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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J Oct 15. 2022

돈 벌어주는 '세그멘테이션'

행복한 도시 만들기 #2 

행복한

K씨는 서울에 거주하는 50대 후반의 주부이고 최신 트로트 노래를 좋아한다. 특히 가수 임영웅의 팬이다. 남편은 60대 초반의 중견기업 임원으로 취미는 바다낚시이고 집에서 쉴 때는 다도를 즐긴다. 장성한 자녀들은 모두 독립했다. 부부는 주말에 단풍을 보려고 정읍 내장산으로 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금요일 저녁에 자가용으로 내장산에 도착해서 1박을 하고, 토요일에 단풍 구경을 한 후에 바다가 보이는 지역으로 다시 이동하여 생선회와 저녁밥을 먹은 뒤 그 곳에서 1박을 한다. 일요일 오전에는 기념품을 사서 귀가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정읍 다음에 방문하기 적당한 지역은 아래의 보기(가나다 순서) 중에서 어느 곳일까? 

보기: A)강진 B)거제 C)남해 D)보성 E)부산 F)순천 G)여수 H)울산 I)진도 J)통영 K)해남 


<마량항 전망대에서>

제일 유력한 답은 ‘남도답사 일번지’라고 불리는 ‘강진’이다. 왜 그런지 생각해 보자. 보기의 지역은 모두 바다에 근접해 있다. 그런데 횟집은 대한민국 어디나 있다. 여기서 선택의 폭을 좁히는 첫 단서는 주인공의 남편이 다도를 즐긴다는 점이다. 보기 중에서 차가 특히 유명한 지역은 보성 그리고 강진이다. 다시 생각해 보자. 왜 강진일까? 강진이 트로트 가수 강진과 이름이 같아서? 아니다. 주인공 K가 트로트 가수 임영웅을 좋아한다는 것이 결정적 정보다. 만약 귀하가 임영웅이 부른 ‘마량에 가고 싶다’라는 노래를 안다면 벌써 눈치챌 수 있었다. ‘마량’은 바로 강진에 있는 항구다. 


마량항은 임영웅이 부른 노래 덕에 방문객이 늘어나고 있다. 전에는 한가하던 여수 밤바다가 장범준이 만든 ‘여수 밤바다’ 노래 덕분에 유명해진 것처럼 말이다. 여기 덧붙여 커플의 관광이나 여행에서 선택권을 가지는 사람은 대부분 여자라는 점을 기억하자. 그러니 애당초부터 답은 A)강진이다. 

만약 귀하가 마케팅에 해박하다면 여기에서 ‘페르소나’라는 단어가 떠오를 것이다. 페르소나는 브랜드 이미지 설정을 위한 주요 도구로, 마케팅을 하고 있는 제품을 사거나, 살지도 모르는 ‘실존 인물의 몽타주’라고 정의(Adele Revella: Buyer Persona Institute)된다. 페르소나를 사용하면 잠재 고객과 고객을 개인적인 수준에서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웹디자이너는 페르소나를 사용하여 자신이 디자인하는 대상과 다양한 유형의 사이트 방문자의 욕구, 필요 및 동기를 더 깊이 이해한다. 관광 분야에도 잠재적 관광객이나 실제 방문객의 속성을 대표하는 페르소나를 설정하는 것은 유용하다. 특정 유형으로 묘사되는 방문객에게 적합한 경험의 흐름을 구축하려면 페르소나를 생성하면 된다.  

<가을엔 전어>


데이터 분석으로 접근하는 시장 세분화(Market Segmentation) 


페르소나 말고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자. 앞에서는 주인공 K가 선택할 관광지가 어디일까를 추정했지만, 거꾸로 그 관광지를 방문하고 싶은 사람은(또는 이미 방문한 사람은) 어떤 유사한/공통적 속성을 가지고 있는가 분류해 보면 어떨까? 특정 방문객이 원하는 관광지를 찾는 방식이 아니라, 관광지를 중심으로 그곳을 방문할 사람의 속성을 추정하는 것이다. 잠재적인 방문객과 이미 방문한 관광객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방문객의 속성별로 분류해서 수집하고 처리하는 접근이다. 


세그먼트와 페르소나는 모두 유용한 마케팅 도구이지만 마케팅 프로세스 단계별로 각각 다른 목적으로 사용한다. 정성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페르소나는 프로세스 초기에 잠재 고객과 고객에게 개성과 선호도를 제공하는 데 사용되고, 정량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축된 세그먼트는 마케터가 타겟 고객에게 보다 효과적으로 도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마케팅 리소스가 제한적이고 틈새 마케팅을 할 여유가 없을 때는 세그먼트가 유용하다. 비즈니스에서는 언제나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마량항에 어울리는 방문객의 속성을 미리 안다면, 그런 속성을 공유하는 잠재적 방문객 집단에 속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마케팅과 브랜딩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분류된 집단은 유사한 행동 방식을 갖고 있어서 관광지에 대한 반응도 유사할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기념품점에 오는 손님의 속성을 미리 알 수 있다면, 그 손님이 좋아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미리 준비해서 판매를 촉진할 수 있다. 그러면 손님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손님이 원하는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개발도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행동 방식을 기반으로 파악한 방문객 속성의 이해는 관광 비즈니스에서 돈을 버느냐, 못 버느냐 여부를 가르는 중요한 요인이다. 

우리는 언제나 데이터에서 배울 수 있다. 


우리나라 관광 데이터 활용 사례를 살펴보자. 2015년에 전주시는 한옥마을을 방문하는 관광객의 구체적인 데이터를 분석할 계획을 가졌다. 방문객의 일반적인 특성(성별, 연령 등)은 물론 어느 지역에서 왔는지 얼마나 머무는지 다음 여행지는 어디로 향하는지 어느 지역 방문객이 소비를 많이 하는지 등의 패턴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서 활용하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동통신 가입자 위치정보, 카드 이용정보 및 한옥마을 내에서 관광객의 주요이동경로를 파악하는 비콘(Beacon) 150여 개를 설치하는 등 ICT기반의 핵심기술을 적용’했다. (전북도, '한옥마을 빅데이터 분석사업' 공모 선정 | 연합뉴스)

<전주 한옥마을 야경, 한옥마을 홈페이지>

전주 한옥마을은 연간 육백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국내 최고의 관광지 중 하나로,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고 있다. 기사의 내용에 따르면 주로 ‘지역’ 기준(어느 지역에서 왔는지, 얼마나 머무는지, 다음 여행지는 어디로 향하는지, 어느 지역 방문객이 소비를 많이 하는지 기준)으로 방문객의 소비 성향을 분석하고자 시도한다. 다양한(소셜 미디어, 모바일 통신, 금융 등) 데이터를 통해 획득하는 정보와 지식을 활용해서 관광지의 경쟁력을 차별화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더 이상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단지 관련된 데이터를 제대로 통합해서 분석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정책 수립에 필요한 정보 뿐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 개발 기회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한옥마을 사례에서 하나 아쉬운 부분은, 방문객 이동 경로, 방문 시설, 체류 시간 그리고 소비 금액 등을 상호 교차 연결해서 파악하려는 시도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가능하면 방문객의 심리와 행동 방식을 통합해서 분석하면 좋겠다. 그렇게 해야 방문객이 왜 그런 행동 결과를 보이는지 이유와 동기를 파악할 수 있다. 방문객의 성향과 실제 행동 사이에서 인과성을 파악하는 방법의 수립과 검증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만약 다른 방식의 분석이 추가되었다면 그 과정까지 공개되어서 누구나 배울 수 있도록 만들자. 공공 프로젝트의 수행 과정, 방법, 결과는 모두 최대한 공개되어 누구에게나 유익하게 활용되어야 한다. 


MBTI 비슷한 건가? 


관광 비즈니스의 성공은 방문객 정보의 활용에 점점 더 의지하는 중이다. 치열한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새로운 기회를 선점하기 위함이다. 시장 세분화는 잠재적인 방문객의 이질성과 공통점에 대해 보다 명확하게 속성별로 구별되는 그림을 얻기 위한 도구다. 방문객의 배경과 선호도, 욕망, 습관 그리고 가격 민감도는 모두 다르다. 또한 그들이 통상 접하는 매체나 정보도 다양하다. 따라서 현재의 방문객과 미래의 잠재적 방문객을 가릴 것 없이 일련의 속성에 따라 구분 지어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전장에 나서기 전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활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심리학 교수도 재미삼아 보는 MBTI 분류나 세그멘테이션이나 적용 대상은 다르지만 비슷한 성격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MBTI 처럼 방문객 유형을 세분화해서, 각자 원하는 가치와 느끼는 만족도가 차이 나는 다양한 범주의 방문객을, 각각의 속성별로 여러가지 서로 다른 콘텐츠에 적합하게 타겟팅하고 연결할 수 있다. 비즈니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콘텐츠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그에 적합한 고객을 관리하는 것이다.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라 했다. 


관광 시장 세분화는 마케팅 분야와 마찬가지로 크게 네 가지로 나뉘는 데, 인구통계적 분류, 지리적 분류, 행위적 분류, 심리적 분류 등이다. 다음에 방문할 잠재적 관광객은 어떤 속성을 가진 사람인지 파악하는데 더 유용한 분류 방식은 무엇일까? 


인구통계적 세분화는 가장 일반적으로 쓰는 방법이다. 모든 방문객을 연령, 소득, 성별, 인종, 교육 또는 직업과 같은 통계 방식으로 간단히 나눈다. 유사한 인구 통계에 속하는 개인은 대부분 비슷한 요구 사항을 가질 것이라는 가설 위에 가령 새로운 관광 시설을 찾는 대부분의 사용자는 젊은 여성이며, 여유 시간과 가처분소득이 있다는 추정을 할 수 있다. 그런데 귀하의 관광 시설에서 실제로 검증해 보았는가? 

지리적 세분화는 방문객이 사는 곳이 어디이며 기후나 환경은 어떠한가에 따른 분류다. 인구통계적 세분화의 하위 집합이다. 이런 방식은 특정한 지리적 영역 내의 사람들은 모두 유사한 요구 사항을 가질 수 있다고 가정하여 고객이 거주하는 실제 위치별로 묶어서 구별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역을 승용차로 당일 왕복할 수 있을 정도로 좁은 우리나라에서는 의미있는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 

행동방식적 세분화는 방문객별로 관광지에서 실제 어떤 행위를 하는가에 따른 분류다. 예를 들어 박물관을 좋아하는 사람과 쇼핑을 주로 하는 사람, 그리고 번지 점프를 즐기는 사람은 각각 다른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가정이다. 최근엔 이런 분류가 방문객의 소비성향 분석에 현실적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예를 들면 영국에서 개발한 ‘아크 레저 세그멘테이션’ 같은 것이 그렇다. 여기에 대해서는 빠른 시간 내에 다시 다루어 볼 생각이다. 

심리적 세분화는 방문객의 심리적 특성을 고려한 결과를 기반으로 한다. 예를 들면 방문객이 모험적이냐 소극적이냐에 따라 패러글라이딩을 하기 원하는지 아니면 조용한 숲속이나 호숫가를 걷기 원하는지가 결정된다. 신뢰성은 높지만, 실제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정보를 획득하는 과정은 복잡하다. 개인의 라이프스타일, 성격, 가치 및 관심사에 대한 정보를 개별적으로 수집해야 한다. 또한 동일한 통계학적 분류 내에서도 매우 다른 심리 프로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도 주의해야 한다. 오차를 무시하면 MBTI 활용도 가능하다.


행동방식 세분화(Behavioural Segmentation)


관광지의 기획이나 마케팅 담당은 적절한 데이터 수집과 처리를 통해 세분화된 방문객의 행동방식 세분화로 관광 상품을 구매할 의향을 결정하는 동기에 대해 보다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행동방식 세분화는 그 지역을 찾는 방문객의 개인적 속성과 취향에 맞게 콘텐츠를 선별하여 더욱 강화하거나, 향후 전략적으로 어떤 새로운 콘텐츠에 집중할 것인지를 계획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도구이다. 앞으로는 이런 작업 자체를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하는 사고가 필요하다. 필요한 방법과 기술은 이미 개발되어 널리 사용되고 있다. 땅을 잘 파려면 맨손보다는 적당한 삽을 쓰는 것이 편리하다. 


데이터 기반의 관광 시장 세분화는 창의적인 고유의 관광 상품을 개발하는 바탕이 되고 나아가 관광지의 경쟁력을 갖게 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또한 방문객의 욕구에 초점을 맞춘 콘텐츠의 강화와 마케팅을 차별화하는 것에 도움이 된다. 방문객 속성 데이터에 기반한 소비 패턴에 대응/연결해서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공하면 최고의 방문객 만족도를 성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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