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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에루 Mar 21. 2019

3월 21일의 다섯


1.

건조한 에세이나 이성이 쓰는 글을 쓰지 않을까 했던 내게 갑자기 엄청난 영감님이 와서, 며칠간 믿기지 않는 에너지로 소설을 썼다. 꽤 오랜 시간 동안 언젠가 써야지 라고 생각하며 곱씹었던 소재인데, 갑자기 봇물 터지듯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기획도 구성도 생각 없이 일필휘지로 써 내려간 글이 8편이나 되었다. 그 기간 동안 회사에서 업무가 다소 여유로웠던 것을 고백한다.


2.

오래전에 계획했던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이 소설 쓰기의 흐름을 끊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새로운 글을 올리지 못한 것은 아니다. 복귀하니 회사에서의 업무가 매우 바빠졌다.


3.

청춘들이 간다는 라오스를 다녀왔다. 청춘의 막차를 타고 다녀오면서 라오스의 무엇이 청춘들을 위로하고 행복하게 해주는 것인지 나도 크게 느꼈다. 약간의 불편과 느림, 그리고 일상과는 전혀 다른 속도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라오스라는 공간이 예상하지 못한 위로를 해주더라. 물가가 싸고 망고가 맛있는 것도 위로의 큰 부분이었다.


4.

여행의 큰 테마는 계획 없이 일주일을 보내기였다. 그러나 액티비티의 천국인 방비엥을 기점으로 지내는 바람에 라오스 원정 태릉 선수촌 훈련 같은 날들이 있었다. 일상 속의 나쁜 식단과 운동 부족으로 혼자 마음속으로 걱정이 많았다. 몸이 맘같이 움직여주지 않으면 어쩌지? 근력이나 체력이 부족해서 병이 나면 어쩌지? 그러나 생각보다 내 몸은 건강했고 원하는 행동들을 기대보다 잘 수행해줬다. 일상 속에서도 좀 더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고 단련해도 된다는 심리적 자신감을 얻어서 돌아왔다.


5.

돌아오니 나의 일상은 전쟁이다. 살아가는 것 중 무엇 하나도 쉽고 간단한 일이 없다. 복귀 첫날 퇴사하는 팀원의 송별회를 하느라 건강 때문에 유지하던 몇 달간의 금주를 끊고 술을 마셨다. 몸은 정직하다. 술이 내 몸에 주는 악 효과의 1부터 10까지를 며칠에 걸쳐 다시 배우고 있다. 술과 나의 열렬한 사랑은 이렇게 끝나는 것 같다. 아직 그 맛, 향, 그리고 추억이 좋지만 우리는 예전처럼 사랑하기엔 많이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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