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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아리 Dec 23. 2020

상상 속의 그곳 카르타헤나(Cartagena) 2

카르타헤나는 카리브해를 끼고 있는 해안 도시이자 항구도시이다. 카리브해를 따라 끝없이 펼쳐진 카르타헤나의 성벽과 그 안쪽으로 형성된 올드타운, 아기자기한 매력을 지닌 여러 건물들 까지. 나는 이곳 카르타헤나의 매력에 흠뿍 빠져 있었다. 거의 매일 올드 타운을 거닐고, 그 길을 따라 바닷가 끝까지 가면 성벽이 보이고, 그 성벽에 올라가 일몰을 감상하곤 했다. 

하루는 일몰 시간에 맞춰 성벽에 서서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데 몇몇 사람이 패러세일링을 하여 장관을 이루기도 했다. 이 평화로운 바닷가에서 자유롭게 파도를 타며 가끔은 하늘로 향해 치솟는 그들을 바라보니 한 편의 무성영화를 감상하는 느낌이었다. 해 질 무렵 붉게 물들어가는 바다를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어도 마음속에는 평온이 찾아오는 것 같아 그 묘한 분위기에 취해 넋을 놓고 있기 일쑤였다. 




하루는 호텔 매니저의 추천으로 playa tranquila라는 바닷가로 물놀이를 가기로 했다. 카르타헤나에서 가장 유명한 해변은 playa blanca이지만 호텔 매니저는 그곳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현지인들은 거의 가지 않는다고 하며 우리에게 playa tranquila를 추천해 주었다. Playa tranquila에는 일반적인 해변과 하루 40명만 들어갈 수 있는 프라이빗 해변이 있다고 했다. 우리는 이왕 가는 것 프라이빗 해변을 가길 원했지만 그곳은 이미 예약이 다 마감된 상태라 우리가 머무는 동안에는 갈 수 없다고 했다. 아쉽지만 이번에는 일반적인 해변으로 가기로 하고 꼭 다음에 다시 와서 프라이빗 해변에 꼭 가보리라 찰스와 약속했다.

Playa tranquila 까지는 여행사에서 준비된 버스를 타고 이동을 해야 하는데, 호텔 매니저는 우리가 길도 잘 모르고 스페인어도 잘 못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호텔에서 일하고 있는 그의 여자 친구에게 우리가 버스를 타는 것 까지 도와주라고 부탁을 했다. 예정된 시간에 버스는 오지 않았고 그녀는 이리저리 전화를 하며 잘 안 되는 영어로 우리를 안심시키기도 했다. 베네수엘라 출신인 그녀는 더위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우리가 버스 타는 것을 끝까지 챙겨주고 자리를 떠났다. 이곳 사람들은 정말 친절, 친근 이런것들이 몸에 배어 있는듯 했다.




우여곡절 끝에 1시간쯤 걸려 도착한 playa blanca에서 우리는 다시 배를 타고 playa tranquila에 도착을 했다. 한 10분쯤 배를 탔을까? 사실 playa blanca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제대로 바다를 볼 수 없었는데, 배를 타고 복잡한 해변을 벗어나니 아주 한가롭고 환상적인 바다색을 자랑하는 해변이 나타나는 것이다. 와~ 이 신비로운 바다색을 어쩌란 말인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보는 바다색이었다. 진정한 카리브해! 물론 TV나 영상을 통해서 본 적은 있지만 그런 곳을 실제로 보게 되다니! 정말 믿어지지 않는 풍경이었다. 파도가 거의 없는 잔잔한 바다 위에는 요트가 한 대 정박해 있을 뿐 바다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너무나 신비로운 풍광이었다. 거기에다 휴양지 냄새 물씬 풍기는 썬베드 까지! 분위기에 취해 있는 나에게 그곳의 직원이 와서 맛난 과일주스까지 건네고 사라진다. 아 이 분위기 어쩔!



호텔 매니저의 추천대로 그곳은 playa blanca에 비해서 사람들이 현저히 적었다. 프라이빗 해변에 가지 않아도 충분히 프라이빗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었다. 그의 탁월한 추천 덕분에 우리는 아주 한가롭게 사람에 치이지 않으면서 바다를 즐길 수 있었다. 신나게 수영도 하고, 맛있는 점심도 먹고, 한가로이 썬배드에 누워 잠시나마 낮잠도 잘 수 있었다. 내가 상상만 해오던 카리브해의 한적한 해변에서 한가로이 누워 음료를 마시며 여유를 부릴 수 있다니! 지금 생각해도 잘 믿기지 않는 일이다. 이번 여행이 끝난 후에 내가 또 여기에 다시 올 수 있을까? 인생에 한번뿐이라면 너무너무 아쉽고 그리울 것 같은 곳이었다. 

 


돌아오는 길에도 올 때와 마찬가지로 버스를 타고 이동을 했는데 마침 그 버스가 호텔 앞을 지나서 우리는 시내까지 가지 않고 호텔 앞에서 바로 하차를 할 수 있었다. 호텔로 들어가니 매니저가 마치 엄청 기다리던 사람을 만난 것처럼 우리를 반겼다. 원래는 버스가 호텔 앞이 아닌 시내에서 모든 승객들을 내려주기로 했었던 터라 매니저는 우리에게 잘 찾아올 수 있는지 여러 번 확인하기도 했던 터였다. 그는 우리가 호텔을 잘 못 찾아올까 봐 엄청 걱정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가 생각하기엔 내가 영어도 스페인어도 너~무 못했나 보다. 마치 어린아이를 심부름 보낸 엄마의 눈빛이 그러할까? 그의 눈빛을 보는데 내가 눈물이 날 뻔했다. 그의 안심하는 표정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의 표정에서는 하루 종일 우리를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아... 이런 타지에서 나를 걱정해 주는 사람이 있다니... 너무나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내가 카르타헤나를 알게 된 건 단순 휴양지 개념이었지만(도착 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기 전까지는 이곳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었다), 이곳은 단순 휴양지 말고도 역사적으로도 아주 중요한 콜롬비아의 도시이다. 이곳은 카리브해를 끼고 있는 항구도시로서 도시 곳곳에는 옛 시절의 요새들이 있고, 스페인 특유의 건축물들이 즐비한 곳이다. 또한 이곳 건물들의 특징인 나무로 된 발코니에 꽃이 만발한 테라스까지 카르타헤나에서는 어느 곳 하나 나의 마음에 들지 않는 곳이 없었다.




해안가 식당에서 주문한 해산물 모둠과 세비체


올드타운 거리에서


해안가 성벽에서의 일몰, 카리브해의 특징인 하늘색 바다, 쿠바의 뒷골목을 연상시키는 트리니다드 광장, 어느 식당을 들어가도 내 입맛에 딱 맞는 음식들까지. 참고로 콜롬비아 음식에는 향신료가 많이 들어가지 않는다. 자연 그대로의 맛이 살아있다고 할까? 향신료에 약한 나로서는 콜롬비아의 음식이 딱 제격이었다. 자연환경, 곳곳의 역사적 유적들, 음식까지 지금 생각해도 이곳 카르타헤나는 나의 상상 속에만 존재할 것 같은 곳이다. 그런데 이런 곳이 실제로 존재한다니!!!


나의 집나간 입맛을 다시 돌아오게한 다양한 음식들


 

너무나 즐겁고 환상적이었던 카르타헤나에서의 모든 일정이 마무리되었다. 나는 그동안 여행지를 동남아시아 아니면 유럽으로만 국한 짓고 있었는데, 지구 상에 이렇게 멋진 곳이 있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나의 식견이 좁았음을 느꼈다. 이제라도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아마 당분간은 여행을 한다면 유럽 쪽이 아닌 이쪽 카리브해 쪽이 아닐까 싶다. 비행시간이 좀 멀어서 그렇지 물가 저렴하고 분위기 환상적인 이곳을 평생 한 번밖에 와보지 못한다는 것은 너무나 아쉬울 것 같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반드시 다시 와보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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