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과 효율 사이에서 새로운 연구 방향을 찾다
인간–AI 협업의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지만, 정작 무엇을 성과로 볼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모호한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실제 업무 환경에서는 AI 활용이 창의성을 높이는지, 효율성을 높이는지, 혹은 두 가지 모두에 영향을 주는지 명확하게 측정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인간–AI 협업을 연구하는 학계와 실제 조직 모두에서 성과 지표에 대한 기준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주제를 중심으로 기존 연구의 리서치 갭을 검토하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실천적·학술적 아이디어를 정리하고자 합니다.
먼저 인간–AI 협업에서 성과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부터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많은 연구가 AI 활용을 창의성의 증대와 연결해 설명하지만, 실제 업무에서 창의성은 정량적으로 측정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시간 절약, 산출 대비 투입 비율, 코드 개발 효율, 오류 감소율 등 보다 구체적이고 계량 가능한 지표를 중심으로 성과를 정의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예를 들어 개발 업무에서는 동일 기능 구현 시간, 버그 발생률, 코드 품질과 같은 지표가 인간–AI 협업의 효과를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인간과 AI 각각이 담당한 업무의 범위와 비중을 정교하게 구분한 실험 설계가 이루어진다면, 단순 비교보다 훨씬 유효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시나리오 기반의 실험 설계를 활용하는 방식이 보다 정확하고 실용적인 성과 측정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기존 연구의 공백에서 찾을 수 있는 새로운 연구 방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다수 연구는 개인 수준에서의 AI 채택에 초점을 맞춰왔습니다. 그러나 실제 조직 환경에서 AI는 개인을 넘어 팀 단위의 협업 구조와 성과에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AI agent를 실제로 활용하는 팀과 인간만으로 운영되는 팀 간의 성과·효율을 비교하는 연구는 중요한 차별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와 모더나 등 주요 기업에서는 팀장의 평가 기준에 AI 활용도를 반영하는 실험적 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며, HR 부서와 IT 부서를 통합하여 인간 노동력과 AI agent 자원을 함께 고려하는 형태의 평가 체계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이는 팀 단위 연구의 필요성을 시사합니다.
또한 AI 신뢰도 역시 중요한 조절변수로 고려해야 합니다. 동일한 기술을 제공받더라도 이를 신뢰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개인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에는 성과의 차이가 크게 발생합니다. 팀 단위에서도 마찬가지로, AI에 대한 팀 전체의 신뢰도는 협업의 질과 성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산업별 비교는 인간–AI 협업의 효과가 산업 특성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소프트웨어 개발팀의 AI 활용 방식과 제조업 생산라인의 ChatGPT 활용 방식, 혹은 서비스업에서의 프롬프트 기반 자동화는 모두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따라서 산업군 비교는 연구의 외연 확장과 실무 적용 가능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인간–AI 협업 연구를 보다 탄탄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강력한 이론적 기반이 필요합니다. 첫 번째로 JD-R(Job Demands–Resources) 모델은 직무요구가 높을수록 소진이 발생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하지만 AI는 정보·인지·시간 자원을 보완하는 ‘새로운 직무자원’으로 작용하여 소진을 줄이고 성과, 몰입, 혁신을 높이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두 번째로 COR(Conservation of Resources) 이론은 인간이 자원을 보존·획득하려 한다는 기본 전제를 가지며, AI가 이러한 자원 획득을 촉진하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AI 도입이 인지 부담을 줄이고 자기효능감을 높여 결국 창의성과 성과가 증가하는 ‘자원 획득 나선(gain spiral)’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다만 AI에 대한 신뢰가 낮거나 기술 역량이 부족한 경우에는 자원 손실(spillover)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합니다. 세 번째로 Job Crafting과 AI Crafting 개념은 직원이 능동적으로 AI를 활용해 자신의 업무범위, 관계, 인지적 틀을 재설계할 때 업무 효율성과 창의성이 강화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즉 AI는 단순한 자동화 도구를 넘어 능동적 업무 설계를 가능하게 하는 자원이 됩니다.
인간–AI 협업 연구는 단순히 개인의 AI 활용 만족도를 측정하는 수준을 넘어서야 합니다. 팀 단위의 성과, 산업별 구조적 차이, 직무자원과 자원보존 전략, AI 신뢰 수준, 업무 재설계 능력까지 모두 고려해야 하는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주제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AI와 함께 일하는 방식의 본질을 다시 정의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며, 연구자와 조직 모두가 인간과 AI가 함께 만드는 새로운 협업의 형태를 적극적으로 탐구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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