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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J Oct 05. 2022

행복한 도시 만들기, 첫 번째

관광 시설 ‘설계 기준일’(Design Day) 

1. 지방자치단체에서 관광지(관광객의 방문을 목적으로 하는 장소)를 개발하는 계획 단계에서 중요한 과정은 개발할 관광지의 시설 규모를 알맞게 설정하는 일이다. 규모를 너무 작게 설정하면 예산은 절약할 수 있지만, 성수기에는 방문객이 넘쳐서 운영관리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거꾸로 규모를 과도하게 설정하면 필요 이상의 시설을 만들게 되어 비용의 낭비를 초래한다.

관광지 시설의 규모 설정이 중요한 이유는 사업의 경제성을 확보하는 최우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진하는 관광지 개발은 특히 시민들의 혈세를 사용하는 일이기 때문에 검토 단계에서부터 경제성을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 그렇다면 관광지의 적절한 시설 규모는 어떻게 설정해야 할까?

새로 만드는 관광지의 적절한 시설 규모를 설정하려면 우선 대상 지역과 주변에 있는 기존의 유사 관광지에 방문하는 관광객의 숫자를 파악해야 한다. 아직 만들지 않은 시설의 방문객 숫자를 예측하는 간편하고 합리적인 방법은 비슷한 환경과 조건과 시설을 가진 기존 관광지와 비교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먼저 성수기의 예상 방문객 숫자 중에서도 절정을(피크를) 이루는 시즌의 방문객 숫자를 가능한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에는 그런 유사시설의 시간별 피크 방문객 숫자를 포함한 다양한 데이터를 기준으로 추론 가능한 정보를 활용해서 새로운 시설의 규모를 결정하게 된다.

이론은 간단하지만 실제 관광지 개발에서 겪는 대부분의 문제와 마찬가지로 그 과정은 조금 더 복잡하다. 흔히 관광지의 꽃이라고 여겨지는 테마파크 시설을 설계하는 과정에서도 시설의 규모를 설정하기 위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디자인 데이’라는 기준을 세우는 것이다. 관광지 개발을 담당하는 공무원이 여기에 대해서 전문적으로 자세히 알 필요는 없지만 이런 개념이 필요하다는 정도는 알아야 한다.

( https://www.theparkdb.com/  디자인 데이 개념과 계산 방식에 관해서 더 자세히 알고 싶으면 링크의 블로그에서 관련 내용을 참조)


2. 디자인 데이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교회의 예배당을 새로 건축하는 경우를 보자. 예를 들어 크리스마스 같은 기념일에 방문하는 사람의 숫자를 기준으로 예배당 시설의 규모를 설정하느냐, 아니면 그런 기념일과 무관한 평상시의 예배 참석 인원을 기준으로 하는가에 따른 차이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크리스마스 전야에는 대부분의 교회에서 어린이들의 특별한 공연이 있기 마련이고 평소에는 예배에 참석하지 않던 어린이들의 가족도 공연을 보기 위해 방문하게 된다. 따라서 평상시의 교인 숫자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예배당에 넘쳐나게 된다. 그러면 평상시의 예배 참석 인원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시설은 엄청나게 늘어난 방문객을 처리하느라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와 반대로 크리스마스(관광지의 성수기와 같은) 전야의 방문객을 기준으로 예배당 규모를 설계하면 그 외 나머지 대부분의 날에는 텅텅 비어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과도한 시설 투자에 따른 관리부담도 안게 된다. 

<강진만 생태공원 방문 시 촬영한 사진. 강진군이 정성을 들여 관광지로 개발하는 중이다  https://www.gangjin.go.kr/gangjinbay >

마찬가지로 새로운 관광지의 피크 시즌에 방문하는 예상 숫자와 평상시의 방문객 숫자를 예측하여 비교해 보면 큰 차이가 난다. 따라서 새로운 관광지의 시설 규모를 설정할 때는 어느 시즌을 기준으로 방문객 숫자를 예측해야 적당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며, 그런 적정 규모를 설정하기 위한 설계 기준이 바로 디자인 데이1) 개념이다.             

1) ‘디자인 데이’라는 용어는 우리말로 ‘설계 기준일’이라고 부르려 한다


설계 기준일이라 칭하든, 디자인 데이라고 부르든, 낯선 이름에도 불구하고 이런 예측 과정은 관광지 개발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관광지를 방문하는 목표 숫자를 원하는 대로 무작정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알려진 정보를 기반으로 합리적인 계산을 통해 예측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아주 단순하게 생각하면 그저 예상되는 방문객 숫자를 계산하는 일처럼 보인다. 그러나 합리적인 예측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방문객이 관광지로 유입되는 (주차를 포함한) 과정, 관광지 내에서 이동하면서 여러 가지 시설을 즐기는 과정, 그리고 음식을 먹고 화장실을 이용하고 기념품을 쇼핑하거나 휴식을 취하고, 마지막으로는 관광지를 벗어나는 과정과 그 사이사이의 상황까지 각각 고려하는, 사용자 경험(또는 방문객 경험)에 관한 세밀한 고찰이 필요하다.

이런 내용은 대부분 공학적인 계산에 근거하지만, 동시에 인간의 심리에 대한 사회적인 관찰과 통계적 수치의 반영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공원의 최대 방문객 수에 비례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이 쾌적하게 즐길 수 있는 적정 면적과 시설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인내할 수 있는 대기 시간이나 최소 공간이 얼마인지를 아는 것도 그만큼 유용하다. 이런 것은 모두 방문객으로 하여금 관광지에서 어떤 경험을 하게 디자인할 것인가에 관련되는 사안들이다.


3. 코로나19 상황 이전에는 방문객 1인당 최적의 공간 면적에 대한 비율에 대해 실내 시설의 경우에는 방문객당 3m2 ~ 4m2, 실외의 경우에는 방문객당 최소 10m2 이상으로 설정하는 것을 표준처럼 생각해 왔다. 그러나 이런 기준은 앞으로 변화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여기에서 변함없이 최우선적으로 생각할 것은, 시간대별로 공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다르기 때문에, 가장 혼잡한 시간에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쾌적한 공간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인가이다. 

방문객 1인당 점유 면적이 넓을수록 쾌적한 느낌을 갖게 하지만, 경제적인 면에서 보면 전체적으로 더 넓은 면적과 시설이 필요하게 되어 소요 예산이 증가한다. 면적과 수용력 관계를 간과하고 단순히 주변 유사 관광지의 연간 방문객 숫자나 평균 수치를 적용하여 시설의 규모를 설정하면 실제 개장 후에 많은 문제를 일으키게 되고 더 많은 비용을 추가로 지불하게 된다.

설계 기준일을 정하는 과정에서 휴가나 계절적 요소도 고려해야 한다. 이런 결과 예측은 지역과 시설에 따라 다양한 차이가 있고, 심지어는 국가별로 문화적 차이에 따른 변화도 있다. 중국의 경우엔 음력 기준의 황금연휴가 1년에 2회 발생한다. 그러나 구미에서는 주로 여름휴가 시즌에 성수기의 절정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에서는 지역에 따른 차이는 거의 없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설계 기준일에 대한 개념은 계속 변화되고 있기 때문에, 새롭게 등장하는 다양한 변수에 유의해야 한다.

세계적인 수준의 테마파크 디자인 업계에서는 이미 설계 기준일 개념이 매우 기본적인 원칙으로 자리 잡았지만, 실제로 이를 계산하기 위해서는 오랜 경험을 가진 디자이너의 경험에 의존하는 부분이 남아있고 각자의 방식에 따른 계산법도 조금씩 다르다. 게다가 아직은 지역의 관광지 개발 같은 경우에 이를 적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은 변수들에 대한 디자인적 고려가 필요하기 때문에 더 깊이 생각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당장 이런 과정이 어렵고 복잡하다고 해서 지금처럼 단순히 좋은 관광 시설을 만들기만 하면 사람들이 많이 방문한다는 무책임한 주장을 계속 받아들이면 안 된다. 이런 성공사례 중심의 확대 재생산2) 방식은 반드시 지양되어야 한다. 한 지역의 성공사례가 그곳에서는 상징적이라고 하지만 이것을 일반화하여 다른 지역에 복제하면 십중팔구는 허망한 결과를 얻고 예산만 낭비하게 된다는 것은 이미 반복하여 확인된 사실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공적 예산이 투입되는 관광 콘텐츠의 경제성을 평가하는 기본적 원칙이 먼저 세워지기 바란다.                    

2) 전국에 출렁다리만 150개…'출렁출렁' 어지러운 대한민국  

    https://www.yna.co.kr/view/AKR20220114118100805 

    “우리 지역도 마을 호텔” 전국 10곳에서 추진 중 

    https://www.hani.co.kr/arti/area/area_general/881314.html 

    ‘100대 문제사업’이 된 역대 최대 규모 어촌개발사업  

    http://www.afl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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