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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nU Feb 24. 2022

지금 물경력자라면 OO을 물어뜯어라

92년생 마케터의 이야기 - 물경력


선배 저 망했어요


며칠 전 한 후배가 고민이 있다며 저녁시간을 내어달라 연락이 왔다. 평소 진지한 이야기를 잘 안 하던 아이가 고민이 있다고 한 거라 좀 놀랐고 그다음 날 바로 약속을 잡아 만났다. 


오랜만에 본 후배 안색은 많이 안 좋았다. 

대학시절 봤던 초롱초롱했던 그의 눈은 우울함이 녹아있었고 흐리멍덩해 보였다.


후배는 우울한 표정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천천히 꺼내기 시작했다.


이야기는 꽤 길었다. 그렇지만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2년 차인 그가 물경력자가 됐다는 것이었다. (지금부터 후배를 A라고 부르겠다.) 들어보니 A가 하는 일은 언제라도 누구나에게나 대체될 수 있는 일이었다. KPI 속 업무들은 단순 반복 업무들이 많았고 A는 그때그때 갑자기 떨어지는 업무들을 빠르게 해결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사수도 없고 의지할 동기도 없었다. A는 깊은 웅덩이에 빠진 소년 같아 보였다. 


진짜 다행이네


그의 말을 다 듣고 나는 다행이라 외쳤다. 

오잉? 이 상황이 다행이라고? 

A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돌이켜보니 자기를 놀리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들었을 수도 있었겠다 싶다^^;)


어찌 보면 정말 최악의 상황이지만 내가 다행이라 외친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 번째, A는 자신이 물경력자라는 사실을 안다
두 번째, A는 이 고민을 선배에게 물어봤다


첫 번째, A는 자신이 물경력자라는 사실을 안다


소크라테스는 말했다

너 자신을 알라고.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는 건 어렵다. 내로난불이란 말도 내 일에 대해 객관성을 잃어버리는 현대인들을 비꼬는 말 아닌가? 그런데 A는 2년 차 밖에 안됐는데 자신이 물경력이란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10년 차, 20년 차가 되어도 자신이 물경력자란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많다. 그에 비해 A는 아주 영특한 아이였다.


두 번째, A는 이 고민을 선배에게 물어봤다


나는 요즘 조언을 요청하지 않는 이상 최대한 의식적으로 말을 하지 않는 편이다. 상대방을 위한 말이라도 상대방이 조언을 요청한 상태가 아닐 경우엔 그에게 잔소리 내지 헛소리일 뿐이기 때문이다.


출처 : tvN <유퀴즈>

묻는 것에는 돈이 안 든다. 물론 대단한 사람에게 묻는 것에는 돈이 들 수도 있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에는 돈이 안 든다. 만약 상대방이 답을 안 해준다면 "아님 말고~"하고 지나가면 되고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말을 한다 해도 겉으로만 듣는 척하고 내가 행동할 때 그리 하지 않으면 된다. 


묻는 것은 실패 확률을 줄여준다. 여러 사람에게 물어보다 보면 가장 좋은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다. 물론 쪽팔릴 수도 있다. 이것도 몰라?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런 사람한텐 다음부터 물어보지 않거나 난 바보라 잘 모르니 이제부터 많이 알려줘라며 능청을 떨면 되는 거다.  



난 A에게 두 가지 조언을 해주었다.


1) 물경력이 되기 싫으면 사람을 물어뜯어라



물경력이 되고 있다는 것은 주변에 너가 물경력이 되지 않게끔 도와주는 사수가 없다는 뜻이다. 진정한 사수라면 후배가 물경력이 되는 상태를 놔두지 않겠지만 요즘 같은 각자도생 시대에선 자주 있는 일이다. 또 혼자 일하는 사람이라면 진짜 사수가 없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나를 사수처럼 가르쳐줄 사람들이 있는 공간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요즘 코로나 때문에 동종업계 선배를 만나기 힘들지 않은가? 그렇다면 동종업계 선배와 대화를 할 수 있는 음성 기반 커리어 대화 플랫폼 "커피챗"을 추천한다. (광고 아닙니다.) 커피챗에서는 일정 비용을 지불하면 동종업계 사람과 통화하듯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 플랫폼들을 통해 사람을 물어뜯으며 동종업계를 파악하고 스스로 어떤 성장이 필요한 지 알아야 한다.


2) 물경력이 되기 싫으면 입술을 물어뜯어라



회사에서 적당히 일하고 적당한 월급을 받으며 삶을 살고 싶은 사람은 물경력을 걱정하지 않는다. 물경력을 걱정하는 사람은 자신의 커리어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나의 자유시간을 쪼갤 각오를 해야 한다. 내가 하는 업무가 물경력이 될 만한 안 좋은 업무라면 내가 다른 업무들도 할 수 있는 사람이란 걸 보여주기 위해 스펙을 쌓아야 한다. 내가 마케팅팀에 있는데 SNS, 유튜브 업무를 하고 싶다? 그렇다면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를 배우면 된다. 내가 홍보팀에 있는데 광고 관련 업무를 하고 싶다? 그렇다면 구글 에널리틱스 공부하고 광고 관련 강의를 열심히 들으면 된다. 


1:1 과외선생님처럼 나의 업무 스킬을 가르쳐줄 플랫폼들이 많다. 숨고, 크몽, 클래스101 등. 비용이 들긴 하지만 돈을 지불해야 그 돈만큼의 지식을 정확히 배울 수 있다. 공짜로 배우는 것은 도서관에서 가능하지만 사람을 통해 배우는 것과 책을 통해 배우는 것 두 가지 방법을 한꺼번에 진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입술을 물어뜯고 피가 나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 퇴근해서 침대에 누워 유튜브를 본다면 바뀌는 건 아무 것도 없다. 하루에 두세시간씩은 투자해서 상황을 바꾸려 노력해야 한다.


그러다 나 스스로 공부를 충분히 했다고 자신감이 생기면 팀장한테 자신 있게 내가 그 일을 해보겠노라고 말한다. 팀장이 거절하면 어쩌냐고? 그렇다면 일단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서 직접 보여주며 계속 어필해라. 2-3번 말해도 거절한다면 이직을 하면 된다. 내가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얼마든지 다른 곳에서도 일할 수 있단 뜻이기 때문이다.




물경력의 시작은 내 탓이 아니다.

회사와 팀에서 주어진 일이 그것이라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할 수 있다.

그렇지만 5년 이상 물경력이라면 그건 나에게도 문제가 있는 것이다.


남 탓만 한다면 발전은 절대 없다. 그저 불만 많은 20년 차 물경력 선배가 될 뿐이다. 

불만 없이 그 상황을 인정하고 커리어에 큰 뜻을 품지 않고 다니던지 그렇지 않다면 적극적으로 상황을 바꾸도록 스스로 무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 칼이 다 갈아져서 날카로워졌을 때 당신은 회사라는 껍데기를 가르고 세상 밖으로 용기 있게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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