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홍콩에서는 연일 뜨거운 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홍콩 정부가 추진 중인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때문인데요,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 중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홍콩으로 도주한 범죄자들을 중국 본토로 송환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다면 왜 많은 홍콩 시민들이 이 법안에 반대하고 나선 걸까요?
송환법이 통과되면 중국 정부가 '범죄자 인도'라는 명목 아래, 자신들의 체제에 비판적인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들을 중국 본토로 송환해올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홍콩 시민들은 이 문제가 단순한 법안 개정의 문제가 아니라, 홍콩의 민주주의가 흔들릴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로 인식하고 거리로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에 열린 시위에는 주최 측 추산 11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모여 행진을 했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시위 참가자들과 경찰들 사이에 무력 충돌이 일어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도 하는데요,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사실상 법안 철회 의사를 밝혔지만, 참가자들은 법안의 '완전 폐기'를 주장하며 시위를 계속 이어갈 방침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홍콩 민주화 시위의 중심에 홍콩 출신 액션배우 이소룡(Bruce Lee)이 떠오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시위 참가자들은 이소룡이 생전에 남긴 어록 "물이 되어라, 친구여(Be wayer, my friend)"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피켓을 들며 게릴라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합니다.
마음을 비워라. 마치 물처럼 형태나 모양에 구애받지 말라. 물을 컵에 따르면, 물은 컵의 모양이 된다. 물을 병에 담으면 물은 병의 모양이 된다. 물을 찻주전자에 담으면 그건 찻주전자가 된다. 물은 흘러갈 수 있고, 무언가를 파괴할 수도 있다. 물이 되어라. 친구여. - 이소룡 어록 中
도대체 시위 참가자들은 왜 민주화운동의 한복판에서 이소룡의 어록을 부르짖고 있는 걸까요?
<홍콩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이소룡의 어록은 시위 참가자들에게 경찰을 따돌리면서 기습적으로 전개하는 게릴라 전술에 영감을 주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홍콩의 시위는 주말이면 광화문 광장에 모여 촛불을 밝혔던 한국의 시민들과는 달리 한 곳에 모이기보다는 여러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기습 시위를 벌이는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소룡의 어록이 홍콩 시위 현장에서 울려 퍼지는 것을 보니, 죽은 지 46년이 지났지만 이소룡이라는 존재는 여전히 홍콩 시민들에게 존경과 사랑의 대상이라는 게 실감이 나네요! 쿵푸의 아이콘을 넘어 시위의 상징으로 떠오른 이소룡! 비록 그의 육신은 떠나갔어도, 그가 남긴 아포리즘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영혼의 울림을 주는 것 같습니다.
매일 나의 삶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아포리즘
'세계적인 액션스타' 이소룡의 철학적 면모를 재조명한 아포리즘 모음집 『물이 되어라, 친구여』는 어린 시절부터 틈틈이 써온 이소룡의 친필 일기와 강의 노트 그리고 자신이 읽던 철학 책 귀퉁이에 남겨둔 단상들, 지인들과 나눈 편지 등을 묶은 책이다.
책 속에서 이소룡은 인간, 실행, 무위, 진리, 시간, 의지, 성공, 자기실현 등 다소 무거운 주제들부터 시작해서 건강, 연애, 사랑, 결혼, 육아 등 일상의 소소하고 가벼운 주제들을 자신만의 철학적 사유로 풀어내고 있다.
슈퍼스타 이소룡의 아포리즘이 담긴 이 책을 통해 우리 역시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지혜와 통찰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