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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디 Apr 12. 2023

엄마는 늘 “을”이야

고집불통 다섯살 딸아이를 보며



요즘 딸아이의 고집과 찡찡은 상상을 초월한다.

미운 네살이란 말이 있다더니 다 거짓인가보다. 그런데 또 멀쩡하다못해 야무지게 유치원에선 제 몫을 한단다.


며칠 전 선생님이 전화가 오셔서

“어머님~ 피치가 내일 치과간다고 등원 못한다는데 맞나요?”


“아. 제가 아침에 조금 늦게 알림장에 써두었어요”

“어머어머 정말 말이 맞았군요? 안그래도 내일 보자 했더니 내일 치과가서 못와 하더라고요”


이 정도로 똑부러지게 이야기를 하는 아이인데

유치원에서도 잘 놀고, 하원 후 친구들하고도 놀이터에서 잘 놀다가


집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돌변한다.



“으앙, 씻기 싫어. 머리 손발만 씻고 몸은 안씻을거야”

이래놓고 막상 물에 들어가면

“나가기싫어!”



오늘은

갑자기 양치를 안하겠다 했다가, 치실을 거실에서 할거라느니 했다가, 입을 못벌리겠다 했다가


결국은 으앙 울면서


“엄마가 자기전엔 행복하게 자야된다 그랬자나아~ 으앙”


응?

기가 막혀라...

잘때는 기분좋게 자는거라고 며칠 전에 일러줬더니 지금 행복하게 자지 못하는게 내 탓이란다:


휴....

결국 나도 폭발.


혼나고 울고 잠든 아이를 문득 바라보니 참 복잡미묘한 생각이 든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 생각나는 한 사람.


우리 엄마.


곧 칠순이 다 되어가는 엄마지만, 서른 후반의 딸가진 나는 아직도 엄마랑 싸우고 엄마에게 매섭게 말할때가 있다.


“엄마가 뭘아노! 요즘은 그래 애 안키운다!”


한두번 엄마가 요즘 애들 그렇게 키워 얼마나 힘드냐 우리땐 안그랬다 하는데 툭 튀어나오는 말들.


그러고 싸우고 나서는 띠딩 울리며 오는 엄마 카톡에 눈물쏟기도, 속상해 하기도 한다


“엄마가 미안, 그런 뜻 아니었어”



마흔 다되가는 나도 이렇게 엄마한테 막 하는데, 늘 우리엄마기 져주는데...

다섯살 된 딸램이한테 내가 늘 을이되는건 당연하지 싶다.




‘엄마, 혹시 엄마 속으로 니같은 딸 낳아봐라 그랬어? ㅎㅎ 그럼 엄마 성공이다잉

근데, 진짜 엄마가 되고 보니

나한테 내 딸이 최고의 덕질이고, 최고의 갑이고 그렇다 허허허‘



울다 잠든 딸램의 새근새근 숨소릴 들으며

오늘도 나는 을이겠구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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