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는 한국 관객이 경험할 수 있는 오락영화의 최전선
(스포 없습니다.) 개봉날 손꼽아 본 영화 오랜만이었다. 넘 재밌게 보고 4일이 지났는데도 좋아서 ost 틀어놓고 흥얼거리다 써보는 리뷰.
그냥 한마디로 한국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의 끝판왕이 아닐까. 아무리 K컬처 붐이라지만 미국인이 밀수 보고 나랑 같은 정조를 느낄 순 없을 것이다. 일단 우리가 사랑하는 배우들, 이름도 어마어마한 김혜수 조인성 염정아에 라이징스타 박정민, 고민시 자체가 화면에서 내뿜는 기운과 컨텍스트의 재미가 어마어마하다. 스토리는 초반부터 대형 사건을 터뜨리며 포문을 연 후 대체로 시원하게 내달리고, 찜통더위 날아갈 듯한 바다란 배경에다 참신한 수중 액션신까지 개성을 더한다.
근데 호쾌함이 끝이 아니다. 무엇보다 70년대 실화를 바탕으로 한단 점이 묘한 리얼리티와 짠한 공감을 산다고 생각한다. 전후 20년이 지났지만 경제자립도가 낮아 정부가 외제물품 밀수 단속에 사활을 걸던 시절. 바세린과 라디오를 밀수로 구해야 했고 그게 범죄가 되던 그 시대상이 담겼다. 먹고살기 위해 뭐라도 해야 했던 사람들, 특히 가정의 생계를책임지는 강인한 생명력의 상징인 해녀들이 주인공이란 점에서 이 온갖 아사리판이 현실성을 입는다. 실제 1970년대 부산 영도 인근엔 해녀를 낀 밀수품 운반 조직이 활동했고, 현재도 영도엔 제주 사투리를 쓰는 해녀들이 있다고 한다. 진숙(염정아분)과 춘자(김혜수분)의 관계성은 생존과 생계가 걸린 바다를 무대로 한단 점에서 남다르고 특별해진다.
이 영화에 여성서사가 두드러지는 걸 여성주의라며 불쾌감을 표하는 이들이 있는 걸로 아는데 해녀가 주인공인 이상 자연스러운 전개라 생각한다. 그런 식이면 범죄물 등 그 많은 남성영화들은 어떻게 설명할 건가. 또 혹자는 과하다고 할 정도로 70년대 가요들이 시종일관 귀를 때리는데 난 그 시대의 감각을 불러온단 점에서 이런 음악의 사용조차 좋다고 생각했다. 일단 하나같이 명곡인 데다 시퀀스와 음악이 정말 찰떡같이 어울린다.
이 모든 조합은 류승완이라 가능하지 않았을까. 잡지 한 줄에서 모티브를 얻어 이만큼 재밌고, 그럴 듯하고 팔릴 만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캐스팅을 하고 배우들의 호흡을 만드는 것. 혹자는 ‘류승완 월드’가 이젠 식상하다고 할지 몰라도 지금 한국 관객이 극장에서 즐길 수 있는 최전선의 작품이 아닐까 싶다.
+ 배우들 중엔 고민시가 특히 반짝반짝 빛난다.
+ 이왕 크게 흥행해서 침체된 영화관이 다시 살아나는 불쏘시개가 돼줬으면.(내기 했는데 지인은 600만, 난 700만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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