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MB 12일차- 샤모니에서 레즈 우슈 구간
몽블랑의 장대한 아름다움을 가슴 깊이 각인시키는 코스다.
브레방 릿지를 따라 감상하는 몽블랑과 알프스 연봉들의 파노라마는 백미다.
산행난이도: 중급
산행시간 ;약 5시간( 525m / 1,100m)
트레킹 코스별 예상 소요시간: 샤모니 → 플랑프하역(도보 10분)
랑프하역 → 플랑프하(로프웨이 5분)
플랑프하 → 브레방 콜(도보 40분)
브레방 콜 → 브레방 전망대(도보 60분)
브레방 전망대 → 벨 라샤 산장(도보 90분)
벨 라샤 산장 →레즈 우슈(도보 90분)
브레방 전망대로 가기 위해서는, 샤모니의 브레방 케이블카역에서 텔레캐빈을 타고 가거나 약 2시간 정도 걸어서 플랑프하역(Gares de planpraz, 1999m)으로 간다.
보통은 브레방 케이블카역에서 텔레캐빈를 타고 플랑프하역으로 간다. 약 5분 걸린다. 역 앞에서 시작하는 약한 오르막을 100여 미터 걸으면 좌측으로 절벽 같은 낭떠러지를 가진 널찍한 공터가 나온다. 패러글라이딩을 할 수 있는 활공장소로 유명한 곳이다. 샤모니 하늘에 떠있는 패러글라이더는 대부분 이 근처에서 뜬다.
이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을 지나면 이내 널찍한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으로는 브레방(Le Brévent, 2525m) 오른쪽으로는 플레제르(La Flégère, 1877m)로 가는 길이다.
사진 정면에 보이는 돌산을 기준으로 왼쪽 너른 길을 따라가면 브레방 전망대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 경사면을 따라 오르면 브레방고개(Col de Bréven ·2,368m)으로 가는 길. 오른쪽 경사면에 접어들면 이슬 머금은 이름 모를 야생화 군락이 시선을 끈다. 한동안 알프스 꽃들의 향연이 시작된다. 그 아름다움에 취해 꽤 가파른 스위치 백 형태의 오르막길에 들어 선 것을 된 숨을 몰아 쉴 때 쯤 깨닫게 된다. 좁은 산릉의 오르막길을 지그재그로 30여 분 동안 가파르게 오르게 된다. 가끔은 아직 녹지 않은 눈이나 간밤에 내린 눈에 미끄러지는 것을 조심하면 이후로 브레방고개까지 완만하게 오르막길을 걷는다.
브레방고개의 상징인 케른(a cairn, 돌무더기)이 안도의 숨을 쉬게 하고, 고개를 들면 능선 뒤에 숨어있던 빙하지대가 보인다. 이상기온으로 요즘은 그 넓이와 두께가 많이 작아졌지만 빙하지대는 여전히 경이롭고 신선하다. 올라왔던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면, 언덕을 오르느라 미처 보지 못했던 알프스산군의 연봉의 장쾌한 아름다움을 보게 된다.
브레방고개 뒤 왼쪽의 다소 가파른 능선을 타고 돌아서면, 암릉과 낙석지대가 펼쳐진다. 수백 또는 수천 년 간 자연의 풍화작용에 의해 부서지고 깨진 흔적들이다. 검회색 돌들로 주변의 녹지 않은 빙하들과 어울려 있어서 발길을 옮기기가 마땅치 않을 수 있지만 넓적한 돌들을 이용하여 계단식으로 정비한 오솔길은 이내 친근함을 느끼게 된다. 브레방 능선이 시작되는 초입까지는 넓은 길이 완만하게 펼쳐진다. 산길 왼쪽으로는 지난겨울에 쌓인 눈을 보거나 때로는 그 눈길 위를 걸을 수 있다. 두툼하게 쌓인 눈은 7월 중순까지 볼 수 있다.
마치 새로운 세상으로 통하는 듯 한 협곡 같은 암봉을 지나게 된다. 사진 오른쪽의 넓은 길은 바로 플랑프하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에서부터 올라오는 길이다. 브레방고개에서 오는 길은 가운데 암릉 뒤편으로 돌아오게 되는데, 오랜 풍화작용으로 푸른 이끼를 머금은 듯 빛나는 그린스톤지대를 만나게 된다. 한동안 암봉을 트레버스하는 구간을 걷게 된다. 조금 경사가 급하지만 잘 정비된 산길이라 걷는 데는 별 무리가 없다. 그린스톤지대가 끝날 쯤, 브레방 능선으로 가기 위해서는 20여 미터가 넘는 암벽을 넘어야 한다. 그러나 바위에 설치된 철제스텝과 난간, 쇠사다리는 전혀 불편함을 주지 않는다.
바위에 설치된 사다리를 이용하여 암릉을 넘어서면 갈림길이 나온다. 케른(돌탑)을 기준으로 왼쪽은 플랑프하로 내려가는 또 다른 TMB길로 연결된다. 레즈 우슈 또는 샤모니 방향으로 가려면 오른쪽의 브레방 능선으로 길을 잡아야 한다.
브레방 능선이야 말로 북쪽으로 얼굴을 내민 몽블랑산군의 자태를 가장 편안하고 아름답게 감상할 수 있는 길이다. 브레방 고개를 지나 조금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면, 왼쪽으로 플랑프하에서 브레방 전망대로 올라오는 큰길과 만난다. 그 지점 왼쪽으로 솟은 커다란 암봉이 브레방 전망대다. 왼쪽으로 난 좁은 갈래 길의 자갈길을 따라 올라가면 최고의 뷰포인트인 ‘브레방 전망대’로 갈 수 있다. 브레방 전망대 못지않은 풍광은 역시 낭떠러지 옆에 런웨이처럼 완만한 경사를 가진 릿지를 걸으며 만끽하는 몽블랑산군의 웅장함이다. 늘 그 자리에 자리하고 있는 몽블랑산군의 자태이지만, 내가 움직일 때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구름을 발아래에 두고 마치 꿈 속 길을 걷는 듯 한 브레방 능선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브레방 전망대(Le Bréven, 2,525m) 에서 레즈 우슈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은 양쪽으로 잡석들이 산재한 곳이지만 마치 대리석 계단처럼 넓적한 돌들을 이용하여 만든 산길은 종착점을 눈앞에 둔 지친 트레커에게는 비단길이다. 왼쪽으로 암릉이 길게 늘어서 있어 몽블랑산군은 잠시 시야에서 사라진다.
오른쪽 밑으로는 계절에 따라 그 크기가 달라지는 브레방호수(Lac du Bréven, ·2,127m)가 있다. 브레방호수를 지나 암봉을 돌아서면 철제난간이 설치된 내리막길이 있다. 이곳에 이르면 잠시 숨어 있던 샤모니와 몽블랑산군이 다시 화려하게 펼쳐진다.
이 코스의 최대의 매력은 마치 테라스에서 경치를 감상하듯 몽블랑산군이 한눈에 드는 것이다. 능선을 따라 걸으면 몽블랑도 알프스의 연봉들도 같이 걷는 느낌이 든다. 몽블랑산군과 보송빙하, 에귀 뒤 미디 전망대가 손을 뻗으면 닿을 듯이 가깝고 크게 보인다. 몽블랑 정상은 햇살에 눈부시게 빛나고, 보송빙하(Glacier des Bossons)는 샤모니 마을을 삼킬 듯 더디지만 무겁게 흘러내리고 있다.
테라스 같은 길이 끝나고 내리막이 시작 될 때쯤 케른이 있는 사거리를 만난다.
왼쪽으로는 벨라샤산장(Refuge de Bel Lachat, 2136m)을 지나 레 모투(Les Moetheux, 1130m)를 거쳐 샤모니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에귀예뜨 데 우슈(Aiguillette des Houches, 2285m), 또는 GR5 루트를 따라 파크 에니말리에 메흘레(Parc animalier de Merlet,동물농장) 로 내려가는 길이다.
벨라샤산장은 갈림길에서 채 5분 정도의 거리라서 잠시 들러 몽블랑산군의 경치를 최적의 장소에서 즐길 만하다. 벨라샤산장은 28명을 수용하는 규모가 작은 산장으로 사전에 예약을 해야 숙박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오가는 트레커들에게는 떨어진 음료수를 보충하고 차 한잔과 간단한 음식을 해결 할 수 있는 옹달샘과 같은 곳이다. 아담하지만 세월의 풍파를 이겨낸 듯한 묵직한 풍미를 느낄 수 있는 목조산장으로 레스토랑도 겸하고 있다. 레스토랑의 홀은 산장 앞 노천에 마련된 테라스다. 몽블랑과 보송빙하, 그리고 또 다른 산들이 그림엽서처럼 펼쳐져 아름다운 휴식을 즐길 수 있다.
하산 길은 두 가지 정도다.
① 벨라샤산장 밑으로 난 길을 따라 레 모투((Les Moetheux)를 거쳐 샤모니로 내려가는 길이다.(TMB variante, 변형코스, 2시간)
② 벨라샤산장에서 파크 에니말리에 메흘레(Parc animalier de Merlet 동물농장, 1500m) 방향으로 가려면 오른쪽 급하게 경사진 계곡을 따라 GR5 길을 걸으면 된다.(TMB 코스, 2시간 30분 / GR5-몽블랑 산군 외곽을 일주하는 트레킹코스를 지칭) 이 코스는 해발 2300m부터 광활하게 펼쳐진 알펜로제군락이 아름다운 곳으로 유명하다. 꽃밭은 하얀 몽블랑과 어우러지고 알프스 연봉들과 춤을 추듯 조화를 이룬다.
레즈 우슈(Les Houches, 1010m)로 가는 길은 가끔 짧은 구간의 급경사를 빼면 산허리를 에둘러 낸 길을 따라 편안하게 하산을 할 수 있다. 좁지만 잘 정비된 오솔길을 따라 계곡과 계곡 사이에 흐드러지게 펼쳐진 알펜로제를 즐기면서 경사도에 따라 적당히 밀려가는 발걸음에 몸을 맡기듯 자연스레 산행을 하면 된다. 계곡을 따라 내려가는 동안 정면에 위치한 보송빙하(Glacier des Bossons)도 함께 산을 내려가고 몽블랑은 점점 높아져 그 장엄함이 더해진다. 산길 주변의 꽃들은 고도에 맞춰서 그 종류와 색이 달라진다. 해발 1800m 쯤에서 급하게 꼬부라진 코너 길을 3개쯤 돌아내리면 이내 수림지대로 들어선다.
파크 에니말리에 메흘레(Parc animalier de Merlet, 동물농장)방향으로 가는 동안 갈림길이 없기 때문에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수림지대를 따라 고도 200m 쯤 내려가면 아스팔트도로에 다다른다. 바로 파크 에니말리에 메흘레(Parc Animalier de Merlet,동물농장)근처다. 샤모니나 레즈 우슈 등 시내로 나가기 위해서는 도보로 30분 남짓 걸린다. 레즈 우슈에서 시작한 뚜르 드 몽블랑(Tour de Mont -Blanc-‘몽블랑 환일주’ 트레일)은 여기서 마감하게 된다.
10여 일 동안, 160km~200km에 이르는 '뚜르 드 몽블랑'트레일을 완주한 트레커라면 수많은 감동과 희열을 느끼게 해준 알프스의 꿈같은 파노라마가 주마등처럼 스쳐갈 것이다. 지난날의 고통과 불편함은 모두 잊혀 진다. 몽환을 안고 살아야 할 현실이 걱정되리만큼 좋았던 환상적인 알프스가 오감을 다시금 자극한다.
언제 다시 올 수 있을 것인가?
트레커들은 조금 전까지 천국에 있었던 것을 잊어버리고 벌써 불행해지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 시작한다. 그것이 알프스의 진정한 둘레길 뚜르 드 몽블랑(Tour de Mont Blanc)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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