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여진구 주연의 tvN 토일드라마 <호텔 델루나>의 세트 제작을 맡고 있는 한 하청업체의 임금 체불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이번 사건은 해당 업체가 참여했던 tvN 드라마 <남자친구>의 세트팀으로 일했던 한 스태프의 폭로로 알려지게 되었는데요, 해당 스태프는 "임금을 8개월이 넘도록 못 받고 있다"면서 본인과 동료 스태프의 임금 총 2,250만 원 가량을 미지급 받은 상태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남자친구>와 <호텔 델루나>의 제작을 맡은 CJ ENM 측은 "하도급 계약이기 때문에 임금 체불에 관련한 자사의 책임은 없다"고 입장을 밝힌 상황입니다. 스태프의 임금 체불 문제가 불거졌을 때, 방송사와 제작사가 발뺌을 하는 일은 사실 하루 이틀 일이 아닙니다.
이 문제의 핵심에 바로 '턴키 계약'이 있습니다.
건설 업계에서 주로 사용되는 턴키 계약이라는 용어는 피라미드형 도급 구조가 공고화되면서 드라마 업계 내에서 나타난 가장 일반적인 방식의 계약입니다. 발주자는 방송국과 제작사이며, 이들은 조명팀, 동시녹음팀, 그립팀 등의 개별팀 들와 턴키 계약을 맺습니다.
개별 스태프들은 방송국이 아닌 하청 업체에 소속되는데요, 이렇게 되면 임금 체불 문제 등의 문제가 발생해도 방송국과 제작사는 '나 몰라라'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임금 체불을 당한 스태프들이 방송국에 항의를 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딱 한 마디입니다.
너희 사장 찾아가라
방송 노동자들의 현실을 고발하는 에세이 《가장 보통의 드라마》의 저자인 이한솔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는 "턴키 계약은 방송 현장의 스태프를 가장 크게 압박하는 최악의 계약 방식"이라고 지적합니다.
드라마 제작 현장의 관리자, 즉 사용자측이 누구인지를 따져보면 방송국과 제작사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들은 턴키 계약을 통해 법적인 책임을 개별팀의 감독에게 돌릴 수 있다. 다른 업계에서는 다단계 도급 구조로 불리는 시스템이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는 턴키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 《가장 보통의 드라마》 中
심지어 턴키 계약은 일반적인 다단계 도급 계약보다 더 악질적일 가능성이 높다. 도급 계약에서는 종국에 원청의 책임소재 문제가 발생하기는 해도, 그나마 노동자들은 근로계약서라도 쓴다. 하지만 턴키 계약의 경우 팀원들의 인건비에 대한 제대로 된 규정 없이 용역 발주하듯 계약을 진행하기 때문에, 팀에 속하는 조수들은 근로계약서를 쓰지 못하는 경우가 속출한다. - 《가장 보통의 드라마》 中
비단 턴키 계약뿐일까요?
《가장 보통의 드라마》는 턴키 계약의 문제점뿐만 아니라 우리 드라마 업계에서 관행처럼 벌어지고 있는 '장시간 고강도 노동', '성폭력', '아역배우 학대' 등 고질적 문제들을 폭로하고 있습니다.
저자인 이한솔 이사는 에필로그에서 말합니다. "더 이상 만드는 사람이 아프지 않은 드라마를 보고 싶다"고. 하지만 그 소박하기 짝이 없는 꿈은 아직도 미완의 꿈인가 봅니다. 스태프의 용기 있는 폭로로 시작된 이번 사태가 부디 원만하게 해결되기를 기원합니다. 더 나아가 턴키 계약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시급히 개선되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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