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선생님께서 내 얘기를 차분하게 들어주시더니 하신 말씀이었다. 나는 상담을 받으면서남들에게는 관대하면서 스스로에겐 높은 잣대로 채찍질을 해왔다는 걸 깨달았다. 누구보다 내 편이어야 할 '나'인데 가장 혹독하게 대했던 것이다. 나라는 존재는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만 인지하고, 사회적으로 원하는 사람만을 목표로 그 기준의 부족한 점만을 바라보며 채워내고자 했다.
그 과정 속에서 사회에 보이는 모습(사람들이 좋아하는 활달하고 긍정적인)과 실제로 내가 생각하는 내 모습(어둡고 우울한)이 괴리가 깊어지게 되었다. 어느덧나의 진짜 모습은 무엇인지 혼란스러우면서도 진짜 내 모습이 들키지 않게 꼭꼭 숨겨왔다.
물론 사람에겐 여러 역할이 주어지고 거기에 따른 페르소나(가면)가 다양하게 있기 마련이지만 본래 의내 모습은 마치 세상이 원하지 않는, 가치 없는 마이너스 인간인 양 늘 부족하고 숨겨야 하는 존재로 억압하고 부정했다.
인정과 칭찬은 부족하고 통제가 높은 양육환경으로 인해 자존감이 매우 낮았던 나는 그렇게 스스로를 채찍질하였다. 그 결과 대학생 때는 높은 성적을 얻기도 하고 봉사동아리 등 각종 대외활동을활발히 할 수 있었으며 사회에서는 업무적 인정을 받으며어느 정도 성공경험을 누리게 되니 나는 늘 스스로를 경계하며 발전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부족한 존재로 인식하는것이 견고해졌다.
한동안은 우쭐했었다. 공공분야 컨설팅이라는 일을 하다 보니 공공성 측면에서 내가 하는 일의영향력이 큰 기분이었고, 그에 따른 보상도 다른 또래들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프리랜서 신분으로서일 년 중 3개월 정도의 비수기가 있을 땐 유럽여행을 길게 다녀올 수 있어서 시간과 금전의 여유를 부릴 수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존재자체의인정과 사랑이 없는노력과 성과는공허해질 뿐이었다. 언제나부족한 점을 찾아내서 고치려는 생각만 하고 나를 칭찬하고 위로해 주며 가끔은 쉴 수 있도록 돌보는 일에는 에너지를 쏟지 못했더니, 사회적 모습과 본모습의 GAP만 커지면서 자아의 그림자는 더욱 깊어지게 되었던 것이다.
이제야 나는 그 그림자를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 그림자를 깊게 드리운 '나'에게 말해준다. 마이너스 인간은 없으니 이제 채우려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 사람으로서 그 자체가 소우주로 자신만의 아름다운 빛을 가지고 있으니 그 빛을 발하게 해 주자고, 그리고 이제 부족한 것을 채우는 게 아니라 나에게 어울리는 색을 차근차근 찾아내어 나만의 빛을 만들어 가자고 위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