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살 여자는 고민이 많다 (3)
29살 여자는 고민이 많다(2) ( https://brunch.co.kr/@branu/127 ) 에 이어서
자, 대기업까지는 결정했으니 이제 업계를 정할 차례다.
그래, 유통업계를 계속하느냐 다른 길을 가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과연 어떤 선택이 나의 미래에 도움되는 선택일지 전혀 알 수 없다. 타임머신을 잠깐 타고 가서 미래의 나에게 무엇이 더 나은 선택인지 묻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으니 주변에 자문을 구해보았다. 엄마. 아빠, 직장인 선배 등등. 그러나 그들은 딱히 어떤 딱 떨어지는 대답을 해주지 못했다. 장점과 단점을 말해줄 수는 있지만 실제 선택은 나의 몫이었다.
유통업계에서 대기업을 선택한다면 거기서도 또 갈림길이 여러 가지다. 온라인 커머스, 오프라인 유통. 그러나 오프라인 유통이 점점 온라인 유통에게 잡아먹힌다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유통을 다시 선택할 이유는 없었다. 그럴 거였으면 그냥 계속 다녔다.
그렇다면 온라인 유통인데 온라인 유통에선 대기업이 단 두 곳밖에 없었다. SSG과 롯데닷컴. 물론 쿠팡도 매출 규모만 보았을 때 대기업 그 이상이지만 쿠팡의 영업이익을 보면 스타트업보다 더 불안한 구조를 연출하고 있기 때문에 나의 가치관과 맞지 않았다.
그럼 SSG과 롯데닷컴을 보자. 신세계와 롯데는 엄청난 자본금으로 마켓컬리와 쿠팡의 새벽 배송을 따라 하고 있다. 자금이 많으니 물류센터도 확장하고 있으며 적자의 주원인인 새벽 배송에도 돈을 쓸어 넣고 있다. 만일 유통업계 잔류를 선택한다면 이 두 곳 중 한 곳을 가는 것이 결론적으로 옳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여러 문제가 있었는데 기본 모태가 오프라인 유통이었다는 것이다. 아니 이게 왜 문제이냐 반문할 수도 있는데 간단하게 생각해보면 이렇다.
흰 도화지에 새로 그리는 것과 이미 그려진 그림을 또 다른 그림으로 탄생시키는 것 둘 중 무엇이 쉬울까? 당연히 흰 도화지일 것이다. 이미 그림이 그려진 그림에 덧칠하여 그림을 그리면 종이만 울 뿐이다. 차라리 흰 도화지에서 새로 그림을 시작하는 것이 낫다.
내가 본 유통 그룹들의 문제점은 색칠이 너무 많이 되어있다는 것이었다. 이것도 조금, 저것도 조금 이런 식이었는데 그것을 제로베이스로 만들고 시작하자고 말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왜? 그건 회장이 결정해야 할 만한 문제거든. 일반 직장인 월급쟁이 사장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런데 회장들은 그걸 결정하지 못한다. 그 정도의 결단력도 그 정도의 돈을 투입할 용기도 없다. 이게 잘 될지 안 될지 본인도 확신이 없기에. 그리고 직원들은 변화를 싫어한다.
그래서 결국 나는 오프라인, 온라인 유통도 아닌 다른 업계를 시작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