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교육의 길
Ⅰ. 노동의 길
한국 현대사에서 노동운동의 흔적을 빼놓고 민주주의를 이야기하기 힘들다. 노동 현장에서 민주주의 가치인 존엄한 인간임을 인정받기 위해 그들이 흘린 피와 땀은 현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금도 우리는 그 때 그 시절 외치던 내용을 여전히 외치고 있기도 하다. 당시 노동자들이 외치던 문제들은 정도만 달라졌을 뿐 현재진행형이다. 지금은 달라진 노동의 공간을 돌아보며 과거와 현재의 연결고리를 찾아보는 일은 분명 의미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작업일 것이다.
Ⅱ. 노동의 현장
1. 구 신민당사 터(서울시 마포구 도화동)
(1) 공간의 역사성 – 군부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한 박정희 정권의 장기집권을 위한 유신 헌법 제정 및 정치적 억압을 비롯하여 경제적으로 강한 노동통제 기조를 보이던 때 민주노조를 결성한 YH 노조는 사주의 부정을 참지 못하고 회사 정상화를 요구하며 무기한 농성에 들어간다. 하지만, 사측과 노조 측의 대립은 박정희 정권-사측-여당과 재야인사연합-노조측-야당의 구도 속에서 1970년대 말 한국 사회의 정치적 쟁점을 극명하게 드러나게 해주었다.
신민당의 협조 아래 노조원들은 1979년 8월 9일 신민당사에서 농성에 들어가고 정권은 경찰을 투입해 조합원들을 강제로 해산시키게 된다. 무차별적인 경찰의 해산 작전에 의해 김경숙 씨가 사망하게 되고 신민당 당직자, 기자, 국회의원들까지 무자비한 폭행을 당하게 된다. 이 사건으로 반유신투쟁이 불을 붙게 되고 부마항쟁으로 이어지게 된다.
(2) 학습 키워드 – 유신 헌법, 부마항쟁
2. 구로공단 여성노동자 체험관(서울시 금천구 벚꽃로 44길 17)
(1) 공간의 역사성 – 1960~70년대 한국 산업의 역군은 평범한 시민이 아닌 우리 언니, 누나, 동생 같은 “여공”들이었다. 그들이 서울로 상경해 발을 내딛던 공간은 삶의 공간이라기보다 희생의 그 곳이었다. 그들의 생활 모습을 보며 각종 체험을 할 수 있는 장소이다.
(2) 학습 키워드 – 한국 산업화, 여공
3. 청계천 전태일동상 – 전태일기념관
(1) 공간의 역사성 – 한국 노동운동에서 빼놓을 수 없는 그 사람... 전태일... 청계천은 현대인들에게는 휴식의 공간이 되고 있지만 불과 십여년 전까지는 노동자들의 역사였다. 전태일 기념관을 거쳐 전태일 다리까지 이어지는 체험학습 공간은 한국 노동 민주화를 음미해 볼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이다.
개관한지 얼마 되지 않은 전태일 기념관은 과거 노동 현장을 떠올릴 수 있는 체험 공간이 존재하며, 전시, 공연 뿐만 아니라 교육 프로그램까지 준비해놓고 있어 의미있는 체험학습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전태일을 기억해야 한다. 그가 누구를 위해 불 속에서 산화해 갔는지를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억압과 차별의 고통 속에 신음하는 동생, 여공들을 위한 그의 희생... 노동 현장에서의 남녀 차별, 임금 차별 등 지금도 존재 가치를 찾고 있지 못하는 노동법들을 학습할 수 있을 것이다.
(2) 학습 키워드 – 전태일, 청계천, 임금 차별, 근로기준법 등
4. 울산 남목 고개
(1) 공간의 역사성 – 1987년 6월 민주항쟁은 노동 현장의 민주화 요구로 이어진다.
1987년 7월 대기업 사업장 최초로 울산 현대 중공업에서는 사측의 갖은 협박과 방해 작업을 뿌리치고 민주 노조가 건설된다. 각 사업장에서는 이 바람을 타고 민주 노조 건설 운동이 시작된다. 당시 울산 현대 노동자들의 요구사항에는 두발 자유화와 복장 자율 등 현재 학생인권에 비유되는 사항들이 눈길을 끌기도 한다. 사진에 등장하는 울산 남목 고개는 당시 현대 노동자들이 시내로 전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2) 학습 키워드 – 1987 노동자 대투쟁
5. 부산 국제시장
(1) 공간의 역사성 – 1987년 노동자 대투쟁에서 울산 현대 민주노조 건설의 바람은 부산으로 이어진다. 울산 현대엔진의 노조설립 이후 서서히 울산 전역으로 투쟁의 불길이 퍼져가던 즈음, 부산지역에서도 투쟁이 시작되었다. 7월 13일 동아건설 현장노동자들이 1일 파업농성을 통해 임금 25% 인상, 상여금 연 400% 지급 등 4개항의 요구사항을 쟁취하자 부산지역 노동자투쟁은 침묵을 깨기 시작했다. 7월 17일, `르까프 신발` 제조업체인 (주)풍영에서 어용노조 퇴진, 부당근로연장 취소 등을 요구하며 농성에 돌입하였고, 이러한 부산지역의 투쟁은 7월 23일 태광산업 1천 7백여명 노동자들의 파업투쟁, 7월 25일 대한조선공사 2천 5백여명 파업투쟁, 7월27일 세신정밀 8백여 노동자들의 파업투쟁, 7월 28일 국제상사의 파업투쟁으로 확산되면서 부산지역을 파업투쟁의 열기로 몰아넣었다. 특히 대한조선공사(현 한진중공업)와 국제상사의 투쟁은 전국적 관심의 초점이 되었고, 동종업체 협상조건의 기준이 되는 등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다른 한편으로 이들 투쟁은 경찰과 악덕자본이 결탁하여 가혹한 폭력을 행사하는 광폭한 탄압의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사진은 6월 항쟁 당시 국제시장에 집결한 시민들의 모습이다.
(2) 학습 키워드 – 어용 노조, 파업투쟁
Ⅲ. 노동 로드
노동 로드는 전태일, 구로공단, 청계천, 여공, 노동자 대투쟁으로 압축해볼 수 있다. 물론 이 장소 이외에도 노동자의 역사를 확인해 볼 수 있는 공간이 추가로 존재한다. 노동의 길을 체험학습 장소로 선택하는 데 있어서는 중요한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 첫 번째로 노동자, 노동이라는 단어가 익숙치 않은 학생들에게 그 가치와 의미를 확인하는 교육 활동이 선행되어야 한다. 두 번째로는 과거 노동자들의 삶과 그들이 민주화 운동에 기여한 부분에 대해 체험학습을 통해 확인하도록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단순히 동정과 연민의 시선에 그치지 않고 시민으로서 연대의 참여 활동을 할 수 있는 설계가 필요하다. 세 번째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연결고리를 찾는 것이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인권의 가치는 지속되고 있다. 학생들이 체험학습을 통해 실질적인 민주주의는 인권이 자리잡을 수 있어야 함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