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단녀가 되는 계기
그래서 2년은 쉬신 거네요?
전 회사에서 친하게 지낸 과장님이 지난 면접에서 들은 이야기란다. 그녀는 이 말 한마디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고 또,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정신이 번쩍 나더란다.
과장님과 나는 한 대기업의 같은 부서에서 5년 정도를 함께 일했다. 나는 자발적 퇴사자였고, 과장님은 계약기간이 만료되어 잠시 일을 쉬게 되었는데 우연히 퇴사 시기가 비슷해 서로 마음을 많이 터놓았던 사이다. 회사를 그만 두면 자연스레 회사 안 인연과는 정리가 되는데 이 분과는 그냥 친한 언니 동생으로 남게 된 것.
잠시 일을 쉬게 된 과장님은 그동안 못했던 육아에도 집중하고, 틈틈이 아르바이트도 하며 단 하루도 쉽게 보내지 않았다. 중간중간 일자리 제안이 들어옴에도 그동안 한 번도 아이들과 함께 한 시간이 없었기에 그 시간에 집중을 했던 것.
그러나 최근 다시 일을 구하려고 면접을 갔다가 저렇게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이다.
"대리님, 내가 그동안 공기업, 대기업 다니며 쌓았던 그 경력 12년보다 쉰 2년밖에 그들의 눈에 안보이더라고요. 그리고 그 2년 동안 나는 그냥 논게 아닌데 그 사람들한텐 쌩판 쉰 게 된 거야.. 그 말 한마디가 얼마나 정신이 번쩍 들 게 하던지. 이대로 있다가는 집에 쭉 눌러앉을까 두렵더라고.."
이렇게 이야기하신 과장님은 결국 올 초, 기간제 교사로 교직업무를 시작하게 되셨다. 이제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첫 아이가 있었고 정작 다른 아이를 가르치느라 내 아이를 케어할 수없다 해도 일을 시작해야 했다. 옆에서 양가 어머님들은 왜 지금 다시 일을 하려고 무리하느냐, 애들이 3학년 정도 되면 다시
해도 되지 않느냐며 아쉬운 마음을 토로하셨다한다.
그러나 과장님은 내게
"지금 못하면 아마 앞으로 나한테 더 이상 기회가 안 올 것 같았어요. 그래서 무리하게 된 거야.."
다시 워킹맘의 일상으로 돌아온 과장님은 정신없이 바쁘다. 가끔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가도 다시 일하고 싶어도 그렇게 '논' 사람 취급받을까 두렵단다.
문득 나를 돌아보게 된다. 잘 다니던 대기업을 그냥 퇴사하고 남들이 말하는 전업맘이 된 상태다. 나의 이 시간도 다른 누군가에게 그저 '놀고만' 있는 것으로 치부되는 걸까. 꼭 월급통장에 금액이 찍혀야만 경제적 활동으로 치부되는 것이라면 양가 어느 쪽에서도 아이를 봐줄 수없고 보살펴 줄 이모님을 고용해야만 하는데 그것보단 내가 직접 아이를 케어하겠다고 결심한 것이 아무것도 아닌 시간이 되는 것일까.
맞벌이를 해야만 한 인간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으로 치부되는 것일까라는 생각에 문득 씁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