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ranU Sep 27. 2020

인사이트 없는 리서치 회사 대표에게


년 말, 난 모 리서치 기업의 세미나를 들었다.


세미나를 끝까지 듣고 

내가 느낀 기분은 ‘안타까움


세미나는 ‘소비자들의 식습관, 소비습관’을 주제로 그동안 설문 조사한 것을 유통업계, 식품업계 종사자들 앞에서 발표하는 자리였다.


정말 다양한 온오프라인 통 업계 종사자들이 왔고 꽤 많이 모였다. 이렇게 유통업계 종사자들이 많이 모이는 기회도 쉽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해당 컨퍼런스를 기대하고 온 듯했다.


이 기업이 이런 가치 있는 정보들을 무료로 알려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샌드위치, 커피, 쿠키, 키트까지 준비하면서 말이다. 단순히 좋은 정보를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하기 위해서? 선한 영향력? 유통, 식품업계 담당자들의 2020년 경영전략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No, 궁극적 목적은 고객사 포섭

리서치회사는 기업들의 리서치 의뢰를 받아야 매출이 오른다. 그들이 무료 세미나를 연 이유는 새로운 고객사를 포섭하기 위함일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원하고 상상하는 시나리오는 이랬을 것이라 예측한다.


1. 기업들에서 판촉 안, 영업전략을 짠다.

2. 임원 또는 부장이 어떠한 분석을 해보라 한다.

3. 해당 세미나에 왔던 담당자가 회사를 떠올린다.

4. 자신들의 회사에 리서치 의뢰를 한다.


그러나 해당 리서치 기업은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인사이트 없는 분석


요즘 기업 담당자들은 리서치 회사에 결코 리서치만을 원하지 않는다. 단순 설문조사가 필요했다면 굳이 몇백, 몇천만 원의 비용을 쓸 이유가 없다.

 

(가뜩이나 코로나로 유통가는 엄청난 매출 타격을 받아서 백만 원 쓰는 것도 눈치 보이는 상황이라 한다.)


론 해당 기업 입장으로는 이 세미나가 무료고 실제 유료 자료는 더 유익하다 주장할 수 있지만 40-50명의 실무자를 부른 세미나에 비해서는 인사이트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세미나가 유익했으면 2020년에 더 밀도 있는 리서치를 의뢰했을 것이다. 닐슨 같은 곳은 너무 비싸니 해당 기업 정도로 퉁쳤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곳은 그렇지 않았다.


우리가 리서치 기업에 기대하는 것은 계속 같은 일에 매몰되어 나무만 보는 우리 대신 상공에서 무엇이 중요한 지를 알려주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많은 데이터들을 나열하며 단순히 실무자들이 느낌적인 느낌만으로도 알만한 내용을 2-3시간 동안 발표하고 앉아있었다.


우리는 단순히 30대와 고소득자들은 돈을 덜 쓸 생각이 없더라 라는 정도의 분석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다면 30대와 고소득자들을 대상으로는 어떤 마케팅 혹은 접근이 필요하다를 원했다.



브라와 화장품을 파는 회사, 맥킨지


포춘에서 선정한 500대 기업 중 절반이 맥킨지의 고객기업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기업이 요즘 커머스를 하고 있다. 속옷, 화장품, 주얼리를 판다. 이미 리서치만으로도 업계 1위인 이 회사는 왜 커머스를 시작했을까?


맥킨지는 기업들의 리서치를 해주던 중 진짜 현장을 경험하지 못한 분석은 실제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기업들에게 필요한 건 진짜 인사이트. 그래서 맥킨지는 실제 오프라인 매장을 열어 그곳에서 고객 데이터를 얻고 분석하여 각 기업들에게 살아있는 인사이트를 전해준다.

리서치 업계 1위 회사도 고객에게 현실적인 인사이트를 주기 위해 이렇게 직접 현장에 뛰어들더라.


리서치 회사의 경쟁 상대는 더 이상 단순히 타 리서치 회사가 아니다. 리서치 회사의 경쟁 상대는 이미 엄청난 양의 구매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배달의 민족과 쿠팡이다. 인사이트가 없고 단순 리서치만 하는 회사는 결국 사장될 것이다.


세미나가 끝나고 며칠 뒤 해당 리서치 회사에서 세미나 리뷰 설문조사 ULR 하나가 왔다. 나는 내가 느낀 내용을 설문조사에 자세히 썼다. 그래도 나를 세미나에 초청해준 기업이기에 이 기업이 더 잘 되길, 망하길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간곡히 썼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도 그 기업은 변한 것이 없었다. 그 설문조사 내용은 대표에게 안 갔거나 대표가 쓸데없는 의견이라 생각했나 보다.

참 안타까웠다.


매거진의 이전글 브런치 주제 잡기에 대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