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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아리 Dec 21. 2020

상상 속의 그곳 카르타헤나( Cartagena) 1

뜨리니다드 광장과 Chiva Bus

   

우리가 콜롬비아에 오게 된 목적은 바로 카르타헤나에 오기 위해서였다. 콜롬비아 사람들의 휴양지 카르타헤나! 카리브해와 맞닿아 있는 콜롬비아의 휴양지 카르타헤나. 사실 카르타헤나가 바닷가 휴양지라는 사실 외에 이곳의 역사나 특징 같은 것은 잘 알지 못한 채, 역시 지희의 추천으로 오게 된 곳이다. 




여러 가지 상황과 날씨가 우울했던 보고타에서 비행기를 타고 약 1시간가량 날아와 카르타헤나에 도착하니 공항에서부터 휴양지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듯했다. 일단 날씨부터가 완전 휴양지였다. 작렬하는 태양이란 이런 것이다 하는 것을 보여주는 듯했다. 오후 늦게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태양빛이 장난이 아니었으며 소금기를 잔뜩 머금은 바닷바람이 공항에서부터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보고타와 같은 나라라고 하기에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날씨와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그도 그럴 것이 보고타는 해발고도가 2600m 정도인 곳이고, 이곳 카르타헤나는 해발고도가 0m이기 때문에 체감상 분위기도 많이 달랐던 것 같다. 


보고타에서의 우울한 마음을 접어버리고 우리는 택시를 타고 숙소로 향했다. 택시에서 마주한 카르타헤나의 첫 번째 특징은 이곳은 보고타에 비해 흑인의 비율이 매우 높다는 것이었다. 어디선가 들었던 바에 의하면 흑인들은 인종의 특성상 고산지역에서는 살기가 힘들다고 하던데 그 말이 맞나 싶기도 했다. 택시 안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바깥 풍경을 감상하고 있으니 택시 기사가 숙소 근처라며 차를 멈추고 우리가 예약한 호텔을 찾기 시작했다. 택시가 서 있는 곳으로부터 약 100여 미터 앞쪽으로 호텔이 있었는데 그때부터 차가 움직이질 않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해 보였으나 연식이 너무 오래되어 차가 멈춰 선 것이다. 우리는 짐이 많았기 때문에 호텔 앞까지 차가 가주길 원했지만 그건 우리의 바람일 뿐이었다. 아... 이 짐을 어찌 들고 이동을 해야 하나... 그때 택시 아저씨가 호텔로 들어가더니 호텔 매니저를 데리고 와서는 우리의 짐을 같이 들고 호텔로 이동해 주었다. 차가 말을 듣지 않아도 끝까지 책임져 주는 모습이 참 인상 깊었다. 


무사히 호텔에 도착한 우리에게 호텔 매니저는 엄청 친근하게 자기소개를 하며 이것저것 등록을 했다. 그러던 중에 내 여권의 생일을 보더니 말도 안 된다며... 나보고 너무 어려 보인다는 것이다.  자기 엄마와 나이가 비슷하다며...(남미 친구들은 결혼을 워낙 일찍 하다 보니 이 젊은 청년의 엄마가 내 나이 또래라고 해도 별로 이상한 일은 아닌 듯하다) 본인은 정말 믿을 수 없다며 계속 나와 여권을 번갈아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 친구 영업을 좀 아는 친구인데! 아무튼 첫인상부터 아주 마음에 드는 친구였다. 그 호텔은 그 친구와 그의 형이 매니저 일을 맡고 있었다. 둘은 우리가 머무르는 동안 상당히 세심하게 우리에게 신경 써 주어 카르타헤나에 대한 인상이 더 좋아지기도 했다.   


도착 첫날 우리는 호텔 매니저의 추천으로 역사지구에 있는 여행자의 거리인지 외국인 거리인지 정확한 명칭은 기억이 나질 않지만 아무튼 그곳으로 구경을 갔다. 저녁 시간이었지만 꽤나 안전하다는 그의 말을 믿고 우리는 다리로 연결된 바다를 건너 역사지구로 향했다. 길을 몰라서 약간 헤매면서 골목골목을 구경하며 걷고 있었다. 골목으로 들어갈수록 뭔가 익숙한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TV나 유튜브를 통해서 보던 쿠바의 모습과 너무나 흡사한 골목의 풍경이었다. 사람들은 낡은 나무 의자를 하나씩 들고 나와 문 앞에 앉아 있었고(어떠한 호객행위나 장사들의 모습이 아닌 진짜 날씨가 더워 더위를 식히며 동네 사람들끼리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알록달록한 조명들이 어두운 골목을 밝히고 있었다. 이 모습이 내 눈에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이기도 했다. 조금 더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자 트리니다드 광장이라는 곳이 나왔고, 그곳이 바로 여행자의 거리인 듯했다. 광장을 둘러싸고 사람들이 앉아있고, 한쪽에서는 음식들을 팔고 있었고, 한쪽에서는 거리 춤 공연이 한참이었다. 와~~ 신기신기. 그동안 여행을 하면서 해가 지면 위험하다고 생각하여 밖으로 나오지 못했는데 오랜만에 밤에 외출을 해서 이런 광경을 보니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신기하고 좋았다. 진짜 여행 온 느낌이 확~~ 다가왔다. 




햄버거 가게 옆에서 음료를 파는 노점상 - 신선한 과일로 직접 만들어준 음료수들이 일품이었다.


호텔 매니저가 추천해준 식당은 결국 찾지 못하고 대신 길거리 햄버거를 먹기로 했다. 한눈에 봐도 엄청 푸짐하고 맛있어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그 앞에는 사람들이 엄청 많이 줄을 서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당연히 나도 한번 먹어봐야지 하는 마음에 그 뒤로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린 후 햄버거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햄버거는 거짓말 조금 보태어 아기 얼굴만 한 사이즈였다. 가격도 상당히 저렴했던 것으로 기억난다. 맛 또한 훌륭하여 웬만한 식당보다는 훨씬 나은 듯했다. 우리는 광장 한쪽에서 신선한 과일주스와 햄버거를 먹으며 거리공연을 감사하며 카르타헤나에서의 첫날을 보냈다.



그동안은 안전상의 문제로 해가지면 숙소 밖을 나오지 않았었지만, 왠지 카르타헤나에서는 저녁에 시내 구경을 해도 안전할 것만 같았다. 날이 더워서인지 낮보다는 밤거리에는 관광객과 현지인들이 더 활발히 움직이는 것 같았다. 햄버거와 과일주스를 마시며 거리공연을 감상하니 여느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것보다 더 훌륭하고 즐거운 식사였다. 




밤거리 구경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엄청난 것을 보고 말았다. 이상한 버스 한 대가 지나가는데 그 안에서는 엄청난 떼창과 함께 버스가 들썩거릴 정도로 사람들이 춤을 추며 즐거워하는 것이었다. 이게 뭐야!!!! 나와 찰스는 엄청난 호기심으로 그 버스 사진을 찍기 시작하며 나는 반드시 저것이 뭔지를 알아내서 나도 꼭 타고 말 것이야! 를 외치며 다시 흥분된 마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chiva bus (google image)


다음날 우리는 시내를 돌아다니며 그 버스의 정체를 알아내기 시작했고, 아니나 다를까 시내 곳곳에는 그 버스 티켓을 파는 영업맨 들이 관광객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그 버스의 정체는 바로 ‘Chiva Bus’였다. 일명 나이트 버스!!! 콜롬비아 전통 버스의 형태인 창문 없는 버스를 타고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시내 구경을 하며 춤과 노래를 즐기는 그런 관광코스였다. 우리에게 처음 접근한 영업맨에게 나는 당장 버스표를 예약하고 싶었지만 현금이 없어서 은행에 가서 현금을 찾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은행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은행 찾기가 쉽지 않고 시간도 꽤 지나서 다른 영업맨에게 표를 사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영업맨이 결국은 우리를 찾아와서 표를 팔았다. 우연히 지나가다 우리를 발견한 것인지, 아니면 우리를 찾아서 시내를 돌아다닌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아무튼 우리는 그를 다시 만난 것을 신기해하며 그에게 표를 샀다.

저녁식사 후 해질 무렵 출발하는 Chiva Bus를 타기 위해 우리는 하루 종일 설레며 그 시간을 기다렸다. 드디어 탑승! 우리가 예약한 버스 이외에도 약 10대 정도의 버스가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고 영업맨들은 그 많은 버스에 사람들을 가득 태우고서야 출발을 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사회자가 등장을 하고 흥겹게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버스를 가득 채운 승객들은 모두 흥분에 찬 얼굴로 사회자가 부르는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잘은 모르지만 국적과 상관없이 버스 안의 모든 사람들이 신나게 따라 부르는 것을 보니 이쪽 동네에서 꽤나 유명한 노래인 것 같았다. 같은 노래 몇 곡을 계속 반복하는 것을 듣다 보니 나도 어느샌가 후렴구를 따라 부를 수 있었다. 무슨 뜻인지는 모르지만 리듬이 흥겹고 완전 라틴스러워서 저절로 흥이 나는 것 같았다.  얼마 만에 불러보는 떼창인가. 이 순간만큼은 나이도 잊은 채 그 분위기에 흠뻑 빠져 있었다. 듣기만 해도 그는 신나는 노래를 끊임없이 부르며 노래와 노래 사이에 그는 버스에 탄 승객들이 어디서 왔는지를 일일이 물어봤고, 우리에게도 어디서 왔냐고 질문을 했다. Corea del sur! 한국을 외치자 역시 K-pop의 위엄으로 우리는 엄청난 환호를 받았다. 물론 동양인이 우리 밖에 없어서 일 수도 있었겠지만 아무튼 모두들 환대를 해주니 기분이 좋았다. 엄청난 소리와 흥으로 떼창을 즐기며 약 3시간가량을 버스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도심 한복판에서 한밤중에 노래와 춤이라니. 그것도 오픈된 버스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엄청난 분위기의 버스였다. 버스에서는 술도 함께 제공이 되었고, 사람들이 술을 좀 마셔서 인지 아니면 원래 그렇게 흥이 많은 사람들인지는 모르겠지만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너무나도 흥겨운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았다. 한참을 운행하던 버스는 어느 광장 같은 곳에 정차를 하더니 사회자들이 모여 악기를 연주하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그곳은 야외 나이트클럽으로 변해버렸다. 다들 어찌나 그리 흥이 많은지 한참 동안 신나게 춤을 추고 다시 버스에 올랐다. Chiva Bus의 마지막 코스는 진짜 나이트클럽이지만 밤이 너무 늦어 클럽에는 들어가지 않고 집으로 향했다. 비록 클럽에서 춤을 추지는 않았지만 버스와 광장에서의 춤과 노래는 내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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