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밤 초콜릿 한 알 물고
달콤한 죄책감의 시간
자기 전 캄캄한 방에 은은한 조명 하나로 불을 밝힌 후, 침대 맡의 독서등을 추가로 켠다. 유연하게 움직이는 독서등의 기둥덕에 책을 펼친 방향으로 빛의 초점을 맞춘다. 건조한 가을 날씨에 미니 가습기의 전원을 누른다. 나의 코를 습습하게 만들어 줄 미세방울들이 독서등에 비추어 눈에 보이자 마음이 조금 편안해진다.
병렬독서를 즐기는 터라 여러 권의 책들이 침대 옆과 바닥에 흩어져 있다. 무얼 읽을지 그날의 기분이 정한다. 오늘은 한강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두 번째로 읽기로 한다. 밤과 어울리는 책이다. 어제 참여했던 북클럽의 책이기도 하다. 같은 책을 읽었음에도, 같은 문구를 보고도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다 보니, 다시 책을 읽어보고 싶어진 것이다.
그녀의 문장을 다시 곱씹어보고 싶었다. 고통을 대하는 두 인물들을 다시 오고 가며 과거이자 현재의 나를 발견하고 미래의 나를 만나고 싶다. 소설의 시작은 한 인물의 작별로 시작한다. 씁쓸한 기분에 출출한 배까지, 색색으로 코팅된 초콜릿 한 봉을 뜯는다. 혀 중간에 초콜릿 한 알을 올려놓는다. 입천장과 맞대어 서서히 코팅을 녹이다 보면 초콜릿이 부드럽게 내려앉는다.
책과 초콜릿이 함께하는 시간이라니. 달콤하고 풍요롭다. 이대로 책을 읽다가 잠이 들고 싶다. 입에 문 초콜릿이 이를 다 썩게 할 것만 같다. 양치를 하면 잠이 깰 것만 같아 이에 닿지 않도록 최대한 혀 안에서 초콜릿이 녹아들도록 조절해 본다. 이대로 스르륵 잠이 들 것이다. 초콜릿을 입 안에 녹인 채로 잠이 드는 건 내 이에 약간의 죄책감이 생긴다. 그럼에도 나는 그대로 약간의 죄책감과 함께 잠들 것이다. 가끔은 죄책감을 모른 척하고 싶으니까. 달콤함에 취하고 싶으니까.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서서히 썩어갈 이의 생태를 애써 무시하고 싶으니까.
그렇게 쌓여가는 초콜릿의 시간에 따라 옆의 이도 썩어가겠지만 예상하고 싶지 않다. 인간은 원래 그런 모양이다. 썩을 걸 알면서도 당장의 달콤함을 못 이겨, 화장실까지 가는 수고로움이 귀찮아서 결국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