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돼지의 저주
2007년, 세상이 떠들썩했다. 600년 만에 돌아온다는 황금돼지해란다. 이 해에 태어난 아이들은 재물복을 타고나서 평생 잘 먹고 잘 산다나 뭐라나. 그 얄팍한 상술, 혹은 미신에 홀려 너도나도 아이를 낳았다. 덕분에 출산율이 반짝 올랐고, 그 '황금'을 두르고 태어난 아이들이 올해 고3이 되어 입시판이라는 도살장 앞에 섰다.
결과는 어떤가? 지금 광주 바닥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재물'이 쌓이는 소리가 아니라, 안정 지원이라고 생각했던 곳에서 들려오는 '비보'와,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비명' 소리뿐이다.
광주에서 수학을 가르치며 매년 입시를 치르지만, 올해는 유독 공기가 무겁다. 상담 전화를 받을 때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한숨 소리에 내 숨도 같이 턱턱 막힌다. 당연한 결과다. 정해진 대학 정원은 그대로인데(심지어 줄어들거나), 그 좁은 문으로 들어가겠다고 머리를 들이미는 아이들의 머릿수만 늘어났으니 말이다.
이게 바로 그 대단하신 황금돼지의 축복인가? 아니, 이건 그냥 인구통계학이 예고한 재앙이고, 예견된 저주다.
안타까운 건, 학부모들의 반응이다. "우리 애가 노력이 부족해서", "생기부 관리를 잘 못 해준 학교 탓에"라며 원인을 엉뚱한 곳에서 찾고 있다. 하하하. 제발 정신 좀 차리시라. 이건 아이의 노력 부족이 아니다. 그저 '운'이 나빴을 뿐이다. 하필이면 친구들이 바글바글한 해에 태어나게 만든, 미신을 맹신하여 아이를 낳은 당신들의 선택이 만들어낸 결괏값이란 말이다.
이미 승패가 결정된 게임판이었다. 1등급은 상위 4%다. 아이들이 많아지면 1등급 인원수 자체는 늘어나겠지만, 그만큼 그 등급을 차지하기 위해 밟고 올라서야 할 친구들의 시체도 많아진다는 뜻이다. 내신 따기는 더 치열했을 것이고, 최저 등급을 맞추기는 더더욱 지옥 같았을 것이다. 그 아수라장에서 살아남지 못했다고 해서, 아이가 실패한 인생인가?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아이를 닦달하지 마라. "재수하면 된다", "정시로 뒤집자"며 또다시 아이 등을 떠밀어 지옥불로 밀어 넣지 마라. 지금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재수학원 등록증이 아니라,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말 한마디와 따뜻한 밥 한 끼다.
황금돼지해? 웃기지 않은가. 인간이 제멋대로 붙인 그 '황금'이라는 딱지 때문에, 아이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어린이집, 학교, 학원을 거치며 무한 경쟁에 시달렸다. 복을 타고난 게 아니라, 더욱 치열한 세대라는 짐을 타고난 셈이다.
어차피 대학은 간다. 올해가 유독 문이 좁아터진 특이점일 뿐, 전체적인 흐름으로 보면 아이들은 귀한 존재가 맞다. 대학 간판 하나가 아이의 '황금' 같은 인생을 보장해 주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수시 낙방이라는 성적표 한 장으로 아이의 19년 인생을, 그 가능성을 함부로 재단하지 마라.
낙방의 고배를 마시고 방구석에 처박혀 있을 당신의 자녀는, 황금돼지의 해에 태어난 '입시 전사'이기 이전에, 그저 위로가 필요한 열아홉 살 사람이다.
제발 아이를 좀 안아줘라. 아이들은 대학 가는 기계가 아니므로.