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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J May 21. 2020

<러반타운> Part I - #1

<러반타운> 프로젝트 (Rurban Town Project) 


러반타운은 귀농인을 위한 ‘도시형 영농+주거 공동체 플랫폼’이다. 6차산업형 농업 기반의 경제공동체와 귀농인 위주의 커뮤니티 중심으로 현대적 주거 시설과 지속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기술이 결합된 형태의 ‘신농촌’ 타운이다. 이와 동시에 지역과 경제, 사회, 문화 활동을 연결하는 소셜 플랫폼의 역할을 한다. 


러반타운 프로젝트의 목적은 현재와 미래의 농촌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이다. 쇠락해가는 농촌을 살리는 최선의 대안으로 떠오른 귀농 현상 가운데 발생하는 복합적인 문제들을 새로운 관점에서 해소하여 안정적인 귀농 정착을 돕는 새로운 농촌을 모델링하는 시도다. 개별적인 귀농인 지원의 한계를 알지만 당장 농촌을 송두리째 바꿀 수는 없으니 제3의 대안을 만들려는 것이다. 부가적인 효과로 새로운 농촌문화 창출도 가능하며 나아가서 스마트 농촌 환경 구현을 위한 기술과 데이터 축적도 가능하다. 


왜 새롭게 러반타운 개념을 설계하는가? 이제와 달리 귀농 현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기존 농업인 중심의 농촌에서 귀농인 중심으로 바꾸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먼저 ‘귀농이란 기존 농업과 농촌의 환경은 그대로 둔 채 일방적으로 도시인이 적응하는 과정’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면 귀농인을 위한, 귀농인에 의한, 귀농인 중심의 새로운 개념과 형식을 구축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달리 말하면 기존 농촌과 농업인 입장에서 귀농인을 받아들인다는 관점과, 농촌에 적응하는 것은 결국 개인의 책임이란 생각을 버리자는 것이다. 귀농의 성패 여부가 단지 개인의 역량에 달린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귀농지원정책의 초점은 여전히 귀농인 개인에게 맞춰져 있다. 


러반타운의 중심인 6차산업형 경제공동체는 구성원 전체의 출자로 만들어지는 농업법인 및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을 바탕으로 자율적인 소규모 협동조합을 추가해 이루어지며, 영농사업을 포함한 모든 경제 활동의 주체가 된다. 경제공동체 형태는 개인 책임 방식에 비해 위험이 분산되며 합리적인 토지 이용 계획도 가능하다. 


귀농인의 경제적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공동체 경영 방식의 6차산업형 농업과 다양한 소규모 협동조합 운영은 1인당 경지 면적을 최소화해 생기는 대규모 여유 자본을 활용한 공동출자와 신규사업 확장에 유리하다. 새롭게 고유 브랜드를 만들기도 쉽고 시장경쟁 여건이 강화되며 여러가지 사업 및 시설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인력도 필요하므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기회도 넓어진다. 영농에 대해 초보적인 수준인 귀농인의 경제적 안정을 위한 기본소득을 제공하고 개인적으로 추가 소득을 올리는 길도 열어준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정비하는 기술자가 귀농하면 영농 소득이 부족해도 타운에서 공용으로 운행되는 차량의 관리를 하면서 추가적인 소득을 얻을 수 있다. 미용 기술을 가진 귀농인 역시 마찬가지다. 타운과 지역의 주민들을 위한 어린이집의 선생님도 필요하고 제품을 판매할 웹사이트를 만들거나 관리할 사람도 필요하다. 체험사업을 운영하거나 방문객을 안내할 사람도 있어야 한다. 그 외에도 필요한 인력은 많지만 타운의 자급자족이 목표가 아니므로 지역과 협조하여 인력과 기술을 교류하는 것을 권장한다. 이렇게 도시 생활의 경험과 능력을 가진 다양한 귀농인들의 참여와 지역 주민들의 협력을 통해 농업 관련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넓어지는 동시에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청년 농업인 발굴도 쉬워진다. 


커뮤니티는 경제공동체와 더불어 귀농인들이 중심이 되어 만들어가는 타운의 기본 운영체제이며, 구성원 사이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소통과 활동의 플랫폼이다. 비즈니스에서 플랫폼은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하는 역할이지만, 여기서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협업이 자발적으로 이뤄지는 상생의 마당(場)을 의미한다. 커뮤니티 플랫폼을 통해 구성원 누구나 다양한 서비스를 생성할 수 있으며 모든 분야에서 개인적으로 얻기 어려운 가치와 성과를 획득할 수 있다. 그러나 타운 중심의 폐쇄형 네트워크 방식이 아니라 지역과 연결하고 소통하는 개방형 플랫폼을 지향한다. 


가령 환경보호 차원에서 전기버스 같은 대중교통 수단을 지역의 주민들과 공유하는 서비스로 만들 수 있다. 문화시설이 부족한 농촌의 현실을 고려하여 소규모의 도서관을 지어 함께 사용한다든가 대중사우나 시설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작게는 생필품을 공동으로 구매하거나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작물을 직판하는 매장을 타운 내부나 외부에 설치할 수 있다. 특산물의 브랜딩 과정을 함께 하면서 6차산업형 농업을 지역으로 확장하고 이는 다시 관광사업과 문화사업으로 연결될 수 있다. 커뮤니티 활동의 확대를 통해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리빙랩 역할도 가능하고 스마트 농촌 구현을 위한 기술과 데이터 축적도 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지역과 협력하는 차원을 넘어 공생하는 관계의 형성이 바로 농촌 활성화에 기여하는 목적 달성인 동시에 미래의 농촌을 이루어가는 모습이다. 


공동체 방식의 운영으로 생기는 기본소득과 더불어 개인적으로 얻는 이득도 크다. 무엇보다 우선 러반타운은 개인에게 시설의 소유권을 분양하지 않고 사용할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므로 만약 타운을 떠날 사정이 발생해도 시설의 관리 비용을 제한 투자금의 대부분을 돌려받을 수 있어서 매몰되는 비용이 거의 없다. 거기에 더해 난방이나 교통, 식료품과 생필품 등에 소요되는 기본적인 생활비가 적게 든다. 플랫폼을 활용해 얻는 추가적인 개인 소득은 덤이다. 


개인적으로 귀농해서 집을 사고, 농지를 구입하여 영농을 시작하려면 3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 농업으로 소득을 거두려면 최소 2년에서 3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고, 그 기간의 생활비와 영농비로 1억원 이상을 사용하게 되는데, 혹시 역귀농을 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터전을 옮기면 회수 불가능한 돈이다. 그러나 러반타운에 거주하는 2인 가족이 3억원의 출자금을 납입하고 생활하다 5년 후 다른 곳으로 이전하더라도 출자한 3억원은 그대로 돌려받는다. 출자금에 비례하는 기본 배당이 관리비 수준을 상회하므로 실제 지출은 없다. 구성원 개인의 변화와 상관없이 러반타운의 재산은 순환되고 존속되어 농촌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자원이 된다. 


러반타운 계획 과정에서 중요하게 고려한 점은 공개된 데이터 이상으로 귀농인들이 실제 힘들어 하는 문제를 공감함으로써 구체적으로 해결할 과제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귀농인들의 태도와 언어로 드러내는 반응과 그들이 행동으로 일군 결과와 과정의 이해가 필요했다. 그렇게 알게 된 것이 귀농인이라면 누구나 겪는 영농, 이웃, 주거 요소들의 관계다. 구체적인 상황은 다르나 주로 이 세 가지 요소와 관련된 상황에서 생기는 문제들이 귀농인의 정착을 방해하고 있다. 설문 조사에 기반한 통계 수치로는 귀농 정착을 방해하는 각 요소별 영향의 순위가 있지만, 현실의 문제는 크기와 상관없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따라서 이 세가지 요소들이 서로 얽혀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대책도 통합적이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귀농인이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만 해결하는 것은 아니며, 지켜야 할 책무도 부여한다. 러반타운 구성원은 경자유전 원칙을 지키고 농지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높이는 뜻에서 모든 가구마다 1명 이상 농업인 자격을 가져야 한다. 다만 경작을 하지 않더라도 농업인이 되는 길은 뜻밖에 많다. 예를 들면 영농조합법인이나 농업회사법인의 농산물 출하·유통·가공·수출활동에 1년 이상 계속 고용된 사람도 농업인의 조건에 해당되므로, 다양한 농업인을 받아들일 문은 이미 열려 있다. 또한 모든 건물과 시설은 현대적인 편의성을 고려하지만 동시에 지속가능한 환경 보호를 위해 자원 재활용 및 청정 에너지 사용을 목표로 한다. 예를 들면 중수도 시설을 채용하는 것이나 건물의 외부를 활용한 태양광 발전시설을 도입하거나 미래에 만들어질 부분을 위한 여백의 마련 등이다. 거주지역 내에서 연료를 사용하는 차량의 운행을 제한하는 것도 포함된다. 처음부터 완벽한 생태마을을 이루자는 것은 아니지만, 다음 세대가 살아갈 농촌을 보호하는 것은 현재의 선택이 아닌 의무이기 때문이다. 


지금 위기의 농촌을 살리는 최선의 대안은 귀농이다. 농촌 마을 감소는 농업 인구의 감소로, 농업 인구 감소는 행정 서비스와 시장수요 감소로 이어지며, 시장수요 감소로 일자리가 줄어 다시 인구가 유출되고 마을이 소멸되는 악순환으로 연결되는 상황이다. 농가 인구 10명 중 3명은 70세가 넘었다. 고령화로 농사를 짓지 못해 휴경지가 늘어나는데, 농촌의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몰려든다. 청년이 떠나버린 농촌에는 미래가 없다. 국가 경제, 사회, 문화의 근간이며 전략자산인 농업의 기반을 유지하려면 농촌을 지켜야 한다. 귀농을 통한 새로운 인구유입이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귀농인의 정착이다. 그동안 정부가 귀농을 장려하고 확산하는 데 노력해온 결과 귀농이 농촌을 구하는 최선의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그 가운데 일어나는 문제들은 미처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귀농인의 절반은 만족을 못하는 것이 현실이고 귀농인 열명 중 한 명은 다시 도시로 돌아가고 있다. 귀농에 실패하면 개인적인 금전 손해의 책임을 스스로 져야 하지만, 귀농 현상을 통해 발생하는 사회적 편익은 농촌에 남는다. 도시에 살던 2인 가족 10만 가구가 농촌으로 이주하여 10년간 거주한다면 그동안 발생되는 사회적 편익은 3조3,800억원이다. 


국가 기간산업이 위기에 놓이면 수조원의 공적 자금을 투입해서라도 살려내는데, 농촌의 쇠락을 막는 동시에 막대한 사회적 편익을 만들어 주는 귀농의 안정적 확대를 위해 개인적 지원을 넘어서는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 산업 부흥의 차원에서 귀농 정착이 어려운 지역을 선정해 러반타운 프로젝트를 추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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