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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정보의 전쟁’에 대한 효율적 시장 이론

시장은 정말 모든 정보를 알고 있을까? EMH으로 보는 행동재무학

by 드라이트리

효율적 시장 이론은 금융시장을 움직이는 본질적인 힘이 무엇인지에 대한 중요한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시장이 정보의 집합체라면, 가격은 그 정보를 압축한 결과물이며, 투자자들은 이 가격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려 합니다. 효율적 시장 이론은 이러한 과정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얼마나 빠르게 이루어지는지를 설명하는 핵심 틀입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시장은 이용 가능한 모든 정보를 즉시 가격에 반영하며, 그 결과 누구도 시장 평균 이상의 초과수익을 지속적으로 얻을 수 없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파마가 정립한 이론은 과거 가격만 반영되는 약형, 공개 정보까지 반영되는 준강형, 내부 정보까지 반영된다고 보는 강형으로 나뉘며, 이는 시장이 어느 정도까지 정보를 흡수하느냐에 대한 층위를 보여주는 개념적 틀입니다.


그러나 현실의 시장은 이러한 이상적 구조와는 다르게 움직일 때가 많습니다. 투자자들은 합리적 존재라는 가정과 달리, 과신, 손실회피, 군집행동 같은 심리적 편향을 반복하며 가격 왜곡을 일으킵니다. 이러한 행동 패턴은 가치주 프리미엄, 모멘텀, 저변동성 효과 등 다양한 이상현상을 만들어냈고, 이는 효율적 시장 이론이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으로 남았습니다. 시장이 정보를 빠르게 흡수한다고 해도 그 반영 과정이 반드시 합리적일 필요는 없다는 점에서 행동재무학은 효율적 시장 이론의 가장 강력한 반대축이 되었습니다. 특히 버블과 붕괴 같은 집단적 감정의 폭발은 시장이 완전한 효율성에서 멀리 떨어져 있음을 반복적으로 보여준 사례입니다.


오늘날 시장 환경은 효율적 시장 이론이 등장하던 시기와 비교할 때 더욱 복잡하고 기술적으로 진화했습니다. 고빈도거래, 딥러닝 기반 예측 모델, 알고리즘 트레이딩이 시장 참여자의 주요 구성 요소가 되면서 가격 형성 과정은 인간 심리뿐 아니라 기계적 의사결정에 의해서도 좌우되고 있습니다. 정보는 텍스트, 음성, 영상 등 다양한 형태로 빠르게 처리되며, AI가 뉴스와 공시를 실시간 분석해 매매에 반영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효율적 시장 이론에 새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예측 가능성이 관측된다고 해서 그것이 실제 수익으로 이어지는가, 알고리즘이 발견하는 패턴은 이미 다른 알고리즘에 의해 즉각 소멸되는가, 기술 발전은 효율성을 강화하는지 혹은 새로운 유형의 비효율을 만들어내는지와 같은 질문입니다. 흥미롭게도 최신 연구들은 예측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증거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활용해 일관된 초과수익을 만드는 것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있습니다. 시장이 지나치게 경쟁적이고 모든 참여자가 비슷한 기술을 활용하는 환경에서는 비효율이 발견되더라도 빠르게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기업과 투자자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ESG 정보나 정성적 신호, 정책 변화처럼 불완전하거나 해석이 필요한 정보는 시장에 반영되는 속도가 서로 다르며, 이는 기업이 정보를 공개하는 방식과 타이밍 자체가 기업 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투자자는 단기적 비효율을 포착해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이를 반복적으로 성공시키기 위한 전략을 구축하는 것은 여전히 매우 어렵습니다. 장기적으로는 패시브 전략이 우월하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를 통해 검증되고 있으며, 이는 시장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상당히 높은 수준의 효율성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효율적 시장 이론은 현실의 모든 현상을 설명하는 완전한 진리는 아니지만, 여전히 금융시장을 이해하는 데 가장 유용한 출발점입니다. 시장은 비효율성과 효율성이 공존하는 복잡한 구조를 가지지만, 정보 반영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으며, 초과수익의 기회는 점점 더 축소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과 투자자는 단순히 가격 변동을 해석하는 것을 넘어, 어떤 정보가 어떤 속도와 방식으로 시장에 스며드는지를 정교하게 이해해야 합니다. 효율적 시장 이론은 여전히 이러한 질문을 던지는 데 가장 강력한 이론적 기반이며, 기술과 행동의 시대에도 유효성을 유지하고 있는 중요한 개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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