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인석 Dec 15. 2021

계속 다니고 싶은 회사

쭈욱- 그대들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네? 올해가 끝났다구요?


경주마처럼 달려왔던 2021년. 아마도 도핑 논란(?)이 일어도 할 말이 없을만큼 우리 회사는 올해도 아드레날린을 뿜으며 엄청나게 많은 일들을 해냈다. 여전히 연말의 여유라고는 없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지만, 어찌되었든 행정적-세무적으로 정리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12월을 맞이하여 결산을 하고 한해를 돌아보았다. 엊그제 직원들을 앉혀놓고 우리의 1년 발자취를 리뷰하였는데, 우리 직원들 탄식이 절로 나왔다! 하하..참 적당히란게.. 어..어렵더라.. 나는...(으응?)



떡상각


작년에도 이 즈음 직원들과 연간 리뷰를 할 때도 와 대박! 소리가 절로 나오는 그래프였다. 코로나 패닉의 정점이었던 작년에도 전년대비 163% 수준의 성장이었으니 우리끼리 충분히 어깨를 으쓱해도 될만한 스코어였다. 그런데 올해는 전년대비 178% 수준이다. 재작년에 비해면 거의 3배 수준. 이게 머선일이고! 그래프의 기울기가 더 가파르게 갈 것이라고는 생각치 못했다. 그야말로 깊은 탄식 타임. 크오... (아직 실제로는 작고 귀여운 매출일 뿐입니다.. 우리끼리 뿌듯! 헤헤)


원포인트 2021 결산 PT 중. 파바밧! 진격의 숫자 is 고생


담당하는 세무사 사무실과 2021년 가결산 정리를 하면서 '원포인트는 정말 놀랍다'고 하셨다. 작은 조직으로 해내는 퍼포먼스가 유사업종 유사규모 사업자들과 큰 차이를 보인다고, 그래서 세금이 아주 출중하다며(?) 무튼 성과를 축하해주셨다. 예전 회사 다닐 적에 담당 브랜드 또는 카테고리가 이런 실적이었으면 박수 꽤나 받았겠다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지금은 뿌듯함보다는 돌아보지 않고 맹렬히 달리는 대표를 쫓아오느라 고생했을 직원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들었다. 그래도 흔들림없이 그 모든 것을 같이 해내어 준 이 친구들이 너무나 고마울 따름이다. 


조직의 규모를 떠나 우리가 하나의 회사이고 생명처럼 살아있는 사업으로서 기회를 만나고 도전하는 일은 도통 여유있게 되지는 않는 것 같다. 이번 계약을 진행하고 나면 다음 더 큰 기회가 분명히 보이기에 놓칠 수 없고, 항상 해왔던 거래선은 또 그 나름의 의리와 더 먼 미래를 위해 포기 할 수 없고. 갑자기 치고 들어오는 프로젝트는 유난히 가성비가 좋아서 또 놓치기 아깝고. 산업 영역이 다른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가지기 어려운 한계 속에 적당한 유지라는 것은 사실 신기루 아닐까. 결국 성장을 해나가던, 아니면 고꾸라지던. 그것이 차가운 현실이기에, 오늘의 평안함보다는 내일의 기회를 쫓아 하루하루를 엄청나게 바쁘게 보내었다. 충분히 힘들었는데 그래도 성과가 나쁘지 않아 어찌되었든 참 다행이라 생각된다. 


많은 기업들을 만났고, 최선을 다해 피칭을 도왔다. 올해는 피치덱 머신이 된 기분이었다. 유튜브에 남아 있는 올해 기록들.



성과를 냈으면 열매가 있어야지


나도 어딘가의 직원이었을 때 들었던 생각이다. 왜 회사라는 존재는 영업이익을 이렇게 많이 남겨야 할까? 이 이익은 모두 어디로 가는걸까? 왜 나는 성과를 내어도 월급이 그대론데. 허! 이 상장 하나로 퉁치자고? 이런 볼멘소리를 곧 잘 했던 것 같다. 나도 열매 좀 나눠줘라! 어!!


실은 그 성과가 온전히 내 덕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다 잘 갖춰져 있던 인프라와 대기업 간판빨이지 뭘) 창업을 하여 직접 몸뚱이를 굴려보니 더더욱 처절히 알겠다 그때의 내가 얼마나 귀여운 사상(?)을 가지고 있었는지. 약간 다른데, 결과적으로 내 덕이 아닌 것은 지금도 똑같다. 우리 회사 원포인트는 내 덕이 아니라 직원들 덕분에 지탱되고 있다. 작은 조직이기에 인적 의존이 더 크고, 이들이 이렇게 책임감을 가지고 해주지 않았다면 결코 이룰 수 없었던 성과이리라. 그래서 나는 그 열매를 나누는 방식을 고민해 왔다.


연초 클릭업이라는 협업툴에 업무를 세팅하면서 우리 업무를 몇가지 유형으로 쪼개고 각 업무별로 포인트를 부여하여 기준을 만들어 두었다. 

각자의 프로젝트는 기준에 맞추어 조합되고 포인트가 부여되며, 

이 포인트의 합은 각자가 처리해 낸 업무의 총량이 된다.

한해가 지나고 나면 회사 전체 프로젝트의 총량에서 각자의 처리비율이 나뉘게 된다. 

전체매출액 기준 비율로 설정한 공동의 성과급을 그 비율에 따라 가져간다. 

이 비율과 계산, 최종 지급액 결정 모두 공개적으로 진행한다.

이러한 방식을 올 여름에 약속하였고, 드디어 첫 집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클릭업은 정말 좋은 툴. 대시보드 지표를 통해 업무 상황을 파악한다.


다만 포인트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면 부담만 되고 스트레스가 될 것 같아서 반기별로 리뷰하기로 하였고, 포인트의 누적 현황을 내가 파악하여 업무로드가 장기적으로 특정 구성원에 너무 쏠리지 않도록 업무배치를 적절히 하는 것으로 그 균형을 잡아나가기로 했다. 단순히 실제 영업이익이 아닌 매출액을 기준으로 성과급 비율과 총액을 정하기로 한 것은 직원들에게 와닿는 가장 쉬운 합의에 이르기 위함이다.(복잡한 세금과 비용들을 직원들이 따져 알아 무엇하리.) 이렇게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에 의해 집행되는 첫 성과급이 올해 12월 급여에 포함된다. 아직 대단치 않은 규모지만 나는 이 규모를 키워나가겠다고 공언하였고, 적어도 우리 직원들이 이 방향, 회사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 



계속 다니고 싶은 회사


회사를 다니는 이유는 여러가지이다. 월급이 제일 흔한 이유겠지만 내 직업적 성장을 위해서 일 수도 있고, 그냥 집이 가까워서 일 수도 있다. 어찌되었든 그 이유도 사정도 항상 변해가고, 회사도 변해가고, 세상도 변해간다. 우리 회사도 조직이 세팅되고 지금까진 정말 거침없는 성장의 변화만 있었지만, 또 어느 해는 성과급이 아니라 급여를 동결 또는 삭감해야 하는 몹시 추운 겨울을 보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아직 무한한 가능성이 담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이 젊은 친구들에게 나는 어떤 비전을 주어야 할까 생각했다. 공공기관 발표자료 업계 1위가 되어야 할까. 스타트업 피치덱 분야에서 대안 없는 유명한 존재가 되면 성공일까. 그냥 숫자로 연매출 한 50억쯤 달성하는 기업이 되면 성공일까. 이런 저런 생각 끝에 그러한 그림은 크게 의미가 없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거르고 걸러, 마지막 남은 단어는 그저 직원이 계속 다니고 싶은 회사가 되는 것이었다.


변해가는 세상과 사정에 맞추어, 도전을 함께 하고 싶은 존재로 계속 남는 것. 그것이야말로 영광(!)이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지금과 같은 일을 계속 할 수도, 생각지 못한 기회를 만나 어쩌면 완전히 다른 디자인을 하는 회사가 될수도 있다. 회사가 증명해 온 역사와 대표의 역량, 약속들을 믿고 아이디어를 나누고 같이 도전 해 볼 수 있는 존재가 다른 누구도 아닌 원포인트가 되는 것. 굉장히 멋지지 않을까.


아직 결혼은 남얘기일 직원들에게 농담처럼 결혼해서 애기 낳고도 계속 같이 일하자고 얘기하는데 사실 난 농담이 아니고 참트루다. 내 인생에 있어 그대들만큼 각별한 이는 몇 없다. 많은 선배들이 사람보다 시스템에 집중해야 한다고 수도 없이 말씀 해 주시고, 사람을 너무 믿었다가 큰 코 다친 많은 이야기도 많이 들어왔다. 그래도 나는 아무것도 없던 이 회사에, 나와 아무런 인연도 없이 첫발을 들인 용감한 청춘들과 진심의 비전을 나누는 것이 무엇보다 소중하다. 거짓 없는 동의와 공감 속에 나아가고 싶다.


이것이 치기 어린 내 짝사랑일지라도 어쩔 수 없고, 더 좋은 기회를 만나 떠나겠다면 기꺼이 응원하고 보내줄 마음도 있다. 그러므로! 그에 앞서 반드시 떠나고 싶지 않은 회사가 되어야 한다. 나하고 일하는 것은 언제나 도전적이고 바쁘겠지만, 결론적으로 성취감이 있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술 한잔 하지 않고 나는 가끔 면담을 할 때 문자 그대로 이렇게 말하곤 한다. 행복했으면 한다,고.. (간질간질) 



다 운이었을까, 아니면 환상적인 노력이었을까. 어찌되었든 든든한 같은 편이고 싶다. Photo by Tim Foster on Unsplash.


내년엔 또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어떻게 해야겠다..하는 계획도 사치일만큼 아직은 바쁘다. 너무도 분주했던 올해는 요번주 12월 17일자로 종무하고 2주간 푹 쉬라고 해두었는데, 기특한 그대들은 여전히 할일이 많아 칼같이 쉬기는 어렵겠다며 알아서들 하신다고 한다. 내년엔 너무 허덕이지 않도록 어서 사람도 더 뽑아 세팅하고 더 튼튼한 조직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하리. 


올해 우리 참 수고 많았다!

내년엔 더 멋진 항해를 떠나보자. 


아듀 202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