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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마 Sima Jul 23. 2023

[영화] 다음 소희 (Next Sohee, 2023)

악의 평범성에 대해 생각하다

영화 <다음 소희> 의 공식 포스


<다음 소희>는 2017년 현장실습에 나간 한 고등학생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던 일을 소재로 한 영화다. 학교에서 연결해 준 대기업 하청 콜센터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여러 불합리한 일을 마주하게 되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영화 후반부는 사건을 수사하던 형사가 소희의 선택을 거꾸로 추적해 가며 흘러간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먹먹했고 울화가 치밀었다.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걸까.


소희는 부모님, 선생님 그리고 친구들에게 여러 차례 나름의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원래 세상은 험난하니 그저 잘 버텨내라는 위로 같지 않은 위로를 건넬 뿐이었다. 그런 와중에 소희의 주변에는 온갖 종류의 피해자들이 있었다. 회사에서 실적 압박을 받는 동료들, 쓰레기 같은 노동환경에 처한 학교 친구들. 그 상황에서 소희가 앞으로 나아질 거란 생각을 하기는 쉽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소희는 '실적 사회'의 피해자다. 누군가 인터넷 상품 해지 방어율, 특성화고의 취업률 같은 숫자에 목매는 동안 인간성은 말살되었다. 현실의 벽에 부딪힌 학생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야 말았는데도 어른들은 스스로를 방어하고 정당화하기 바쁘다. '나도 위에서 실적 압박을 받는데 나보고 어쩌라는 거냐' 식이다. 더 끔찍한 건 개인의 문제로 몰아가는 거다. '애가 별나서 그런 걸 책임져야 하는 학교가 피해자다.'라고 하면서. 이런 장면들을 보며 한나 아렌트가 말했던 '악의 평범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본인이 맡은 일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하지 않는 모든 어른이 소희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이 영화가 많은 어른들에게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 좋겠다. 그래서 영화 제목과는 달리 '다음 소희'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사람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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