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논의에 들어간 ‘서울대 10개 만들기’, 성공할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에디입니다.
2026년 정부 예산안 편성이 본격화되면서, '서울대 10개 만들기' 프로젝트는 대한민국 사회의 핵심적인 논제로 부상했습니다. 9개 지역거점국립대를 서울대학교 수준으로 육성하겠다는 이 담대한 구상은, 수도권으로 모든 것이 집중되는 '블랙홀 현상'과 지방 소멸이라는 국가적 위기에 맞선 교육계의 강력한 대응책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장밋빛 청사진 이면에는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과연 이 거대한 실험이 한국판 UC 버클리의 성공 신화로 귀결될지, 혹은 이상에 그칠 것인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의 가장 큰 명분은 국가 균형발전입니다. '인서울 대학' 진학을 위한 과도한 경쟁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큰 부담을 지우며, 천문학적인 사교육비를 유발하는 원인이 됩니다. 특히, 경북 지역처럼 인구 감소, 청년 유출, 산업 경쟁력 약화라는 삼중고를 겪는 곳에서는 학령인구 급감이 대학 생존율 하락과 청년 유출 가속화로 이어지며 지역 소멸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지역 대학이 지역과 상생하는 구심점이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성공적인 사례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독일의 아헨 공과대학교는 인구 25만의 소도시에 위치함에도 '주-시-대학'의 삼자협력을 통해 세계적인 공대로 성장했으며, 영국의 서리대학교 역시 길퍼드 시와 상생하며 도시 재건을 이끌었습니다.
이는 대학이 단순한 교육기관을 넘어, 지역의 운명 공동체로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우수 인재가 지역 대학을 졸업하고, 지역의 특화 산업과 연계된 양질의 일자리에 정착하는 선순환 구조의 구축, 이것이야말로 지역 공동체 회복의 핵심 열쇠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 계획이 현실화되기까지는 최소 세 가지의 주요 난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첫째는 막대한 재원 확보 문제입니다. 정책에 소요될 예산은 약 3조 2천억 원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현재 고등교육 예산이 15조 2천억 원에서 8천억 원 증액된 16조 원으로 편성된 것과 비교할 때 엄청난 규모이며, 이 막대한 예산을 오직 10개 대학에만 집중하는 것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습니다.
둘째는 또 다른 서열화 문제입니다. 정부의 지원이 9개 거점국립대에만 집중될 경우, 이 대학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서열 구조가 고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합니다. 지원에서 배제된 나머지 지역 사립대학이나 비거점 국립대학들은 고사 위기로 내몰려, 지역 고등교육 생태계 전반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마지막은 견고한 학벌주의라는 사회적 인식 문제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학벌은 직무 수행 능력보다 우선시되는 경향이 있으며, 명문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단기간의 재정 투자만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교육이 부와 자유의 공정한 분배와 관련이 있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의론적 관점에서 보아도, 학벌주의는 단순히 교육을 넘어 사회 정의의 문제와 직결됩니다. '학벌주의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비판적 시각이 존재하는 만큼, 이 인식의 벽을 넘지 못한다면 '지방 서울대'는 '서울에 있는 서울대'의 아류로 인식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난제 속에서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시스템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의 4년제 주립대학은 연구 중심의 UC(University of California) 시스템과 실무·취업 중심의 CSU(California State University) 시스템으로 명확히 이원화되어 운영됩니다. UC 버클리나 UCLA 같은 UC 계열 대학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학문 경쟁력을 자랑하는 동안, 각 대학은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주 전체의 발전을 이끌고 있습니다.
이는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나아갈 방향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집니다. 10개의 대학을 모두 학문 중심의 'UC형'으로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는 지역 산업과 연계된 'CSU형'으로 특화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또한, UC 시스템은 기술 이전을 통한 상업화가 매우 활발하여 2011년에만 1억 7천4백만 달러의 기술 이전 수익을 올렸습니다. 정부 정책 의존도가 높은 국내 대학들과 달리, 높은 자율성을 바탕으로 지역 경제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모델을 지향해야 합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의 성공 여부는 '서울대'라는 명칭의 상징성에 집착하는 것에서 벗어나는 것에 달려 있습니다. 목표는 9개의 '미니 서울대'를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각 지역의 산업·문화적 토양 위에서 그 지역만의 강점을 지닌 9개의 독보적인 대학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일본의 아키타 국제대학, 미국의 올린 공대 등은 지역과 산업에 특화하여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성공적인 지방대학의 사례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구체적인 실행 전략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거점국립대라는 이유로 예산을 배분할 것이 아니라, 산학 협력 성과, 지역 고용 유발, 창업 유도 실적 등 성과에 기반한 차등 지원 방식을 도입해야 합니다. 대학에 충분한 재정 지원과 함께 완전한 자율성을 부여하고, 기업과 사회 전반에서 학벌이 아닌 실력 중심의 인재 평가 문화가 정착되어야 합니다. 이 거대한 실험이 대한민국의 교육 지형을 바꾸고 국가 균형발전의 초석을 놓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사회적 합의와 정교한 정책 설계가 요구됩니다.
에디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