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함

요즘의 나는 평온해. 너는 어때?

by 필명 미정

나는 좋은 일이 있어도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꼭 좋은 일을 꺼내면 그 좋은 일이 나쁜 일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더 좋은 조건으로 이직한다고 주위 사람들에게 실컷 떠벌렸더니, 알고 보니 사기(?) 집단 비슷한 회사라 첫 출근 후 바로 실직자가 되어버렸다. 또 브런치 작가 됐다고 자랑했더니, 갑자기 일이 몰려 집중해서 글 쓸 시간이 없어졌다.


이외에도 수많은 일들이 있지만 이하 생략한다.


이렇게 좋은 일들을 입 밖으로 꺼냈다가 그 즉시 상황이 뒤 바뀌는 경험을 여러 번 겪고 보니, 나는 점점 안 좋은 상황의 말들만 전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내 글에는 이런 마음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그동안 썼던 글들을 보니, 부정적인 감정에 대한 글이 대부분이더라.


그래서 이번에는 긍정적인 감정에 대해 글을 써 보기로 했다. 여러 긍정의 감정들을 생각하는데 떠오르는 감정이 별로 없다.


아무리 떠올려봐도 그동안의 징크스로 인해서 인지 긍정의 감정을 떠올리기가 어려웠다. 그렇게 몇 번의 시도 끝에 튀어나온 감정은 바로 "평온함"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는 내가 가장 꺼내기 싫어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평온함은 내가 추구하는 최고의 목표이다. 내게 가장 도달하기 어려운 경지이자, 이상향이 바로 평온한 상태이다.


그러니, "나 지금 평온해요"라고 입 밖으로 꺼낸다는 건, 그 평온함을 깨는 행위인 것이다.


그런데 사실 나는 지금 정말 평온한 상태이다. 여전히 살을 맞대고 사는 가족들과 투닥투닥하며 싸우고, 회사에서도 뭐 하나 잘나게 해내는 것 없고, 친구들에게 자주 서운하기도 하다. 그런데 요즘만큼 평온하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는 가족, 사회에 속해 있다는 소속감, 서운함을 내비쳐도 될 만큼 서로를 위해주고 아껴주는 다정한 친구들.


이 세상 살아가면서 이보다 더 잔잔한 하루들이 있을까 싶다.


평온하다 : 조용하고 평안하다.

(출처 : 표준국어대사전)


예전의 나는 나를 둘러싼 모든 문제들이 사라져야 평온함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떠한 고난도, 고뇌도 없는 고요한 상태가 평온한 상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의 나는 자주 평온하다는 생각을 한다. 삶에는 여전히 많은 문제들이 있지만 이상하게도 평온하다.


요즘의 나는 이 문제들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 문제는 언제 어디서나 일어나고, 나는 언제나 그 문제들을 헤쳐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물론 그 문제들은 나 혼자서 해결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주위 사람들의 따듯한 손길들로 해결될 것이라는 것도 안다.


그래서 나는 평온함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 나의 평온함이 깨질까 봐 무서워 애써 피하지 않기로 했다. 혹시 나와 같은 사람이 있다면 묻고 싶다.


내 주위에서 여전히 많은 문제들이 일어나고 있지만, 요즘의 나는 평온해. 너는 어때?

매거진의 이전글비통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