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니 안아주고 싶어
얼마전, 한 인플루언서의 라이브를 보는데 그 인플루언서가 이런 뉘앙스로 말을 했다.
“20대때 저는 참 아무것도 없었어요, 근데 노력을 안했어요 그래서 제가 30대 참 바빴어요 열심히했어요”
아, 그말을 듣는데 띵 -
나의 20대는 어땠을까
나는 참. 참으로 열심히 살았다.
처음 대학교를 합격하게 되어 본가를 떠나게 되었는데 나는 지방에서 가는 애가 마치 나 하나라도 되는양 당연히 기숙사가 배정될 줄 알았다. 그런데 무슨 당치도 않은 소리. 당연히 기숙사는 똑떨어지고 개강이 낼모렌데 하숙이니 자취는 상상도 못할 상황이라
에라이, 집구할때까지 기차통학하지뭐
이랬던게 한 학기가 되었다.
그것도 좀 저렴하게 타겠다고 통근권을 끊고 매일 첫 지하철로 겨우 달려서 기차를 아슬하게 세이프한다음 꾸벅꾸벅 졸며 9시 수업도 들었던 나...
그 한학기 경험으로 기숙사에서 떨어지지않겠단 신념으로 공부했다 허허
거기다가 대학생이면 내가 벌어 써야지 하면서 학기중이고 방학이고 내내 주말알바를 했더랬다. 남들은 술먹고 노는 날에도 주말 이틀은 9-9시까지 일하고 기숙사에서 살아남으려 시험기간엔 5시기상을 불사하던.
한 번은
방학때는 기숙사에서 짐을 빼야하는데 주말알바를 그만두기가 너무 아까운거다.
그래서 그냥 주말마다 내려가서 토요일 알바하고 찜질방이든 친구집이든 하루씩 자고 일요일 알바까지 하고 집에 오기도 했다.
그러다가 명절이 되면 알바 끝나고 주는 그 기름세트 만원짜리도 소중해서 품에안고 뛰어 기차를 타고 본가에 오고 그랬지.
그 시절에 나 진짜 왜그렇게 살았을까 싶은데 그때 그당시의 나는 그런 내가 너무너무 좋고 당연했다. 내가 생각하는 대학생의 로망이었다. 23학점씩 야간수업까지 꽉꽉 채워들으며 조기졸업을 준비하고, 대학생이라면 의례 알바해서 돈도 좀 벌어봐야지! 이런 맘이었고. 그땐 내가 하고싶다고 하면 그래도 뭐든 할수 있는 그런 때라 그게 당연하고 즐겁고 멋있었다!
다만,
지금의 내가 20대의 나를 보면 마음이 에릴때가 있다. 그렇게까지 안했어도 조금 즐겼어도 마음 느긋했어도 괜찮지않았을까
‘아이고 이녀석아, 그때 조금 공부 덜해도, 일 안해도 그렇게 악착같이 안해도 너 30대에 그리 나쁘지않아
좋은 직장도 들어가고 좋은 사람만나 평온한 가정에 이쁜 아이도 있고 알콩달콩 살거야‘
안다. 그 시절이 있어서 지금이 있다는걸
어쩜 내가 지금 엄마가 되고보니 옆에서 곤히 자는 우리 아가는 그렇게까지 하진않았으면 이란 맘이 들어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만약 20대의 나를 한번 만나게 된다면
꼬옥 꽈악 안아주고싶다.
너 진짜 열심히 살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