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수생 57% 정시 역설, 깜깜이 학종은 정답일까?

N수생 낳은 정시, 신뢰 잃은 학종의 딜레마

by 에디

2025학년도 서울대 정시모집 등록자 10명 중 6명(57.3%)이 N수생이라는 충격적인 통계가 나왔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의대 신입생의 N수생 비율(58.3%) 역시 역대급입니다. 2019년 '공정성 강화'를 외치며 도입한 정시 40% 확대가 N수생과 사교육 시장만 배불리고, 고교 교실은 전략적 자퇴(2024년 2.05%)로 내모는 역설적인 상황이 고착화되었습니다.


이러한 정시의 폐해를 근거로 전문가들은 2028 대입 개편에서 정시 축소의 당위성을 외칩니다. 하지만 과연 정시를 줄이면 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요? 정시가 최악이라면, 우리가 돌아가야 할 대안인 수시,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은 과연 차악이라도 될 수 있는지, 현시점에서는 근본적인 의문이 듭니다.


돌아온 불신의 그림자: '학종'은 공정한가


우리는 현 정시 40% 룰, 즉 서울 소재 16개 대학 정시 확대라는 이례적인 정책이 어떤 배경에서 탄생했는지 잊어서는 안 됩니다. 기사가 지적하듯, 이는 2019년 소위 ‘조국 사태’로 정점에 달한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 시비와 국민적 불신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당시 학종은 깜깜이 전형이자, 학생의 노력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비교과 영역을 부모의 능력으로 채우는 현대판 음서제라는 격렬한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이 공정성 시비의 불길은, 역설적이게도 과정이 아닌 결과로만 평가하는, 가장 단순하고 기계적으로 투명해 보이는 수능 점수 줄 세우기, 즉 정시 확대로 이어졌습니다.


진짜 문제는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과연 학종의 평가 투명성이 국민적 신뢰를 회복했느냐는 점입니다. 대답은 부정적입니다. 자소서가 폐지되고 학생부 기재 항목이 축소되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학종의 핵심은 정성평가라는 안개 속에 가려져 있습니다. 대학 입학사정관들이 어떤 기준으로 학생의 잠재력을 평가하는지, 왜 A학생은 합격하고 B학생은 불합격하는지, 그 밀실 평가의 기준을 학생과 학부모는 명확히 알 수 없습니다.


결국 정시가 낳은 N수생 급증이라는 폐해를 비판하며, 그 원인을 제공했던 신뢰 잃은 학종을 다시 대안으로 확대하자는 주장은, 5년 전의 사회적 합의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입니다. 이는 닭장을 피하려다 호랑이굴로 들어가는 격이며,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처사입니다.


무늬만 학점제: 점수 쇼핑으로 전락한 교실


정시 축소론이 기댈 또 다른 축은 2028 대입 개편의 근간이 되는 고교학점제입니다. 학생이 스스로 자신의 진로와 적성을 탐색해 과목을 '선택'한다는 취지만큼은 더할 나위 없이 이상적입니다. 하지만 현실의 교실은 '진로 설계'가 아닌 '점수 설계'의 장으로 변질된 지 오랩니다. 2028학년도부터 본격화되는 내신 5등급제는 이러한 왜곡을 더욱 부추길 수밖에 없습니다.


상대평가 1등급이 상위 10%로 확대된다지만, 여전히 학생들은 자신의 진로에 꼭 필요한 과목이라도 수강생이 적어 좋은 등급을 받기 어려운 심화과목을 기피합니다. 대신 점수를 따기 유리한, 즉 수강생이 많아 등급 확보가 용이한 과목으로만 몰리고 있습니다. 9등급 제도 하에서도 이런 경향이 매우 심했는데, “2등급 아래는 사실상 경쟁력을 잃는다”라고 여겨지는 상황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이러한 과목 선택의 왜곡은 학생 개개인을 다음과 같은 딜레마로 몰아넣습니다.


공학도를 꿈꾸는 두 학생이 있습니다. 한 명은 높은 학업적 도전을 감수하고 '심화 공학'을 택해 성취도 'B'를 받았습니다. 다른 한 명은 내신 관리를 위해 안전하게 '기본 물리 I'을 택해 손쉽게 성취도 'A'를 받았습니다. 과연 대학은 누구의 도전 정신과 잠재력을 더 높게 평가할까요? 이와 같은 딜레마의 상황들은 고교학점제가 앞으로 시행하게 될 학생 맞춤형 교육이 얼마나 허울뿐인 구호인지 증명합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것이 준비를 마치지 못한 제도라는 점입니다. 당장 학교 현장은 학생들의 다양한 과목 선택을 물리적으로 뒷받침할 교원 수급, 교실, 예산조차 갖추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인프라의 격차는 곧 '교육 격차'로 직결됩니다. 교육특구의 학교들은 풍부한 재정과 인력으로 다양한 선택과목을 개설하고, 학생들은 부족한 부분을 사교육으로 보충합니다. 반면, 수도권 외곽이나 비평준화 지역 학생들에게 '다양한 과목 선택권'이란 그저 그림의 떡일 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인프라도, 공정한 평가 기준도 마련되지 않은 고교학점제 기록을 기반으로 수시 비중을 확대하자는 것은, '선택의 자율성'이라는 이름 아래 지역과 학교 배경에 따른 '신종 교육 불평등'을 공인하고 고착화하자는 주장과 다름없습니다.


비율 논쟁이 아닌, '신뢰'가 먼저다


지금의 대입 논의는 본질을 잃었습니다. 정시 40%가 문제라고 해서, 준비 안 된 고교학점제와 신뢰 잃은 학종을 기반으로 30%로 줄이는 것이 해법이 될 수는 없습니다. 이는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문제의 '전가'에 불과합니다.


진짜 문제는 '비율'이 아니라 '신뢰'입니다. 정시가 N수생의 놀이터가 되었다면, 수능의 평가 방식을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재설계하는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학종이 여전히 불투명하다면, 평가 과정의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대학별로 천차만별인 평가 기준을 표준화하는 작업에 착수해야 합니다. 고교학점제가 점수 쇼핑으로 전락했다면, 선언적 구호에 그칠 것이 아니라, 지역 간 교육 인프라 격차 해소와 교원 수급 문제부터 해결해야 합니다.


대안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사회적 합의 없이, 단순히 '한 쪽이 문제니 다른 쪽을 늘리자'는 식의 접근은 또 다른 혼란만 야기할 뿐입니다.


에디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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