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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nU Apr 17. 2021

가장 같잖은 '대기업' 다닌다는 타이틀

국내 MBA에 입학하고 한 달이 흐른 후 깨달은 것 1편


올해 3월부터 국내 MBA 주말반을 다니기 시작했다.

작년 이직한 후 올해로 회사 생활 6년 차에 접어들었던 나는 30살을 맞이하여 인생에 변화가 필요하다 느꼈고 그 변화엔 배움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는 마케팅팀, 홍보팀에서 경영학도 흉내 내며 겨우겨우 버텨왔다면 (참고로 나는 학부시절 computer science를 전공했다) 이제는 진짜 마케팅과 경영이 무엇인지에 대해 제대로 알면서 일을 하고 싶었다.


물론 MBA를 한다고 해서 경영에 대해 해박해지진 않는다. 경영학과를 전공했던 친구들도 경영학과 나와도 잘 모른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할 수 있는 게 있고 나이 들어서 할 수 있는 게 있는 것처럼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흡수하다 보면 30대 중반에 진짜 내가 경영을 하고 싶을 때 진행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좀 일찍 MBA를 하게 되었다. (항상 마음속엔 창업의 욕망이..!)


그리고 입학하고 공부한 지 한 달 좀 지난 지금 느낀 것은

'대기업 부심 정말 쓸데없는 거였구나'이다.


난 대기업 부심이 원래 없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부심'과는 항상 거리가 멀고 하나라도 남들보다 잘난 것이 있다면 최대한 꽁꽁 숨기는 타입이었다.


그런데 가끔 가다 보면 대기업을 다닌다고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채 말하는 사람들이 있더라. 어딜 가더라도 뜬금없이 자신의 회사부터 말하는 사람들. 그들은 다니는 회사로 자신만의 서열을 만들어 사람을 평가한다.


또 대기업을 다니면 쉽게 빠지는 오류가 있는데 어떤 성공이 만들어지면 '나 혼자 다했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곳에서도 쉽게 이와 같은 성공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성공은 기업이 나에게 자본, 인력, 시스템이란 재료를 주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고 또 다른 환경에 놓이면 성공이 안될 확률이 더 높다.




올해 내가 MBA에서 만난 분들은 직접 '자본, 인력, 시스템'을 만들어봤던 분들이셨다.

대부분 중견, 중소기업 대표님들인데 이들의 경험치는 정말 말도 안 됐다. 이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 그리고 생각 하나하나가 깊이가 있고 인사이트가 있었다.


50~60대 인데도 그분들의 눈빛은 이제 막 스타트업을 시작한 20대 젊은이 눈빛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겸손하지만 그 속엔 열정이 있었다.

사람을 볼 때 그 사람이 미래에 유망한 지 판단하는 방법은 '그 사람의 말' 속에 있다 생각한다. 미래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발전하고 과거만을 말하는 사람은 정체도 아닌 '퇴보'를 한다.


과연 20년, 30년 뒤 내가 저분들만큼의 열정을 가지고 삶을 이끌어갈 수 있을까? 란 질문엔 아직 물음표이다. 사실 나 또한 올해 초 한 때, 그냥 대기업 좀 다니다가 60살 정년 채우고 은퇴해서 65살에 국민연금 받으며 쉬고 살아야 지란 나태한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30살이 되고 주변을 돌아보아도 대부분 현실에 순응하여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살아서 나도 그저 그렇게 살아가려 했다.


그런데 삶에 대해 열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 분들을 만나면서 내 생각이 180도 달라지게 됐다. 나 또한 50-60대에 허옇게 흐리멍덩한 눈빛이 아닌 초롱초롱한 눈빛을 가진 어른으로 늙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살아있다는 것은 무엇일까? 끊임없이 배우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배움은 '책'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사람'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일단 내가 지금 있는 좁은 우물을 벗어나 넓은 바다를 가는 것이 성장의 시작이다. 물론 우물보단 안전하지 않을 것이다. 상어를 만나기도 하고 폭풍우를 만나기도 한다. 그러나 그 고비를 모두 지남으로서 우리는 성장하고 더 이상 바다를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다.

회사라는 타이틀이 주는 안정감은 어마 무시하다. 그러나 여기에 안주하고 안도하다가는 그저 투명 목줄에 메인 노예가 될 뿐이다. 당장 회사를 그만두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목줄이 타의적으로 풀리는 순간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되지 말고 그 목줄을 스스로 풀 수 있는 무기를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내 회사가 아닌 이상 그 회사의 타이틀은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부심의 뜻은 '어떤 것의 가치 나 능력을 믿고 당당히 여김'이다.

그러나 이 가치나 능력이 영원히 내 것이 아니라면 쓸데없는 것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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