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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연 Jan 24. 2021

엠넷 포커스는 '포크  스타' 만들기에 성공했나

Mnet '포커스' 리뷰, 애청자로서의 기쁨과 아쉬움

'나의 첫 번째 포크 스타'.


지난 금요일(22일) 종영한 Mnet/tvN 오디션 프로그램 '포커스'(Folk Us)의 테마다. 포크 '스타'라, 언뜻 맞지 않는 조합처럼 느껴진다. 포크 음악이 이 시대에 맞지 않는, 한물간 장르처럼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프로그램은 '포크 스타' 발굴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이뤄냈을까.



요즘 시대에 이런 음악, 뮤지션이?


작년 11월 이 프로를 처음 접했을 땐 그저 그런 오디션 프로그램이 장르만 바꿔 나왔을 거라 생각했다. 하다 하다 포크까지 오디션 소재로 삼는구나 하는 느낌. 하지만 내 선입관은 이내 산산조각이 났다. 포커스를 시청하면서 내내 생각했다. '이 시대에 이런 사람들(이런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고?' '80년대에서 쏙 뽑아온 사람들 아닌가?' 참으로 놀랍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포커스'에 출연한 송인효


포크음악은 무엇일까. 사전적으론 '민속(전통) 음악'을 가리키는데 현재 통용되는 포크음악은 대부분 1940년대 이후의 모던 포크를 지칭한다고 한다. 민중의 메시지를 표현한다는 점에서 저항적 성격이 강하며, 통기타와 하모니카 등 단출한 구성이 특징이다. 밥 딜런, 김광석, 김민기가 했던 그것. 현대적 의미에서 포크는 주로 인디신의 록, 밴드 음악 등과 조합되면서 정의하기 어려울 정도로 폭넓은 장르를 커버한다.


그래서인지 포커스에 참가한 도전자들은 음악적 베이스가 무척 다양했다. 포크 뮤지션으로 이미 명성이 높은 권나무, 이영훈, 최승열 / 인디신에서 이름이 알려진 우주히피(한국인), 오존, 호아, 우주왕복선싸이드미러(우싸미), 기프트, 밴드 동네, 전범선 / 독립 뮤지션으로 이미 관록이 수십 년에 달하는 사토 유키에, 김마스타 / 유튜브 등에서 팬층을 지닌 공예빈, 김수영 / 신성 신예원, 김승주, 장은정 / 직장인 동호회 출신 찐 무명 김영웅 / 오디션 스타 출신 박광선(울랄라세션), 유승우 / 산에 사는 무명의 고수 송인효까지..



통기타와 목소리의 힘, 촌스러움과 열정의 가치


이처럼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닌 이들을 엮은 연결고리는 '통기타와 보컬'이다. 누군가는 저게 포크냐고 반문할 만한 음악도 있었지만, 포크 경연이라는 대전제 하에 도전자들은 본인들이 추구해온 음악에서 한층 더 포크 다움을 이끌어내고자 했고 이러한 시도는 어느 정도 설득력을 획득했다고 생각한다. 애초부터 우리가 생각하는 전형적인 '찐 포크'(그게 뭔지도 모르겠지만)만으로 한정한다면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포커스'에 출연한 김승주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이들의 음악은 한국의 주류 음악과 거리가 있었다. 멜론 차트 순위권에 있는 음악들과 다르단 뜻인데, 그것이 이 프로만의 매력이었다. 아이돌은 물론이고 발라드 가수들마저 대형 기획사 스타 시스템에서 자유롭기가 어려운 시대에, 이들은 소속사가 없거나 아직 시스템에 길들여지기 이전의 원석들이다. 그래서 이들의 음악을 듣고 있자면 아직도 어디선가 각자의 방식으로 포크의 명맥을 이어가는 이들이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옛날 것들 좋아하고, 촌스럽고 이런 거 좋아해요. 솔직하고 열정적인 것들이
촌스럽게 치부되는 시대가 된 것 같아요. 쿨하고 그래야지 멋있는 게 된 것 같아서. 포크는 너무 솔직하고 직관적이고 본질적인 거잖아요. 그래서 저는 제가 사랑하는 음악, 제 가사, 제 이야기를 포크로 들려드리려 합니다."(김승주)


스물셋, 거의 최연소 참가자인 김승주의 말에서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은 확실해진다. 적어도 포커스에서는 대중성보다는 독창성과 음악에의 순수한 열정, 촌스럽지만 진실된 마음, 가슴을 울리는 무언가가 높게 평가됐다. 개인적으로 이 프로그램을 보며 '우싸미'에 푹 빠졌는데, 음악부터 패션, 외양까지 80년대 어딘가에서 핀셋으로 콕 집어서 2021년에 옮겨온 듯했다. 심지어 발음마저 어딘가 착하게 들리고(넬의 stay도 착하게 들림...) 너무나 독특한 매력이 있는 밴드였다. 이런 보석 같은 뮤지션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포커스'에 출연한 우주왕복선싸이드미러(우싸미)



시청률과 화제성 참패, "문제는 포크가 아냐"


문제는 이들 중 누군가가 어렵게 파이널(탑 4)에 진출하고, 우승까지 한 지금, 이들이 여전히 무명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이들이 각자 하던 음악을 살짝 접어두고 경연 프로에 나온 가장 큰 이유는 매체를 통해 좀 더 유명해지고, 자신의 음악을 알리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난 포커스를 매우 애청했지만 이 프로가 성공했다고 보긴 어렵다. 명색이 엠넷에서 주최한 1억원 상금의 오디션에서 우승을 차지했는데, 우승곡 네이버 영상 클립 조회수가 1300에 댓글 5개는 너무 심하지 않은가.


최종회(10회) 시청률은 Mnet 0.3%, tvN 0.7%를 기록했다. 합쳐서 겨우 1%인데, 더 큰 문제는 시청률이 꾸준히 하락했다는 데 있다. tvN 1회 시청률은 1.6%로 나쁘지 않았는데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한 끝에 실시간 문자투표 100%로 우승자가 결정되는 최종회에 0.7%라는 최하 시청률을 찍고 말았다. 화제성도 매우 낮아서, 탑 4에 올라간 이들이 매체에 회자되는 경우가 드물었다. '나의 첫 번째 포크 스타'를 표방했다기엔 민망한 결과다.


'포커스'에 출연한 이영훈, 권나무


그렇다면 이 프로가 부진했던 원인은 뭘까. 포크라는 장르가 원래 대중적이지 않아서? 그건 아니라고 본다. 참고로 Jtbc의 '싱어게인'에도 포크 뮤지션들이 다수 출연한다. 스타로 떠오른 63호가 대표적이다. 포커스 참가자들의 음악성이나 화제성은 결코 떨어지지 않았다. 첫 회 영상 클립 곳곳엔 "xx님이 여기 왜 나와" "심사위원석에 앉으셔야 할 분" 등 환호와 함께 재야의 고수들이 총출동했단 댓글이 쏟아졌다. 하지만 약 3회를 지나면서 이런 반응은 절반 이하로 줄었다.



성의 없는 선발과정, 허무한 탈락


가장 큰 패인은 좋은 뮤지션들을 너무 빨리, 맥없이 떨어뜨렸다는 데 있다. 우승자를 가리는 과정이 너무 무성의했다. 매스미디어에서 접하기 어려운 뮤지션들을 불러 모아 놓고 겨우 한두 곡만 부르고 퇴장시킨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그 결과 초반 3~4회에 대다수 참가자들이 탈락했고 시청자들도 함께 이탈했다. 팀대팀 대결에선 무조건 한 팀 이상을 떨어뜨려 대진운에 따라 납득하기 어려운 탈락자가 발생했다. 5회에서 탈락한 유승우, 김수영의 듀엣곡이 유튜브에서 포커스 영상 중 최다 조회수를 기록 중인 것은 제작진의 패착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포커스'에 출연한 유승우, 김수영


타 오디션 프로에서 대개 절반 이상이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고 혹여 실수해도 두 번째 기회가 주어지는데 포커스는 탈락이 너무 쉬웠다. 패자부활전도 단 한 번만 있었고 슈퍼세이브도 없었다. 포크 경연이기에 더더욱 우승자를 가리는 일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음악을 들려주는 데 집중했어야 하지 않을까. 심사위원들이 서로 논의하지 않고 각자 인/아웃을 정해 결과를 합산한 평가 방식도 장단이 있겠으나 성의가 없었다고 본다.


심사위원들이 너무 '노잼'이었다는 비판도 있는 듯한데, 난 동의하지 않는다. 이들의 심사평은 음악적으로 진지하고 진실됐으며 후배들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꼭 독설을 해야만 시청률이 오르는 시대도 아니며, 그것이 포크에 맞는 방식도 아니다. 다만 제작진들은 기획이나 편집, 홍보 전반에서 안일하고 의욕이 없었단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흙 속의 진주와 같은 뮤지션들을 '스타'로 만들 생각이 있긴 했던 걸까.



제작진은 포크를 버릴 것인가


2009년 '슈스케'로 시작된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은 '위대한 탄생', 'K팝스타' 등 방송사별로 초기 유행을 이끌다가, 장르별 분화를 시작한 지 오래다. 벌써 9회까지 진행된 '쇼미더머니', 3회를 맞은 '팬텀싱어', '슈퍼밴드' 등 다수의 히트작이 탄생했다.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은 경이로운 시청률과 트로트라는 전국적인 문화현상을 이끌어냈다.


'포커스'에 출연한 오존


전혀 다른 갈래에서'프로듀스 101'이라는 아이돌 대국민 선발 프로그램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으나 투표 조작으로 제작진이 실형을 선고받아 재기가 불분명하다. 그럼에도 엠넷은 '보이스 코리아', '너의 목소리가 보여', '언프리티 랩스타', '고등래퍼', '캡틴' 등 어느 방송국보다 두터운 오디션 라인업을 자랑한다. 그 속에서 제작진에게 '포커스'의 의미란 애초에 하나의 구색 맞추기에 불과했는지도 모르겠다.


엠넷이 대한민국 음악방송의 자존심을 걸고 포커스를 시즌2, 3 이상 이어가줬으면 한다. 아직 대중에게 선보이지 못한 숨은 진주와 같은 포크 뮤지션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선 제작진들이 이들의 '스타 만들기'에 더 치중해줘야 한다. 오디션의 경우, 나쁜 화제성이 착한 '무관심'보다 나은 법이다. 착한 음악은 이들에게 맡겨두고 제작진은 독하게 재정비했으면 한다. 우선 신예원의 첫 앨범은 포커스의 가능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심판대가 될 것이다.


'포커스'에 출연한 신예원


개인적으로 나는 이 프로가 아니었다면 몰랐을 뮤지션들을 다수 발견했고 듣는 음악의 폭이 다양해졌다. 김광석, 한영애, 조동진 등의 오래된 노래도 다시 플레이리스트에 추가됐다. 감사한 일이다. 포커스이기에 가능한 음악이 분명 있다. 오디션 원조 방송의 저력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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