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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오늘 Aug 23. 2022

나에게 고마웠던 하루

또각또각. 조명이 꺼진 무대로 걸어갔다.




띠링띠링 전화벨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라서 전화를 받을지 말지 잠시 머뭇거렸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MKYU 북클 담당자입니다. 백일장 이벤트에 제출해주셨던 글을 이번 북클럽 리더 워크숍에서 낭독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한편으로는 이게 무슨 일인지 생각하면서 망설이지 않고 글을 낭독하겠다고 말했다.


북클 활동하며 감사한 모든 이야기를 나누는 주제로 백일장 이벤트가 진행 중이었다. 북클럽 멤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서 글을 제출했는데, 그 글 덕분에 내가 행사에 초대되었다.

뭔가를 바라지 않고 이벤트에 참여했었는데 글을 통해 좋은 일이 생겨서 기분이 좋았다. 글을 쓴 보람을 느꼈고 뿌듯했다.




행사 당일 날, 아침부터 마음이 분주했다. 어떤 옷과 신발을 신고 갈지, 귀걸이는 무엇으로 할지 온통 꾸미기에 바빴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나를 위한 분주함이었다.


평소 편한 신발만 신고 다녔는데 힐을 신었더니 자신감이 생겼다. 행사장소를 가는 동안 내가 쓴 글을 속으로 읽으며, 무대 위에 서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하니 즐거워졌다.


최고의 동료는 말 한마디로 만들어진다. 

“잘 오셨어요! 보고 싶었어요”
“책을 다 읽지 못해도 함께 얼굴 보는 게 더 좋아요”

그제야 나를 내려놓을 수 있었다. 나를 잘 보이려고 포장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과 있는 그대로 ‘나’를 보며 진심으로 서로를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깜깜해진 무대 위, 마이크 앞에 섰고 3초 뒤 조명이 환하게 켜졌다. 


행사의 오프닝을 나의 낭독으로 시작되었다. 약 100명의 청중 앞에서 나는 떨지 않고 덤덤하게 나의 글을 읽어 내려갔다. 3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내가 쓴 글들을 읽을 때마다 뭉클했다. ‘울컥하지 말자’ 속으로 말을 되뇌었다.


북클 멤버들은 나에게 기쁨과 힘듦, 장점과 결점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최고의 동료이다.


마지막 문장을 읽고 나서 청중에게 인사를 했다. 이렇게 마무리를 잘할 수 있다니 스스로 놀라긴 했다. 공간이 울릴 정도로 큰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오랫동안 여운이 남았던 순간이었다. 


나의 진심 어린 이야기가 누군가의 마음에 와닿고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걸 또 다시 느꼈다. 글을 더 열심히 써야 하는 이유가 되지 않을까.


나에게 고마웠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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