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일이 아니라 마음을 쓰는 일
오랜만에 휴가를 썼다. 지난 한 달 반 동안 회사일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야외 오프라인 행사의 총괄을 맡았기 때문이다. 회사 동료에게 우는 모습도 보였고, 역량이 부족해 허덕이기도 했다. 몇몇 실수를 하고 고개도 숙였으며, 가끔 화도 냈다. 그리고 어제, 행사를 잘 마무리했다. 카페에 앉아 새카맣게 탄 피부를 바라보다 일기를 쓴다. 그래도 또 뿌듯해하며 지난 일들을 되돌아보는 내가 참 나다워서.
요즘 하나 느끼는 게 있는데 내 장점은 글을 잘 쓰는 게 아니었던 것 같다. 나보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장르마다 넘쳐난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언제나 내가 잘한 건 글을 쓰는 일이 아니라 마음을 쓰는 일이었다. 글은 타고난 성향 탓에 대화로 내 이야기를 길게 하지 못해 선택한 수단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좋은 글을 자주 접하거나 나를 유심히 들여다볼 때는 글 실력이 훅 늘었다가도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 바쁜 시기에는 다시 쪼그라든다.
그렇지만 마음 쓰는 재주는 언제나 큼지막하다. 조그마한 자극도 그저 지나갈 사람도 시간을 쏟아 머무른다. 배우거나 비워낸다. 거대한 목표를 가지고 달려가는 사람보다야 성공할 확률이 높지 않겠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 불안을 받아들이고 불완을 만끽하고 또 사랑할밖에.
내 원티드 자기소개서에 이제껏 업무 경험과 함께 이런 문구를 써놓았다.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리는 문장을 씁니다. (중략) 구체적인 생김새는 다르지만 모두 의도를 글로 표현하는 일이었습니다. 앞으로도 글을 잘 써서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는 직원이 되고 싶습니다. 열심히 나아가겠습니다
바꿔야 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아무래도 직원은 마음보다 글을 잘 쓰길 바라겠지 싶어 창을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