기적인 생활습관으로 자리 잡지 않으면 아예 불가능한 도전이다.


앨런 러스브리저는 위키리크스 사태, 일본의 동북부 대지진, 아랍의 봄 등 굵직한 보도를 총괄하는 편집국장의 일상과는 별개로 피아노에 마음을 두고 살아간다. 하루 연습을 빼먹더라도 피아노 생각만큼은 놓지 않는다. 심지어 그는 매일 아침 피아노 연습이 업무 효율을 높인다고 고백한다. 그에게 '피아노 연습'은 여러모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일상의 한 조각이다.



'음악을 배운다는 것은 치유의 과정과 유사하다. 시간이 걸리는 일이고 서두를 수 없다는 말이다.' -엘런 러스브리저


저자는 또 시간과 노력을 더해야 의미가 쌓이는 것들. 쉽게 얻어지지 않는 것들의 가치도 잘 알고 있다. (먹고사니즘과 관련이 없는데도) 음악을 배우는 것은 우리 영혼이 동원되어야 가능한 행위임을 잘 안다. 책을 읽거나 음악을 즐기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것. 소위 말해 돈벌이와 관련이 적지만, ‘인간적인’ 행위에 애정을 줄줄 안다.



이러한 저자와 쇼팽, 쇼팽의 발라드 1번 곡이 묘하게 잘 어울린다. 쇼팽은 오로지 피아노에 빠져 피아노만을 위해 곡을 쓴 유일한 작곡가였다. 그리고 쇼팽은 음악이 피아노라는 악기에서 비롯되었다고 굳게 믿었다고 한다. 


"슈만의 작품은 음악에 푹 빠지는 게 가능해요. 하지만 쇼팽은 달라요. 한순간이라도 냉정함을 잃어선 안 되죠. 슈만과는 달라요. 베토벤은, 오 맙소사 근래 베토벤의 후기 소나타를 연습하고 있는데 정말 개인적인 음악이에요. 베토벤이 느낀 고통과 슬픔이 면전에 확 다가오는 것만 같다니까요. 반면 쇼팽은 절대로 그렇지가 않아요. 아주 아름답게 마감된 완성품이지만, 그속에서 작곡가가 느낀 고통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짐작하는 건 쉽지 않아요. 모든 감정이 이미 한 번 걸러져 담긴 것만 같아서요."


쇼팽의 발라드 1번곡의 매력 또한 저자의 도전에 불을 지폈다. 피아니스트 브와디스와프 슈필만 이야기를 다룬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영화 <피아니스트>에서 쇼팽 발라드 1번은 슈필만의 목숨을 살려준 곡이다. 극중 슈필만이 독일병사 앞에서 이 곡을 연주하자, 연주를 들은 독일병사는 결국 그를 살려둔다. 음악이 한 인간의 생명을 구했다면, 이보다 숭고한 예술이 있을지. 어떤 음악이 누군가의 '목숨'을 구했다는 사실은 이 곡에 대한 경외감을 더한다.


"천국에 가면 쇼팽의 <발라드 1번>만 계속 반복해서 들었으면 좋겠다. 들어도 또 들어도 질리지가 않는다."




아무리 쇼팽과 그의 음악을 좋아해도 이 책을 완독하기란 쉽지 않다. 빈정 상하는 대목도 더러 있다. 내로라하는 유력 언론사의 편집국장인 저자는 엄청난 인맥을 자랑하듯 나열하는데, 그 인물의 이름이 지나치게 거물급이다. 저자의 일상이 또 너무 상세히 나오는데 언론인이 아니고서는 크게 관심 가질 리 없다. 분량은 또 600페이지가 넘으니, 적당히 편집국장의 일상은 패스하고 읽어도 괜찮다. 


마지막에 남는 것은 이것. 저렇게 바쁘고 영향력 있는 인물인데 왜 쇼팽 발라드 1번 연주에 저렇게까지 매달리지? 저자가 1분 1초를 쪼개가며 피아노 연습에 집착(?) 하는 이유를 파고들다 보면, 음악을, 피아노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세상에서 제일 바쁠 것 같은 저자가 도전하는데, 나도 한번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면 이 책의 효용은 다했다.


정혜윤 작가는 '아무튼, 메모'라는 책에 “지옥 같은 세상에서 지옥 같지 않은 이야기를 찾아내라”는 마술적 주문을 품고 산다고 썼다. 보르헤스는 “우리 인생에는 약간의 좋은 일과 많은 나쁜 일이 생긴다. 좋은 일은 그냥 그 자체로 놔둬라. 그리고 나쁜 일은 바꿔라. 더 나은 것으로. 이를테면 시 같은 것으로.”라고 말했다. 책이든 피아노든 무엇이든. ‘지옥같지 않은 이야기’를 찾아가는 시도가 많아지면 좋겠다.


Written By Minsun Cho







2위. 없던 오늘(유병욱 지음, 북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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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위.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정세랑 지음,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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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콘텐츠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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