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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마 Sima Feb 15. 2024

기자가 되고 싶어요

세상에 선한 영향을 주고 싶습니다

10대 시절의 나는 딱히 되고 싶은 게 없었다. 부모님이 이런저런 직업을 제안했지만, 거의 모든 직업에 대해 그 직업을 택하면 안 되는 이유만 떠올랐다. 대학교 전공을 선택할 때에도 딱히 하고 싶었던 게 없기에 당시 유행하던 학과나 합격을 위한 전략적인 선택을 했다.


대학에 입학한 후에도 이렇다 할 목표 없이 시간을 보냈다. 입시로 점철되었던 10대에 대한 보상심리도 있었다. 그러나 4학년이 된 이후론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었다. 한 학기 동안 고민을 하고 이런 결론을 내렸다. 직장인이 되면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일을 하며 보내게 될 텐데, 기왕이면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을 넘어 사회에 선한 영향을 주면 좋겠다고. 그리고 그 고민의 끝에 기자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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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 선한 영향을 주는 직업은 찾아보면 많이 있을 거다. 하지만 당시의 내가 상상할 수 있는 범위에 있는 직업 중 가장 매력적이었던 게 기자였다. 말하고 글 쓰는 일을 좋아했기에 잘할 수 있다는 자신도 있었다. 그렇게 막학기를 앞두고 언론고시에 늪에 빠지게 됐다. 기자가 되기 위한 대장정이 시작됐다.


초심자의 행운이었을까? 처음 입사 지원을 하기 시작하고 거의 바로 서류 그리고 필기 합격을 했다. 언론사 입사의 꽃은 필기시험이라고 할 정도로 가장 많은 지원자가 낙방을 하는 단계인데, 그 단계를 통과하게 되니 자신감이 넘쳤다. 비록 면접을 탈락했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현업 기자로 데뷔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생겼다. 그러나 다음 시즌부터 서류에서부터 탈락하는 나날이 이어졌다. 어렵사리 간 필기에서도 낙방이었다. 자신감은 끝을 모르고 추락하기 시작했다.


기운이 반등한 건 탐사 저널리즘 클래스를 수강하고, 후속으로 스토리펀딩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부터였다. 함께 클래스를 수강한 멤버들과 팀을 꾸려서 스토리펀딩 콘텐츠를 기획하고 취재하고 기사를 썼다. 쉽지 않은 주제에 비해 역량이 부족했는지 펀딩에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A부터 Z까지 실행해 본 경험은 귀중한 자산이 됐다. 스토리펀딩 프로젝트를 마무리 한 직후에는, 신문사와 포털회사의 조인트 벤처에서 인턴기자로 일하게 됐다. 신문사에서 현업으로 일하는 기자들과 일하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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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펀딩 프로젝트와 인턴기자를 하는 동안에도 입사 지원은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한참 인턴기자 생활을 하고 있을 때, 꼭 가고 싶었던 방송사의 최종 면접을 보게 됐다. 아쉽게도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했고 많이 슬펐지만 오히려 홀가분한 마음이 들었다. 이제는 더 이상 기자가 아니어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 만큼 했고 그 안에서 나름의 성과도 얻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기로 했고, 그때 부모님이 내게 해 준 이야기가 큰 힘이 됐다. 

"비록 직업 기자가 되지 못했지만 기자가 되기 위해 준비했던 시간을 버렸다고 생각하지는 마. 책과 신문을 읽고 말과 글로 생각을 정리하는 훈련은 네가 어디에 있던 큰 자산이 될 거야"


그렇게 나는 새로운 길을 떠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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